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유럽 판매량 껑충···“친환경 규제가 오히려 기회”

현대기아차의 유럽 활로 개척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판매량 1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다. 마침 현대기아차가 고성능 친환경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집중 계획을 밝히면서 까다로운 유럽 환경 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유럽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1~8월 유럽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71만5050대로 집계됐다. 4달 남은 올해 실적을 내다보면 100만대 판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는 2008년 유럽 판매량 50만8574대에서 10년 만에 판매 규모를 2배 이상 키우게 된다. 지난해에도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99만5383대를 판매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이어 제3 시장으로서 일정 수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기아차의 i시리즈, ix20, 씨드, 벤가 등 맞춤형 제품이 실용성을 우선으로 꼽는 유럽 소비자 사이에서 통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977년 그리스에 포니 300대를 수출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연간 판매 100만대를 돌파 실적까지 41년 이라는 단기간에 금자탑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41년 전인 1977년 그리스에 포니 300대를 수출하며 유럽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1995년 기아차에 이어 2000년 현대차가 유럽총괄법인을 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2007년 슬로바키아세 세워진 기아차 현지 공장과 2008년 체코에 설립된 현대차 현지 공장이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유럽 별도의 연구개발(R&D) 등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 등 악재와 중국 정부의 자국 시장 우선주의를 고려하면 유럽 시장 판로 확대는 현대기아차에 청신호다. 유럽이 현대기아차의 3번째 시장으로 올라오면서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서 운신의 폭을 다각화 해 위험 분산 효과를 거둘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이나 중국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유럽의 환경 기준도 현대기아차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집중 육성하며 새로운 자동차 산업 시대에 패권을 쥐려는 중국을 상대로도 아직까지는 현대기아차가 확연히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유럽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토머스 슈미트 COO는 최근 파리 모터쇼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유럽은 안전과 환경 규제가 강해 중국차가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유럽의 과도한 환경 규제는 현대차에겐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테스트 통과인데 현대차가 이를 통과한 몇 안 되는 회사”라며 “유럽에서 SUV 전기차는 코나EV가 유일하고 수소전기차 넥쏘 등 각종 친환경차를 모두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소형 SUV 전략도 유럽 시장을 환하게 밝히는 요소다.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그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지만 유럽 시장은 다르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코나, 니로, 넥쏘, 스토닉, 쏘울 등 SUV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