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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사외이사제’ 이대로 괜찮은가

[포커스]유명무실 ‘사외이사제’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 2013.08.14 07:47

수정 2013.08.16 07:30

강길홍

  기자

올해로 도입 15년째인 사외이사의 역할이 ‘거수기’와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8년 IMF의 권고로 만들어졌다.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경영진 견제와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각종 논란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의문부호가 떨어지지 않는다.

전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방패막이나 로비스트의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명무실 ‘사외이사제’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의 사진


◇총수 기소된 그룹 검찰출신 늘려 = 재벌닷컴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788명 가운데 검찰·국세청·공정위·감사원·금감원 등 이른바 ‘5대 사정기관’ 출신이 160명에 달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기업가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과 비교된다. 일례로 미국 월마트의 경우 사외이사 13명 중 11명이 기업가 출신인 반면 이마트는 사외이사 4명을 모두 전관 출신으로 채웠다.

기업들이 고액의 연봉을 주면서 사정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배경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관예우’ 관행이 남아 있는 한국사회 정서를 활용해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벌닷컴은 “30대그룹 전체 사외이사가 줄었음에도 사정기관 출신 사외이사가 늘어난 것은 최근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세무조사, 재벌 총수에 대한 탈세, 횡령수사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룹 총수가 검찰에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SK, 한화, CJ 등은 검찰 출신 사외이사를 늘리고 있다.

SK그룹은 공정위와 금감원 출신 사외이사를 각각 1명씩 줄이는 대신 검찰 출신 2명을 늘렸다. CJ그룹도 검찰 출신과 국세청 출신을 2명씩 늘렸다.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거나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롯데, 신세계, 효성 등의 그룹은 공정위, 국세청, 감사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10년 이상 ‘장수 사외이사’ 독립성 의문 = 사외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기 보다는 거수기 노릇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사회 안건에 반대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등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기업집단의 이사회에 상정된 5700여개 안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해 부결된 경우는 0.63%(36건)에 불과했다.

특히 10년 이상 한 기업에서 재직 중인 장수 사외이사는 경영진과의 유대가 깊어지면서 제대로 된 경영진 견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효성의 배기은 이사(화진인더스트리 회장)는 사외이사제 도입 초창기인 1998년부터 15년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한진의 허동섭 이사(한일시멘트 명예회장)도 1999년부터 사외이사 직을 유지하고 있고 한화케미칼의 정인현 이사(전 진도 이사)는 2000년부터 현직으로 활동 중이다.

SK케미칼의 강보현 이사(법무법인화우 대표변호사), KT파워텔의 김영훈 이사(대성홀딩스 회장), E1의 한승헌 이사(전 감사원장) 등도 대표적인 장수 사외이사다.

기업들은 장수 사외이사가 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 중 10년이 넘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인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 한번 들고 2000만원 이상 받아 = 사외이사 연봉의 적정성도 논란거리다. 최근 공개된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3217만원에 달했고 일부 기업은 1억원이 넘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이사회에 참석하는 보수 치고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코로 지난해 1인당 1억55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포스코의 이사회가 7차례 열린 점을 감안하면 한번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2000만원 이상을 받은 셈이다. 포스코 측은 성과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이를 제외하면 76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에 이어 한미사이언스(1억2346만원), 영원무역(1억2000만원), 호텔신라(9200만원), 삼성전자(8900만원), SK텔레콤(8500만원), 현대차(8400만원), KB금융(8300만원), 삼성물산(8000만원) 등이 10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연봉은 전년보다 평균 67%나 올랐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가 연봉에 합당한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이들의 개별 연봉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영국·독일 등은 사내외 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임원들의 개별 연봉을 모두 공개한다.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어떻게 = 사외이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경영진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외부 추천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상법에 명시해 경영진이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재직 기간에 대한 제한을 두면 장수 이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사외이사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현재 사외이사 선임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주주총회에서 찬반을 물어 선임하는 방식이다. 이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 추천하면 주주들이 직접 적합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주와 임직원들이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경영진의 우호세력이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스웨덴과 이스라엘 등은 사외이사 한명을 반드시 소액주주가 선출하도록 한다.

사외이사의 배상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정관으로 정하면 최근 1년간 보수액의 3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배상을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가 책임 범위가 제한적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지난달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사외이사 제도 손질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 중 1인은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 의원은 “사외이사 제도는 지난 1998년에 도입된 이래 15년간 시행돼왔으나 기업 경영의 견제 장치로서의 독립성과 객관성 등의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우리사주조합은 근로자로서 회사의 경영 상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주주로서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야말로 ‘주주 대표성’과 ‘공익대표성’을 조화할 수 있는 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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