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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장동과 엘시티 닮은꼴 3가지

부동산 건설사

대장동과 엘시티 닮은꼴 3가지

등록 2021.11.01 08:46

수정 2021.11.02 10:20

김성배

  기자

①지자체제도·도시개발법···민간사업자 폭리 빌미 마련②도개공·도계위···로비에 따른 인허가 등 특혜 제공 의혹③법조·정관계 고위인사···이익 사유화 유혹에 비리 연루

왼쪽은 성남 판교대장지구 조감도, 오른쪽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전경이다. 그래픽=뉴스웨이 박혜수 기자왼쪽은 성남 판교대장지구 조감도, 오른쪽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전경이다. 그래픽=뉴스웨이 박혜수 기자

판교 대장지구 개발 사업(대장동 게이트)논란으로 온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교 대장동과 부산 엘시티 사업간 닮은점이 많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판교 대장동 사건은 판교 신도시 대장지구 개발을 둘러싼 정관계 특혜 및 비리의혹이 내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폭발력까지 갖춘 사건인데 택촉법(택지개발촉진법) 공공주택특별법이 아닌 도시개발법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 구조를 비롯해 유력 정관계와 법조 고위관계자들까지 대거 연루된 점까지 판박이라서다.

무엇보다 부산 해운대 고층건물인 엘시티 사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다는 점에서, 판교 대장동 사업은 여권(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휘발성 자체도 남다르다. 이에 개발이익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두 사업의 불편한 진실을 바탕으로한 닮은꼴을 뉴스웨이가 짚어봤다.

①지자체제도·도시개발법 약점 파고든 ‘꾼’들

우선 대장동 사건은 표면적으론 성남시 판교 일대의 부동산 투기와 개발이익 사유화에 따른 게이트로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한국의 지방자체제도와 특히 도시개발법의 맹점을 악용한 부동산 부패 복마전이란 분석이 많다. 도시개발법 등 법망의 약점을 노린 점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도시개발법은 민간업자에게 토지 수용권 등 막강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지만, 사업 공익성이나 투명성 확보 장치는 크게 미진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택지개발촉진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의 경우,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대신 공공주택 공급과 택지원가 공개, 민간업자 이윤 상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대장동 사업을 비롯해 특혜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부산 엘시티 사업도 도시개발법이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대장동 사건을 보면 이 사업은 도시개발법에 따른 민간과 공공기관의 합작 형태로 진행된 100만㎡ 미만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이다.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2005년부터 LH가 진행하다가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LH의 수익성 사업을 정부가 제한하면서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된다.

이에 LH는 2010년 대장지구 사업에서 손을 뗐고 성남시와 민간이 합작한 성남의 뜰(PFV)가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도시개발법으로 택지를 조성할 경우 일정 비율(6% 안팎) 이상의 이익을 민간이 가져갈 수 없도록 한 택지개발촉진법과 달리 민간의 이익 제한 규정이 딱히 없다. 민간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길을 열어둔 셈이다.

무엇보다 도시개발법은 지방자치제도와 연관이 깊다. 지난 1987년 민주항쟁 이후 개헌으로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했고 이후 중앙정부의 권한이 차츰 지방정부로 이양됐다. 부동산 개발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인 도시기본계획 승인 권한은 2005년 지방정부가 가져갔다. 2007년에는 민간도시개발의 활성화와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도시개발법이 제정됐고 2008년 5월에는 국가사업을 제외한 330만㎡ 미만의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승인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됐다.

즉, 판교 대장동 사업은 한국의 지방분권화 과정에서 개발이익의 사유화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민간업자들이 인허가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개발사업에 개입해 로비하고, 그에 따른 특혜 의혹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사업은 개발이익 정산 문제 외에도 인허가권을 지닌 지자체와 민간 업체 간의 여러 특혜거래의 소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건물인 엘시티 사업도 다르지 않다. 사업은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 동을 짓는 총 사업비 2조7000억원대 도시개발사업이다. 엘시티 역시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민관 공동으로 개발이 됐다. 지난 2006년 11월 부산시가 해운대 북동부 옛 한국콘도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며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 이후 도시개발법이 시행되면서 2007년 11월 민간사업자를 선정한 뒤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사업이 진행된다. 대장지구처럼 민간과 부산시의 공공기관인 부산도시공사가 함께 개발을 추진한 사업이라는 의미.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사업자는 용역 등 페이퍼작업비용 일부만 투입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공공이 끼면 토지수용이 가능해 PF도 잘된다. 지방 공기업 직원들은 화려한 정관계 인맥을 앞세운 데다 개발 사업 경험도 풍부한 사업자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개발법의 맹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가 대표적이다. 엘시티 사업의 경우 부산도시공사가 땅을 개발해 민간에 넘겨줬는데 공공임대주택이 단 한 채도 없다. 도시개발법은 공공주택특별법과 달리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시행령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반드시 35% 이상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시개발법에 그런 내용이 없다. 공공주택을 15%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국토교통부의 지침이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

②인허가 용도변경 내부 등 지자체 산하기관 구멍 숭숭

지방 공기업(성남도시개발공사)과 지자체 위원회(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등 지자체 산하 기관들이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도 대동소이하다. 우선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업무상 배임 등 법률을 어긴게 아니냐는 의혹에 직면하고 있다. 대정동 개발사업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실제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초과이익 환수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업 초기 단계에 2차례에 걸쳐 건의했음에도 관련 규정을 사업협약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2월 이현철 당시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팀장은 공모지침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메모’로 보고했지만 지침에는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3월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협약 체결을 앞둔 2015년 5월 27일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팀 직원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시간 뒤 정식 결재라인을 통해 보고된 최종안에는 초과이익 내용이 빠져 있었고 그대로 사업협약서가 확정됐다. 고정수익 환수를 공모지침에 밝혔고, 사업협약에서 이를 반영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여당 대선후보)측의 입장이지만, 그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관련 의혹 배임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다.

부산 엘시티 사업은 지자체 산하 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가 연루돼 있다. 해운대 엘시티 부지는 해운대 경관의 공공성을 이유로 주택 건설이 금지된 지역이었고 건물 높이 역시 60m 이하로만 지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엘시티 건설 과정에서 이런 규제와 지침은 대부분 무시된다.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2009년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엘시티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 건물 고도 제한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③특혜분양 의혹 등 정관계 고위인사 비리 논란 ‘얼룩’

도시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공과 민간이 공동 시행하는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대부분 공공기관이 토지 수용업무를 맡고 개발은 사실상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로 추진된다. 성남 판교대장지구의 경우 지방도시공사(공공)가 5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어야 토지수용, 개발제한구역해제가 가능하다. 민간은 시행능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주택분양, 토지매각 등으로 수익을 내고, 이 수익을 기반시설 등에 다시 투자해 사업목표인 주거·상업·문화 등 도시기능을 개선한다. 민간사업자는 인허가 등 사업기간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풀어 사업여건을 유리하게 만들수록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로비와 그에 따른 특혜 의혹와 비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대장동과 엘시티 사업안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점철되고 있다.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인허가 및 시행사 운영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까지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했고,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남 욱 변호사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을 비롯해 곽상도 의원의 아들 등도 각종 특혜 논란에 이름이 오르내려 정관계 인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50억원 클럽' '350억원 로비설' 등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 엘시티의 경우 부산지검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비리 관련 수사를 해 정관계 24명을 기소했고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은 705억원을 빼돌려 정치인 등에게 금품을 건네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주로 야권 인사들이 수사 물망에 올랐지만, 일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 등 논란이 컸고 수사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지난 3월 부산시장 재보선 당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이 일자, 민주당이 ‘특검’ 카드를 꺼냈으나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대장동 사태로 국민들은 큰 기법이 동원된 게 아니라 결국 법조·언론·정치인 부패카르텔을 활용해 땅 장사하고 불로소득을 얻는 과정을 다 알게 됐다. 새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넘어 불로소득 고리를 반드시 끊어달라는 게 국민들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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