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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변하지 않은 것

오피니언 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변하지 않은 것

등록 2023.08.18 09:36

전소연

  기자

reporter
339일 644명.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망자 수다. 지난해 기준 중대재해법 시행 일수보다 사망자 수가 두 배가량 많다는 의미다.

최근 또 한 명의 청년이 근로 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전날 오후 세아제강 군산공장에서 30대 청년 A씨가 8m 건조로 보수 작업을 하다 원인 미상의 폭발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3월에는 같은 그룹 계열사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도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실시에 들어갔다. 사망한 근로자들은 용광로 냉각장치를 청소하던 중 쏟아진 철강 분진에 화상을 입고 치료받다 결국 숨졌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6월과 8월 근로자 각각 1명이 사고로 숨진 바 있다.

세아공장 외에도 지난해 에쓰오일, 여천NCC, SK지오센트릭 등에서도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에쓰오일은 폭발 사고로 사상자 10명을 냈고,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두 차례 폭발 사고로 두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여천NCC 역시 폭발 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됐다. 시행은 지난해 1월 말로,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상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자로, 1명 이상 사망자가 나오거나 2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와야 한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 400일 만에 무려 644명의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중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는 총 2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일례로 지난해 여천NCC 폭발사고 당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은 서로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물론 여천NCC는 양사가 각각 절반씩의 지분을 투자해 만든 구조라 뚜렷한 책임 소재 규명을 하지 않은 탓도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업무의 전권을 위임받은 안전보건담당위원(CSO)이 있다면 최고책임자(CEO)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사고 당시 여천NCC는 CSO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여서 책임 공방이 길어졌다.

그래서 중대재해법을 뜯어봤다. 아쉬운 부분은 사상자가 발생한 뒤 처벌 조항은 명확하나, 사전 예방 조항은 모호했다. 법에 따르면 책임자는 법 위반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으나, 예방과 관련해서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 ▲필요 예산 점검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체계를 먼저 수립해야 한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도 뚜렷하지 않은 법체계는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128명의 안타까운 목숨은 여전히 일터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 이제는 관리법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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