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2일 일요일

  • 서울 11℃

  • 인천 11℃

  • 백령 11℃

  • 춘천 10℃

  • 강릉 12℃

  • 청주 12℃

  • 수원 11℃

  • 안동 15℃

  • 울릉도 15℃

  • 독도 15℃

  • 대전 12℃

  • 전주 14℃

  • 광주 14℃

  • 목포 15℃

  • 여수 18℃

  • 대구 17℃

  • 울산 17℃

  • 창원 18℃

  • 부산 18℃

  • 제주 17℃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인터뷰]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등록 2016.05.16 15:13

이소희

  기자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기사의 사진

오랜만이다. 이렇게 날 것의 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밴드 라데와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들의 연습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라데는 “안녕하세요” 우렁차고 깍듯한 인사대신, 원래 알고 있던 사이인 마냥 왁자지껄 편안하게 인사를 건넸다.

꾸밈 없는 인터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그래서 설렜다. 실제 라데는 미디어 매체의 군더더기가 많이 묻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날의 이야기는 깨끗했고 솔직했다.

2012년 결성된 라데는 변재민(보컬), 최우현(베이스), 너구리(드럼), 상의준(랩)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원래 홍대 인디신에서 ‘라우들리데시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토탈셋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후 메이저신에서 데뷔를 하게 됐다.

◆ 라데, 음악방송 향해 내딘 첫 발

라데에게 이번 인터뷰는 소속사 계약을 맺은 후 이행한 딱, 세 번째 공식 스케줄이었다. 이전의 두 번은 음악방송 일정이었다.

“원래는 버스킹과 클럽 공연 위주로 활동했어요.”(변재민) “이번 데뷔앨범을 기준으로 팀명도 바꿨어요. 대중들이 이름을 부르기에는 너무 긴 것 같아서 라우들리데시벨의 줄임말인 ‘라데’로 활동하게 됐어요.”(상의준)

인디가수가 엔터테인먼트사에 둥지를 트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돌 그룹 위주로 흘러가는 가요계에서 방향이 맞는 곳도 드물고, 자유롭게 활동하던 이들이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도 어렵다.

또 하고 싶은 음악을 펼치던 것과 달리 원치 않는 회사의 요구와 모습에 순응해야 할 때도 있다. 공식적인 매체를 통하는 만큼, 음악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라데가 이런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변재민은 “인디 신에서는 공연으로 활동하더라도 수익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악으로만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기사의 사진

그렇다고 무조건 돈을 위해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라데는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방송활동을 하는 것이 자신들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라고 생각했고, 좀 더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메이저 행을 택했다. 결국 음악을 더 많은 대중에게 내보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

“음악방송 해보니 색달라요. 인디신에서 공연을 할 때는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가며 즐긴다면, 음악방송에서는 음악뿐만 아니라 표정, 연기, 비주얼 등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게 재미있어요.”(변재민)

“대기할 때 스태프 분들이 힘들지, 우리가 딱히 힘든 부분은 없어요.”(상의준) “한 가지 있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 (웃음)”(너구리) “보컬 포지션이다 보니 대기시간에 잠을 자면 목이 잠기니 신경을 써야 해요.”(변재민)

“부모님은 참 좋아하셨어요. 공연하는 걸 거의 못 보셨는데 이렇게 방송에서 우리가 음악 하는 모습을 좀 더 쉽게 보실 수 있으니까요.”(변재민)

라데의 말투는 메이저와 인디 신을 뚜렷한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이들에게 음악방송은 라데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와 그에 따라 갖춰야 할 요소들이 달라진다는 것 외에는 딱히 달라진 것도, 특별한 점도 없었다.

오히려 “음악방송과 인디활동에 다른 점이 뭐가 있냐”라는 질문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메이저 데뷔를 했으니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하는 군기가 바짝 들지 않아 좋았다.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기사의 사진

다만 악기를 다루는 멤버들은 라이브로 방송할 수 없다는 점에선 좀 안타깝기도 했는데, 최우현은 “백밴드를 해봤기 때문에 괜찮다”고, 너구리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연주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생생한 음악의 전달’이었다.

“공연은 라이브로 연주하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호응도 달라지고 현장감이 있어요. 리얼 사운드죠. 그런데 음악방송은 보여주는 곳이라 보컬 말고는 들려줄 게 없어요. 이런 점은 좀 아쉽긴 해요.”(상의준)

◆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요”

한창 컴백가수들이 몰려드는 요즘, 아이돌이 가득한 대기실 풍경이 낯설지는 않았을까.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싶어요.”(너구리) “별 생각은 없어요. 가는 길이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것 외에는요.”(상의준)

더군다나 FT아일랜드, 씨엔블루 등이 활동하긴 하지만 여전히 밴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밴드도 없어서 좀 외롭진 않을까, 성격이 다른 아이돌밴드로 비춰지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요즘 대중가요에는 댄스나 팝적인 요소가 많죠. 그런데 80년대 후반에는 밴드가 많았거든요. 트렌드는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너구리)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를 좋아해주시면 당연히 좋지만요. 저희는 음악이 좋아서 시작을 했는데. 저희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팬들도 마찬가지로 메이저 활동을 하는 과정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상의준) “여전히 공연으로도 많이 활동하고 보여드릴 거에요.”(너구리)

넬, YB,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밴드 등 거처는 유지하되 여전히 자유롭게 음악활동을 하는 수준 높은 밴드들이 떠올랐다.

라데의 데뷔앨범 ‘존중 받지 못한 이별’은 어쿠스틱콜라보, 아이유&나윤권, 딕펑스, 박시환 등과 작업했던 박민서가 편곡과 프로듀서를 맡았다.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기사의 사진

앨범에는 신곡과 더불어 지난 발매 곡들을 새롭게 편곡한 트랙들이 담겼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존중 받지 못한 이별’은 2013년 록발라드 버전으로 발표했던 싱글이다. 전체적으로 좀 더 세련되게, 팝 적인 요소를 넣어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의 변화를 꾀했다. 보컬 역시 한층 더 담백하고 서정적이다.

“예전에는 음악 만드는 방식, 실력 등이 부족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존중 받지 못한 이별’ 후렴구가 빠르게 만들어졌고, 이게 작곡의 시작이 됐어요. 제대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던 초기의 곡이라 뜻 깊어요.”(변재민)

아울러 라데의 음악은 보컬 변재민의 작사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래퍼 상의준이 ‘오디티(Oddity)’라는 이름으로 랩 메이킹을 올렸다. 보컬 파트의 가사는 좀 더 나긋나긋하고 다정하다면, 랩 가사는 다소 거칠고 직설적이다. 특히 두 상반된 매력처럼, 멤버들이 가사를 떠올리는 상황도 달라 재미있다.

“전 주로 드라마를 보면서 가사를 써요. 연애 드라마를 보며 캐릭터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뭐였을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등을 상상해요.”(변재민)

“무조건 내 상황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해요. 주로 겪었던 걸 가사로 써요. 독특한 건 없는데 우리는 감수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고, 그에 따른 아웃풋으로 나와야 하니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편이에요.”(상의준)

◆ 거칠게 깨어지고 영롱하게 빛나리

더욱 독특한 것은 라데가 지금까지 선보인 곡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별에 관한 슬픈 곡이라는 사실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란다.

“활동 초반에는 이별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별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주제로도 음악을 만들어요. 다양한 곡 많이 갖고 있어요.”(변재민) “지금은 저희를 처음부터 알려야 하니 기존 곡들을 편곡해 나왔는데, 발매 안 된 곡들 중에서 신나는 음악도 많아요.”(상의준)

더불어 멤버들은 “요즘에는 좀 더 러프한 음악에 꽂혀있다”고 말해 지금껏 보여준 아름다운 멜로디와 또 다른 색깔을 기대케 했다.

 밴드 라데, 깨진 유리구슬 속 무지개처럼 기사의 사진

“이제껏 만들었던 음악이 유리구슬 같았다면, 앞으로 들려줄 음악은 그걸 아스팔트에 깨 부수는 게 될 것 같아요. 그 깨진 조각들이 햇빛을 받고 여러 색깔이 반사되는 그런 느낌이요. 저희 보컬이 아름다운데, 그걸 깨부숴서 이런 저런 색깔을 비추고,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상의준)

“색깔로 표현하자면 아스팔트 색깔? 길거리에서 시작했고 때 묻은 것도 있고,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약간은 어두운 감성도 있고요.”(상의준)

“라데 음악은 맛있는 것 같아요. 장르가 다양하거든요. 하나의 표현보다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를 아우르기를 바라요.”(너구리) “그렇다고 또 반전은 아니에요. 홍대에서 공연할 때 그런 모습들도 있었거든요.”(상의준)

“저희는 음악을 하고 싶은 청년들이에요. 나이 먹어서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음악으로 많은 공감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사진=토탈셋엔터테인먼트]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