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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총위크 돌입···의결권 자문사 한마디에 희비 갈리는 기업들

슈퍼주총위크 돌입···의결권 자문사 한마디에 희비 갈리는 기업들

등록 2019.03.18 16:36

이지숙

  기자

엘리엇 공격받은 현대차 안도···한진 긴장감 여전밸류·돌턴 압박받은 현대홈쇼핑, ISS 지지얻어기업 이해관계 얽힌 인물 사내이사 선임 ‘반대’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확대된 주주 행동주의에 의결권자문사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란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에게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민간회사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의 의결권자문사가 활동 중이다.

특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와중에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도 기업에 적극 주주 제안을 하며 기업들은 더욱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는 적대적 M&A, 경영진 교체와 같은 적극적 행동보다는 지배구조 투명성, 합리적 배당확대 요구 등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며 업계에서는 증시 전반에 주주 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중장기 트렌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슈퍼주총위크 돌입···의결권 자문사 한마디에 희비 갈리는 기업들 기사의 사진

올해 주총에서는 한진그룹과 KCGI, 현대자동차그룹과 엘리엇의 표대결이 예상되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두 기업에 대해 의결권자문사는 다른 결과를 내놓아 희비가 갈렸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회사 측 제안은 모두 찬성 또는 추천, 엘리엇 제안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눈길이 쏠렸던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서도 “배당은 장기적인 배당정책에 따라 안정적인 추세로 지급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며 회사 측 안건에 찬성, 엘리엇 제안에는 ‘불행사 권고’를 했다.

서스틴베스트 또한 엘리엇에 현대차·현대모비스에 제기한 배당 확대 요구가 과도해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사내이사 선임안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사람이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의 관련자이자 수혜자로 사내이사로서 적격성이 결여돼있다는 주장이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 안건에 대부분 찬성, 엘리엇에 제안한 현금배당안에는 반대표를 던지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단 ISS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후보 3명 가운데 윤치원 후보만 찬성했다. 엘리엇에 제안한 후보 3명 중에서는 존 류, 로버트 랜들 매큐언 후보에게 찬성을 권유했다.

슈퍼주총위크 돌입···의결권 자문사 한마디에 희비 갈리는 기업들 기사의 사진

현대차가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 의견에 한숨 돌린 반면 한진그룹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2대 주주인 KCGI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도 조양호 한진그룹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칼은 이달 29일, 대한항공과 한진은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잇따라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지난 4일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진그룹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꾸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 서스틴베스트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에도 반대를 권고했고 ISS 또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돌턴인베스트먼트 등 행동주의펀드로부터 압박을 받았던 현대홈쇼핑은 ISS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ISS는 최근 낸 자문 보고서에서 오는 28일 현대홈쇼핑의 주총에서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에 모두 찬성 투표할 것을 권고했다.

ISS 측은 “일부 주주가 이사회의 전반적인 동력과 감사위원회의 감시 기능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배당금 등 안건에 대해 반대했으나 현시점에서 주장을 설득력 있게 할 구체적인 근거는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결권자문사들은 고위공직자 출신 또는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의 사외이사 선임에 잇따라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삼성전자의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에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삼성그룹 산하 학교법인이지만 계열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 교수가 사외이사가 되는 것은 법률상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소속 교수 역시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박 후보가 기업 총수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법인 소속 교수라는 점에서 충실한 사외이사로서의 임무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GS리테일의 하용득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하 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로 재직 중에 있으며 과거 부산지검 부장검사 경력이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후보자는 지난 2006년 이후 2016년 3월까지 분석기업의 계열사(GS건설) 법제실장 등의 재직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분석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이들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2019년 업무계획’을 통해 대량보유 공시제도인 ‘5%룰’ 관련 연구용역을 두달 연장해 의결권 자문사의 관리감독까지 추가로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사항을 따르는 기관투자자의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24곳이 작년 3월 686개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를 권고한 의안 2581개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일치율)은 25.0%에 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의결권자문사에 대한 신뢰도 문제라기 보다는 아직까지 시장이 변화의 과도기에 속해 있다고 본다”며 “의결권자문사의 의견들에 대해 어떠한 피드백을 줘야할지, 아직 시장이 충분히 학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도 평판이 괜찮은 의결권자문사를 따라가기 보다는 자문사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후에 자문사가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근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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