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200조원 시대...은행별 고객 잡기 치열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고객 유치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간 보험사와 증권사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퇴직연금 시장은 정부의 관심과 함께 은행권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실질적 혜택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개편'에 따라 은행들은 고객 확대를 위한 자발적 수수료 면제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은 2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 2019년 100조원을 넘어선지 5년만에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 2022년 말 170조8255억원에서 지난해 말(198조481억원) 15.9% 증가한 뒤 올해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700만원이던 세액공제 한도가 지난해부터 900만원으로 높아진 데다, 퇴직연금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은행권의 운용 수익 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도 성장했다. 지난해 이들의 퇴직연금 누적적립액은 155조339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23조1047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40조4019억원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26%)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36조8267억원(23.7%)로 2위로 집계됐다.

동기간 하나은행은 33조6987억원으로 전년동기(27조2638억원)보다 6조4349억원 늘었다. 적립액 규모는 3위에 그쳤지만 시장점유율은 전년대비 1.1%포인트 상승한 21.7%로 집계돼 5대은행 중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우리은행은 23조6632억원, NH농협은행은 20조748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지면서 은행들의 고객 유치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퇴직연금 사업은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미래 성장성이 크고 은행의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확대가 가능한 부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앞다퉈 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비롯한 노후·은퇴 자산 관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문적인 은퇴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 연금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연금라운지는 프라이빗뱅커(PB) 출신 연금 전문가와 퇴직연금 전문상담직원이 연금 종합컨설팅, 주택연금 상담, 건강보험료, 세무상담, 노후자산관리 등 고객 맞춤형 1대 1 상담으로 연금 솔루션을 제시하는 특화 채널이다.

지난달에는 퇴직연금 고객의 선택권 확대와 AI(인공지능) 디지털 혁신 기술이 적용된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전문성 있는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외 자산운용 및 수익률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 고객관리 센터 ▲찾아가는 전문가 컨설팅 ▲비대면 수익률 관리 서비스 연금케어 등 퇴직연금 고객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개인고객에게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와 연금자산관리부터 은퇴·노후 전반에 대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위해 167개 금융센터 전체에 연금전문가를 배치했다. 또한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부문 특화 브랜드 '투체어스'로 를 통해 부동산·신탁·세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PB들의 상담도 가능하다.

퇴직연금 관련 각종 이벤트도 마련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오는 5월 31일까지 DC형 퇴직연금 가입 고객을 위한 경품 이벤트를 연다. 우리은행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입금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IRP로 용기 충전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BNK경남은행은 DC/IRP 기존 가입자와 개인IRP 신규 가입자로 대상 경품 이벤트를 마련했다. 기존 가입자에는 일정 금액 이상 TDF 상품을 운용하면 별로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고, 신규 고객에게는 스타벅스 쿠폰을 준다. IBK기업은행은 정부의 수수료 부과 제도 개선에 따라 은행권 최초로 소상공인과 강소기업에 대한 수수료 감면제도를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