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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편입 기준 조정’ 보는 두 가지 시선

‘대기업 편입 기준 조정’ 보는 두 가지 시선

등록 2016.06.09 16:05

수정 2016.06.09 16:19

정백현

  기자

대기업 편입 기준 자산 10조원으로 상향 조정재계 “규제 대상 축소로 경영 환경 유연화 기대”中企 “U턴한 옛 대기업, 편법적 경영 횡포 우려”

이른바 ‘재벌’의 간판을 달 수 있는 문턱이 높아졌다. ‘재벌’ 대열 합류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 편입 기준 자산총액이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8년 만에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재계 전반에서는 규제를 받는 기업의 수가 줄어들게 된 만큼 바뀐 규정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규정이 오히려 재계 내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경제 관계부처 등과의 협의와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이같은 내용을 적용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조정에 따라 앞으로는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는 기업만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로써 65개에 이르던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 수는 절반 수준인 28개로 크게 줄어들게 됐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바뀐 것은 현행 대기업집단 편입 기준으로 책정된 자산총액 하한선이 너무 낮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국가 경제 여건의 변화로 웬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춘 벤처기업도 5조원 이상의 자산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자산이 5조원을 갓 넘는 신생 대기업이나 자산 100조원 이상의 재계 빅5 기업이 같은 선상에서 똑같은 내용의 규제를 받는 불평등 요소가 부각됐고 결국 이것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바꾸는 배경이 됐다.

이번 기준 조정으로 올해 새롭게 대기업집단 대열에 합류했던 카카오와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하림 등 신생 대기업은 다시 중견기업으로 내려가게 됐고 KCC, 한국타이어, 이랜드, 코오롱, 동부, 아모레퍼시픽 등 기존 대기업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번 기준 조정에 대해 재계에서는 양분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대기업에서는 규제의 대상이 줄어들면서 기업 경영 환경이 한층 유연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 등은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산 총액 기준 규제는 점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면서 “지정 기준을 3년마다 재검토하는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호평했다.

특히 대기업 대상에서 빠지게 된 기업들은 대부분 이번 기준 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 틀에서는 추가적 투자나 사업 확장 등이 어려웠지만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로부터 지원과 보호를 받으면서 더 큰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반대로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기준 조정 조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으로 가는 장벽이 높아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지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사례가 더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기준 조정 조치에 대해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 관련 규제 대상을 줄이는 것은 잘한 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산업별, 업종별, 자산규모별로 면밀한 분석과 합의가 이뤄진 뒤에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견기업으로 돌아온 기업들의 편법 행위다. 이번 조치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진 ‘대기업급 중견기업’은 상호출자나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대기업 사업 진출 금지 규제 등을 받지 않기 때문에 편법 경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돌아오게 된 카카오의 경우 과거 대리운전이나 택시 중개 사업의 신규 진출이나 확장이 어려웠겠지만 앞으로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장벽이 사라지게 돼 기존 중소 영세업체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재계의 극소수인 거대 기업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움직인 격”이라며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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