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핵심 증인 맞나···오락가락‧횡설수설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두고 핵심 증인으로 꼽혀온 장시호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횡설수설하며 제대로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영재센터를 설립한 장 씨의 증언이 오락가락하면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사이의 연결고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시호 씨는 증인 선서 전부터 눈물을 흘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증언을 하는 도중에도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흘렸다. “구속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무시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등의 말을 할 때는 울먹임이 커지기도 했다.

문제는 앞서 장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던 관계자들 재판들과 달리 유난히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장 씨는 이규혁 전 선수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김종 전 차관과 영재센터 설립을 위해 긴밀하게 논의한 것 아니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아는 척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이규혁 선수나 다른 직원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기죽기 싫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 전 차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도 사단법인을 설립할때 모르는 부분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서이지 개인적인 이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선수와의 카톡 메시지에 등장하는 ‘미스타’나 ‘미스 킴’은 김 전 차관을 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최 씨와 김 전 차관을 혼동해서 사용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변호인단과 소모적인 공방을 벌였다.

장 씨가 메시지에 ‘나 미스김이랑 있는데’라고 한 것을 두고 “이규혁에게는 김 전 차관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이모(최순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한 ‘미스김이랑 2년간 일하면서 내가 이렇게 부탁한 적 없었는데’라는 메시지에서는 “실제로 이모와 2년간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모일 수없다”면서 “그 때는 김 전 차관과 일한 것을 과장해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김 전 차관과 이모를 둘다 칭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가 “나는 그 때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나의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 과장해 말했다”라고 다시 정정했다.

또 변호인이 김 전 차관을 알게 된 시점에 대해서 묻자 “처음에 한양대 교수로 소개를 받았다”면서 “김종과 알게 된 것은 2015년 2월경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측이 장 씨의 페이스북에 김 전 차관의 번호가 2014년부터 등록되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자 “2015년 아닌가요?”라며 되물었다가 “페이스북은 잘 모르겠지만 김종 전 차관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적 없다”며 정신없는 답을 내놨다.

변호인이 ‘미스터’와 ‘미스 김’이 누구를 칭하는 지 거듭 추궁하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규혁과는 통화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모두 김 전 차관 보이지만 이모를 칭할 때도 있다”는 이상한 답을 하기도 했다.

장 씨의 오락가락 증언으로 특검과 변호인 측 모두 마뜩잖은 표정으로 공판을 마무리 해야 했다. 특검은 영재센터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 씨와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하려 했으나 빗나갔다. 삼성 변호인 측은 김종 전 차관 등의 강요와 압박에 의한 후원임을 입증해야 했지만 장 씨는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말을 바꾸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장 씨는 “영재센터 설립 당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영재센터는 공익적 성격이 있었고 그를 위해 열심히 일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이 후원한다는 계약서를 받기 전까지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면서 “삼성의 후원이 확정된 것은 후원을 위한 계약서가 오갈 때 였고, 그전 까지는 삼성의 후원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후원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장 씨가 걱정 할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변호인 측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삼성전자 영재후원 업무 담당 과장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영재센터에 이상한 분이 없었으며 은퇴한 스포츠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부당한 지시로 보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