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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서 빛난 ‘진짜’ 원칙

[기자수첩]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서 빛난 ‘진짜’ 원칙

등록 2018.04.12 16:10

김민수

  기자

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서 빛난 ‘진짜’ 원칙 기사의 사진

지난 2016년 9월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당시 한진해운과 협상을 벌인 정부 및 채권단이 ‘오너가 있는 기업은 기업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을 비롯한 5000억원의 자구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직후 경제팀 수장이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상되는 해운·항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공언과 달리 국내 및 전세계 항구에서는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에 실린 화물이 하역조차 못한 채 표류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한 때 전세계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한국해운산업은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만성적인 유동성 악화에 직면한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역시 최근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 달을 보냈다. 양사 모두 채권단으로부터 뼈를 깎는 자구안과 노사합의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로 보내겠다는 엄포 속에 노사가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협상 시한을 3시간 남겨두고 중국의 더블스타 자본 유치에 전격 합의했다. 반면 STX조선은 데드라인보다 하루 늦은 시점에 확약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자구안을 받아들이고 법정관리 신청 계획도 철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조조정 주체가 되어야 할 산업은행이 갈팡질팡하며 ‘버티면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진짜’ 원칙들은 모두 충족됐다.

실제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와 STX조선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전제 조건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에게는 ‘해외자본 유치에 동의한다’는 노사합의서를, STX조선에는 고정비 40% 감축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생존의지가 없다면 정리한다’는 원래 취지 또한 그대로 보존했다. 그들은 생존의지를 충분히 피력했고, 채권단은 자신들이 정한 데드라인을 임의로 연장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을 뿐이다.

‘플랜B’ 없는 무능한 원칙론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충분히 겪었다. 데드라인을 어겼다는 비판 대신, 융통성을 발휘한 정부의 노력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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