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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5년 내 돼지 장기이식 임상 진입···美 쫓는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5년 내 돼지 장기이식 임상 진입···美 쫓는다

등록 2024.04.24 07:01

유수인

  기자

윤익진 건대 교수, '이종장기이식 콘퍼런스'서 현황 발표현재 미국이 선두···옵티팜 "가이드라인 있지만 규제 완화 필요" 권복규 교수 "임상 진입 위해선 정부 의지 중요"

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2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이종이식 ELSI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2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이종이식 ELSI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요즘 정부가 이종장기이식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을 느낍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 2022년 관련 가이드라인도 만들었을 만큼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만 조금 더 오픈 마인드로 접근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2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이종이식 ELSI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난치병 환자의 새 희망, 이종장기이식 현황과 미래'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옵티팜은 이종장기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종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의 기관이나 조직, 세포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회사는 이종 췌도 및 신장 이식, 인공혈액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하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을 거친 형질전환돼지의 신장을 영장류(원숭이)에 이식해 221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형질전환돼지는 심장, 췌장 등 장기의 크기가 인간과 비슷한 미니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도록 만든 것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가이드라인에는 이종장기 이식시 형질전환 돼지를 써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수준의 원료동물을 갖고 있고 있는 회사는 미국 바이오기업인 e제네시스와 리비비코 정도다. 이 두 회사가 형질전환동물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나, 옵티팜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4개의 돼지 유전자를 빼고 인간 유전자 6개를 넣는 유전자 10개 변형돼지를 개발 중으로, 앞선 두 회사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형질전환이 안 된 일반 돼지의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하면 강력한 항원항체 반응이 나타나 몇 분 안에 돌아가신다"며 "지난 10년간 연구한 결과, 돼지의 형질전환을 할 때마다 생존기간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돼지 유전자 1개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 1개를 넣었더니(GGTA+CD39) 평균 28일 동안 원숭이가 생존했고, 3개의 돼지 유전자를 제거(TKO)했더니 평균 42일간 생존했다. 이게 2020년도 데이터"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22년 3개의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2개의 사람 유전자를 넣은(TKO+CD39+CD55) 다중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했더니 평균 149일 생존했고 맥시멈 221일까지 생존했다"며 "몇 년 후면 충분히 사람에게도 이식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며 "미국 기업들은 1995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우리는 2012년에 시작해 글로벌 선도 회사들을 따라잡는 중이다. 내년이면 11개 유전자 변형을 한 돼지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10개 유전자 변형 돼지들을 잘 키우고 있다. 올 연말이나 내년에 임상에 들어가면 현재 데이터와 차원이 다른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까싶다"고 부연했다.

돼지 한 마리의 가치는 약 1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췌도이식 시 4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수입 각막으로 이식수술을 하면 안당 400만원씩 들어간다"며 "돼지 한 마리로 쓸 수 있는 장기가 각막 2개 심장, 신장 2개, 폐, 간, 피부, 췌도 등 총 9개이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다 합하면 마리당 한 1억 정도는 될 것 같다. 이를 실제 사용한다면 원료 동물의 약 10배 이상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는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는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국가과제로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사진=유수인 기자

이종장기이식은 전세계적인 이식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안전성 우려와 윤리적 이유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진입하기까진 장벽이 높다.

실제 미국, 한국 등 일부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은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형질전환 연구가 활발했던 유럽은 동물 생산을 중단했다.

이종장기이식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한 건 미국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달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의료진이 e제네시스가 만든 10개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말기 신장질환을 앓는 62세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과거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 적은 있지만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남성은 혈관을 통한 투석 치료를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장기이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

이 환자는 수술 후 2주만에 건강하게 퇴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에서도 최근 뇌사 상태인 50대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을 이식했다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인간에게 돼지 간이 이식된 첫 사례다.

한국은 보건복지부가 향후 5년 안에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380억원 규모 국가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심장, 신장, 간 등 장기와 췌도, 각막, 피부 등 세포조직을 이식하는 영장류 대상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각막이식과 관련한 비임상 연구는 한국의 성과가 가장 우수하고, 임상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대한이종이식연구회 회장)는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국가과제로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면서도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있어 이를 좁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형질전환 기술과 이식 면역치료의 선진국이다. 향후 이종이식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와 가멸찬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교수는 "신장, 심장, 간 등 고형장기를 이식해 난치질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뇌사자에 이종장기를 이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 중국에서는 뇌사자를 대상으로 이종장기이식 임상을 진행한다. 이게 글로벌 스텐다드가 된다면 우리도 이 프로세스를 밟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뇌사자를 사망자로 인정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하지만 이는 국민 의식 변화가 크게 수반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추후 인체 대상 임상이 가능하더라도 대상자를 누구로 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임상시험은 효과, 효능에 대한 공인을 못 받은 실험적 성격을 보인다. 이종이식이 이뤄지게 된다면 동종이식이 어렵거나 대상이 안 되는 사람들이 받게 될 텐데, 이 환자들은 동종이식을 해도 회복이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어 "신기술 입장에선 되도록 상태가 건강하고 좋은 수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험난한 결과가 예상된다. 임상 대상 수도 몇십명 안 될 것"이라며 "일단 이 문제는 식약처와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이종장기이식 임상 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유수인 기자

권복규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도 "(임상 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의지다. 연구자로서는 최대한의 데이터를 만들어서 제공을 하고 허가를 해주느냐 마느냐는 정책 당국의 의지"라며 "FDA의 경우 허가한 임상이 여러 건 있는 걸로 봐서 이 길로 가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의지가 없다면 규제당국이 쉽게 허가를 내주거나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대상자 선정은 정말 복잡한 문제다. 건강 상태가 좋은 대상자를 뽑고 싶지만 그런 분들은 소위 말하는 '구명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 혹은 보름 내에 생명이 위험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이식을 하면 결과가 그리 좋을 순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임상 실패'라는 식으로 보도가 나갔을 경우 연구자에겐 결정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그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의학 발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종이식 후 돌아가셔도 임상을 중단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모았으니 다음엔 더 좋은 결과를 얻겠지'하는 생각으로 임상을 이어간다"며 "일회성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것들이 우리나라에선 좀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국내에서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고 있다.

권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19일부터 31일까지 국내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종장기이식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이종장기이식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장기이식 치료법에 대한 동의 수준은 매우 동의가 12.9%, 동의가 60%였다.

이종장기이식 치료 전임상을 위한 영장류와 돼지 실험에는 각각 78.9%, 78.0%가 찬성했다. 이종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한 동물 유전자 변형에는 찬성 의견이 64.4%로 집계됐다.

이종장기이식 치료를 동의하는 이유로는 '난치병 치료 가능성 자체만으로 시도할만하다'는 의견이 53.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치료를 위한 다른 대안이 없다면 시도할만하다'는 의견이 27.2%였다. 반대 이유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45.4%를 차지했다.

뇌사자를 대상으로 한 이종장기이식 시험에 대해선 60.9%가 찬성했다.

이와 함께 의견 없는 응답자를 제외한 857명을 대상으로 이종장기이식 관련 기대되는 점을 물었을 때 응답자 69.2%는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질병 치료의 희망과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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