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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합산규제 손질 움직임에 복잡해진 셈법

이통사, 합산규제 손질 움직임에 복잡해진 셈법

등록 2017.08.29 09:52

김승민

  기자

정부, 내년 6월 일몰 앞두고 규제 존폐여부 검토‘폐지’ 외치던 KT, 딜라이브 인수 위해 강한 반대 SKT·LGU+, 인수전 참여여부 따라 입장 바꿀 수도

이통사, 합산규제 손질 움직임에 복잡해진 셈법 기사의 사진

정부가 케이블방송사와 위성방송사, IPTV 등이 경쟁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기업이 시장독과점을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합산규제’를 손보겠다고 발표하자 사업자들 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케이블사 딜라이브가 매각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규제 유지를 외치던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태도를 바꾸거나 전보다 미온적으로 나올 수 있다. 시장 1인자로서 줄곧 ‘폐지’를 주장해온 KT도 딜라이브 인수로 확고부동한 시장 장악력을 위해 전보다 더 강하게 합산규제 반대를 밀어붙일 수 있다.

28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21일 합산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 연구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합산규제는 2015년부터 도입돼 별개 시장이던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IPTV를 하나의 유료방송시장으로 묶고 특정 기업군이 전체 가입자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게 제한해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는 제도다. 3년 일몰로 규정돼 2018년 6월 27일 폐지된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을 운영해 합산제도의 유지, 폐지, 조정, 대안 마련 등 방안을 검토하고 연내 정책방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합산규제를 바라보는 유료방송사업자들 간 시각은 첨예하게 갈렸다. 여기에 케이블방송사 ‘딜라이브’가 인수합병 매물시장에 나올 예정이라 이해관계는 더 복잡하게 얽힐 전망이다.

그간 합산규제 ‘폐지’를 주장해온 곳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KT다. 지난해 말 기준 KT는 IPTV인 올레tv(19.50%)와 자회사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10.68%) 점유율을 더해 전체 시장의 30.18%를 차지하고 있다. 상한선 33.33%까지 3.15%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KT는 합산규제가 기업행위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라고 역설한다. 미디어 간 융합이 이뤄지는 뉴미디어 시대와도 동떨어진 제도라는 설명이다.

나머지 이통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케이블방송사들은 KT의 시장독과점을 방지하려면 합산규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딜라이브가 2015년부터 매각을 추진하면서 상황은 물밑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딜라이브에 관심을 보인다면 전처럼 합산규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유지’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질 수 있다. 실제 인수를 하게 되면 시장점유율이 2위로 뛰어오르면서 KT와 함께 과점 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딜라이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6.72%로 업계 7위다. SK텔레콤(13.10%)이나 LG유플러스(9.91%)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당장 시장점유율은 현재 2위인 CJ헬로비전(13.20%)을 뛰어넘게 된다. 특히 SK텔레콤은 26% 이상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어 합산규제의 장기 연장은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통사 관점에서 케이블방송사는 새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인수할 시 모바일과 인터넷, TV를 묶은 결합상품을 제공해 가입자를 늘리거나 주문형 비디오(VOD),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수익도 확대할 수 있다.

최근 딜라이브가 OTT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며 성과를 내는 부분도 이통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대목이다. 딜라이브는 지난해 6월 넷플릭스와 손잡고 전용 OTT 셋톱박스 ‘딜라이브 플러스’를 선보인 후 최근 9만3000대 이상의 누적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딜라이브가 자회사 판매도 추진하면서 몸값을 떨어뜨리고 있는 점도 인수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다. 딜라이브는 이달 말 핵심 자회사인 IHQ를 우선 매물시장에 내놓을 예정으로 전해진다.

딜라이브 역시 매각이 성사되려면 자본이 충분한 이통사의 러브콜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다른 케이블사들과 함께 합산규제 유지를 외치기 어려운 분위기가 차츰 형성될 수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불발된 사례가 있는 만큼 딜라이브 거래도 쉽진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탄력을 받는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통합방송법 개정안은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 등 방송사업자 간 지분율 소유 제한 폐지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통과되면 이통사와 케이블방송사 간 인수합병이 전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고려해 합산규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딜라이브 품고 110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해 유료방송시장에서 1등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모두 딜라이브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SK텔레콤은 KT를 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만년 3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딜라이브 인수와 합산규제 연장 문제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라며 “KT도 딜라이브 흡수로 1000만 이상 가입자를 얻기 위해 전보다 더 강력하게 합산규제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케이블사들과 달리 매각을 추진 중인 딜라이브는 인수기업이 많을수록 좋고 실질적으로 인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이통사들”이라며 “(합산규제 완화로) 이통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몸값이 올라가길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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