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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방안vs기업옥죄기···논란 속 시행 연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반쪽짜리 방안vs기업옥죄기···논란 속 시행 연기

등록 2018.07.26 13:55

이지숙

  기자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 유보 두고 위원간 의견 엇갈려시민단체 “사실상 주주권행사 포기” 강한 비판재계 “의결권행사 사전공시 가이드라인될까 우려”

정부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이 논란 속에 한 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지난 17일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공개한 국민연금은 관련기관, 업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한 뒤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방안을 최종적으로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경영참여 포함 여부’에 대한 위원간 견해가 엇갈리며 의견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30일 제6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다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등의 기관 투자자가 고객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 등의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토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계열사에 대한 편법지원 등 불투명한 경영을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2015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추진을 시작했으며 이후 다각도로 검토를 거쳐 지난 17일 도입방안을 공개했다.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하지만 일부에서는 ‘반쪽짜리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비판이, 재계에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우려를 보내며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 정부가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스튜어드십 코드 로드맵 가운데 주요 쟁점은 △수탁자책임전문위 구성 △의결권행사 사전 공지 △주주대표소송 △자산운용사 의결권 위임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 유보 등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배당 관련 주주활동 개선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주주대표 소송 근거 마련 △기업가치 훼손이유 발생시 주주활동 관련 내용 명문화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논란이 됐던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는 일단 보류됐으나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간섭 우려, 기금운용상의 제약 등을 감안해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 미해당 주주권부터 도입하되, 경영참여 주주권은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 도입을 재검토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4일 논평을 내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 이중·삼중의 차단장치를 스스로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를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하는 계획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기금운용본부의 역량을 고려해 주주활동의 범위를 점진적·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에는 찬성하나, 재계에서 주장하는 기업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사·감사 후보추천, 위임장 대결 등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에 해당하는 활동을 포기하는 것은 그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안에는 경영참여 활동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이중·삼중의 통제장치를 제안하고 있는 만큼 경영참여 활동 전체의 포기는 통제장치의 유용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 재계의 눈치를 보고있다는 반증이므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도 재벌총수일가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야 한다며 이번 도입방안은 도입단계부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쪽짜리 스튜어드십 코드가 될 공산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사 및 감사후보 추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소비자, 전문가 대표 등 총수일가의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인, 실제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 선출을 위해서는 경영참여가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2019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위탁운용사를 활용한 주주활동 확대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현했다. 위탁운용사에 의결권행사를 위임하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자체를 사문화하는 것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결권 행사 운용사 위임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민연금은 발을 빼고 그 책임은 운용사에 떠넘기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반대로 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관치주의와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의결권행사 사전공시의 경우 주주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받아드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는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14일 이내 사후공시하고 의결권전문위 결정만 사전공개개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 원칙적 사전공시하고 수택자책임전문위 결정안건, 공개 주주활동 관련 기업 안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했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국민연금이 찬성, 반대를 제시할 경우 일반 투자자나 다른 기관투자자 특히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5월 현대모비스가 주주총회를 취소한 것과 같은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기업의 규모 등을 고려해야하는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기업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단계부터 참여해 많은 논의를 했지만 상장사의 입장은 전혀 반영이 안된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제3의 기구에 맡겨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한다면 찬성이지만 현재 국민연금에서 이뤄진다는 방안은 반대”라며“국민연금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이이뤄진다면 낙하산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회’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국민 노후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기업경영 감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 내용이 제외됐지만, 현행 법령상 국민연금이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 내용은 모두 포함됐고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며 “경영 일탈 행위로 심각하게 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에 처한다면 신속하고 적극적인 공개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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