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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너도나도 해달라"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의미 퇴색

부동산 건설사

"너도나도 해달라"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의미 퇴색

등록 2022.03.08 10:06

수정 2022.03.08 11:00

서승범

  기자

'시공권' 따내려 기준 벗어나도 하이엔드 카드 꺼내지방서도 하이엔드 내놔라···차별화‧경쟁력 낮아져수주 이후 시공비 인상인한 갈등 등 부정적 영향도

건설사 아파트 '하이엔드' 브랜드 BI. 사진=각 사 제공건설사 아파트 '하이엔드' 브랜드 BI. 사진=각 사 제공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만든 '하이엔드' 브랜드가 힘이 빠진 모습이다. 수주전이 치열해짐에 따라 조합의 요구조건을 맞춰주기 위해 기준에 벗어나더라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애초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당초 다수의 건설사들은 기존 아파트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하이엔드 명목으로 추가적인 브랜드를 만들었다.

디에이치(현대건설), 푸르지오써밋(대우건설), 르엘(롯데건설), 아크로(디엘이엔씨) 등이 건설사의 이원화 정책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런칭 당시 서초‧강남 등 강남권이나 한강변 단지 입성을 위한 특화 전략이었다. 때문에 기존에는 평당가격, 자재, 입지 등 높은 기준점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정비사업에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면서 기준이 애매해진 상태다.

각사마다 내부적인 기준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비 수주전에서 일반 브랜드 입찰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최근 대전 장대B구역과 광주 광천동 재개발 현장에 디에이치를 적용다. 또 이촌동 강촌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도 디에이치 적용을 약속했다.

대전과 광주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단지 사업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지방광역시 사업장에 사용되면서 브랜드 희소성이 퇴색됐다. 또 강촌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인 탓에 평면, 기타 시설 등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함에도 서울 중심지 위치로 브랜드를 약속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대우건설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우건설은 과천5단지, 흑석11구역, 노량진5구역, 신길10구역 등의 사업장에도 이미 '써밋'을 제안했으며, 현재 시공사 입찰을 준비 중이다.

디엘이엔씨는 신당8구역에서 조합의 '아크로' 적용 요청을 거부한 이후 시공권을 박탈당했고, 이후 북가좌6구역, 노량진8구역 그리고 안양, 부산 등 지방 사업장에도 적극적으로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흑석9구역에서 조합원들의 르엘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시공사 자리가 위태롭자 결국 '르엘'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이후 롯데건설은 북가좌6구역에도 르엘을 제시한 바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브랜드 이원화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이 터무니 없는 공사비를 요구하면서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청하는 일도 있고, 일단 수주 후 2~3년 뒤 공사비를 높여 조합원들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나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다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원화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두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이엔드를 적용한 단지가 기존 단지에 비해 마감재, 하자처리, 적용기술 등 품질 수준이 완전히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과 그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사용해 희소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는 건설사 대부분이 두 가지 전제를 모두 지키지 못하고 있어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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