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요인은 '한국서 통한 전략', 대만에 그대로 이식

쿠팡이 대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에서 통한 전략을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유통업계의 배송 판도를 바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과 무료배송·반품 정책도 국내 시장 장악에 큰 몫을 했다.

쿠팡은 대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을 끌어들였던 기존 방식과 로켓배송이라는 카드를 한번에 꺼내 들었다. 대만에서는 쿠팡처럼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한꺼번에 충족해주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거의 없어서다.

대만은 'K-푸드'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데다,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 거주자가 많아 로켓배송을 선보이기 최적화된 국가로 꼽힌다. 특히 대만의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673명으로 한국보다 높지만, 이커머스 보급률은 낮은 편이다. 대만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인구 유사성을 고려하면 쿠팡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대만 이커머스 시장은 현지 자본인 PC홈24쇼핑과 모모쇼핑, 2015년 진출한 싱가포르 쇼피 등이 3파전 양상을 띠고 있었다. 대만 현지 업체는 익일 배송 서비스를, 쇼피는 가격 경쟁력을 각각 강점으로 내세웠다.

PC홈24쇼핑은 PC나 IT부품 등을 판매하는 데서 시작했는데, 현재 생필품이나 식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플랫폼 내 '24h' 마크가 붙은 상품의 경우 하루 안에 배송을 해주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이 아니다. 모모도 PC홈24쇼핑과 비슷하게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는데, PC홈24쇼핑보다 할인이 많고 PC홈24쇼핑보다 배송이 빠른 편으로 알려져 있다.

쇼피의 경우 한국 브랜드 제품 가격이 쿠팡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팔리고 있다. 다만 쿠팡처럼 익일 배송 시스템이 보편화 돼 있지는 않다.

쿠팡이 대만 현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은 저렴한 가격이다. 쿠팡은 공격적으로 최저가 정책을 펼치면서 소비자들에게 가격 혜택을 제공한다. 대만 시장에서도 생필품과 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한다는 점이 소비자 유입 요인이다.

최대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역시 로켓배송이다. 지난 2014년 쿠팡은 한국 시장에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배송 서비스에 주력했다. 초단기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크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직접 고용한 '쿠팡친구'가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은 대만에서도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대만에서는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할 경우 다음 날 배송을 보장한다. 한국 상품을 무료로 현지까지 배송해주는 로켓직구의 최소 구매금액 기준 또한 690대만달러(한화 약 2만8800원)로 저렴한 편이다. 쇼피 등 오픈마켓은 무료배송 기준이 제각각이고 빠른 배송은 추가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아울러 대만 현지에서 한국 드라마나 음악 등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 중소기업 브랜드 등 상품 구색을 차별화한 것도 쿠팡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대만 사업에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려갈 예정이다.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은 쿠팡의 신사업에 대한 기준이 높아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투자는 중단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투자는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만은 그 기준을 넘어 앞으로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대만 로켓배송은 론칭 후 10개월 간 한국의 로켓배송이 처음 10개월 동안 성장했던 것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만 시장에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