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두 사람이 만남을 시작한 때부터 스님이 입적한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인연을 시와 글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스님과의 기억이 담긴 수필처럼 써 내려간 글과 스님에게 보낸 편지, 글을 썼던 때의 감정, 그 감정이 불러온 오현 스님의 시, 황 교수의 시를 나란히 실어 글을 읽는 이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인과 검객`은 황 교수의 말처럼 `산을 떠나지 않았던 한 선승과 수술실을 떠나지 않았던 한 외과 의사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비단 황 교수와 오현 스님과의 만남만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연을 어떻게 만들어 무례하지 않고도 끈끈하면서 담담하게 이어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오현 스님과의 인연은 2003년 우연히 들렀던 만해 마을에서 시작한다. 평소 만해 한용운을 존경해왔던 황 교수에게 오현 스님과 만난 일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오현 스님은 그곳을 만드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첫 만남에서 스님에게 `칼잡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황 교수는 이를 계기로 종종 짧은 편지에 마음을 담아 보내며 스님에게 다가갔다.
이런 만남이 황 교수를 예상치 못한 길로 인도하기도 했다. 시조시인으로도 활동했던 오현 스님은 황 교수가 취미 삼아 몇 자 적어본 글을 눈여겨 보며 등단해볼 것을 권했고 2005년 동명의 `시인과 검객`이라는 시 등으로 등단했다. 등단 소식을 전할 때의 들뜬 마음은 글에서도 전해진다.
이번 작품도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다스럽거나 화려하지 않다. 입적 이후 오현 스님을 향한 그리움도 `스님은 내 인생에 칼보다 더 깊숙이 자국을 남기고 떠나셨다`라는 문장으로 조용히 마무리한다.
연구하는 성형외과 의사이자 해부학자로 널리 알려진 황건 교수는 수술해부학 연구에 대한 공로로 2018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기도 했다.
의대생들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 좋은 의사가 되도록 `문학과 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경기일보와 불교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만해에게 바치는 시집 `질그릇과 옹기장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주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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