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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연기 시계는 이제부터 간다

[인터뷰] 안재홍의 연기 시계는 이제부터 간다

등록 2016.04.26 06:01

이이슬

  기자

'위대한 소원' 유쾌 고교생 갑덕 변신 안재홍의 진솔한 이야기

안재홍/사진=최신혜 기자안재홍/사진=최신혜 기자



가만히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배우 안재홍 이야기다.

안재홍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안재홍은 인터뷰 내내 순진무구한 매력으로, 또 유쾌한 입담으로 계속해서 웃음을 안겼다. 인터뷰에 임한 그의 자세는 진지했지만, 안재홍이라는 사람은 유쾌했고 즐거웠다.

안재홍을 처음 본 것은 영화 ‘족구왕’(2014)을 통해서였다. ‘족구왕’에서 안재홍은 복학생 홍만섭 역으로 분했다. 안재홍이 홍만섭인지, 홍만섭이 안재홍인지. 뭐가 선이고 후인지 헷갈릴 만큼 안재홍은 찰지게 배역과 하나되었다. 터지는 웃음을 막기란 힘들었다.

이는 ‘족구왕’을 본 관객이라면 공감할 포인트다. 그런 그가 ‘응답하라’ 시리즈 세 번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대됐다. 단언컨에 이번 시리즈의 최고의 기대주는 안재홍이겠구나 짐작됐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이후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어리바리하지만 순수한 매력을 지닌 정봉 역을 특유의 순박한 정서로 잘 표현해내 스타덤에 올랐다.

◆ ‘위대한 소원’ 갑덕 위해 온 몸 던져



안재홍의 매력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보이는 고유의 진지한 호흡이다. 반템포정도 느리지만 그래서 더 집중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 호흡말이다. 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이는 코믹한 상황 안에서 안재홍을 빛나게 했다. ‘족구왕’에서 그랬고, ‘응답하라 1988’에서 그러했다.

‘위대한 소원’은 인정, 사정이 필요한 친구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나선 절친녀석들의 혈기왕성 코미디 영화로 고환(류덕환 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갑덕(안재홍 분)과 남준(김동영 분)이 나선다.

안재홍의 장기는 ‘위대한 소원’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안재홍은 고등학생 갑덕을 특유의 매력으로 자연스럽게 입었다.

“시나리오 속 갑덕이는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라서 보는 내내 궁금했어요. 갑덕이는 무슨 마음일까. 그런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명료한 캐릭터잖아요. 단순한 캐릭터이니 심플한 매력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안재홍은 갑덕이의 매력을 가장 먼저 말하며 ‘위대한 소원’의 매력을 늘어놨다. 어떤 매력이 안재홍을 ‘위대한 소원’으로 이끌었을까.

"B급 코미디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새로웠죠.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어요. 거 안에서 갑덕이가 일을 계속 만들어내고 매를 벌죠.(웃음) 그런 지점에서 오는 매력을 느꼈어요. 코미디 영화는 다양한 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극단에 놓인 B급 코미디로 볼 수도 있겠죠. 이러한 매력을 지닌 코미디 영화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또 혼자 뭐를 해야겠다기보다 상황이 점층적으로 쌓여가고 앙상블에서 나온는 재미가 매력적이었어요.“

 안재홍의 연기 시계는 이제부터 간다 기사의 사진



‘위대한 소원’에서 갑덕이는 고환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양 뺨이 만신창이가 되고 말지만 갑덕은 오로지 죽음을 앞둔 친구의 소원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신 뺨세례를 맞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물으니 안재홍은 고개를 저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생각보다 맞는 장면에서 아프지 않았어요. 때려주시는 연기자 분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죠. ‘괜찮아요. 세 개 때리셔도 되요’라고 말했어요. 잘 때려주셔서 한 번에 오케이가 났어요. 그 분들이 어쩔줄 몰라 하시기에 괜찮다고, 맷집이 좋다고 말씀드렸죠.(웃음)”

안재홍은 천연덕스럽게 갑덕이가 됐다. 이처럼 다른 듯 묘하게 닮아있는 안재홍과 갑덕이였다. 안재홍과 갑덕이는 어디까지 닮았을까.

“갑덕이와 평소 제 모습은 정말 달라요. 저는 갑덕이처럼 말썽을 부리거나 일을 만드는 성격이 아니에요. 낯가림도 심한 편이죠. 친한 친구들한테는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다양한 성격이 제 안에 있겠죠.”

갑덕이는 고등학생이다. 안재홍은 ‘위대한 소원’에서 교복을 입고 파마머리로 변신했다. 주목할 점은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점이다.

“감독님이 갑덕이는 명료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에서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짐작하기 보다 (관객이) 대본 속 캐릭터가 단번에 이해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머리스타일도 파마머리를 했고 옷도 일부러 튀는 의상을 입었어요. 어떻게 보면 캐릭터가 심플하니까 배역에 다가가기 쉬웠던 것 같아요."

◆ 배우 안재홍 vs 감독 안재홍

안재홍은 오는 4월 28일 개막하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감독으로 초청되었다. 안재홍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검은돼지’는 20대 마지막 날을 맞은 두선이 여러 이유로 하루에 세번 짜장면을 먹게 되는, 한남자의 이상한 어떤 하루를 그린 흑백영화이다. 영화에는 안재홍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물으니 안재홍은 비로소 환하게 웃으며 수다쟁이로 변신했다. 오는 4월 29일 GV를 열고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는 안재홍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전주국제영화제라는 큰 무대에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게 얼마나 기분좋은지 모르겠어요. 연기자로서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에요. 제가 출연까지 한 영화라서 부담도 되고 부끄럽지만 다행이에요. 영화를 만든 스태프가 4명이에요. 저를 포함해 다섯인데 다섯명이서 한 차로 돌아다니며 촬영했어요. 촬영 장비도 트렁크에 쏙 들어갔죠.(웃음) 예정된 GV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영화를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다는게 기분이 좋아요.”

 안재홍의 연기 시계는 이제부터 간다 기사의 사진



안재홍은 영화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과거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도 영화관에서 할 정도로 안재홍에게 영화는 남다른 의미를 준다. 이번에 자신이 만든 영화가 영화제에 초청된 것에 크게 기뻐하는 이유도 영화가 가진 의미 때문일 터. 이번 일을 계기로 안재홍은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에 되새겼다.

“‘검은돼지’ 작업을 통해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3일 촬영했지만 뜨거웠거든요. 촬영한지 1년이 넘었지만 혹시 그리워지면 단편으로 또 다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당장 계획이나 포부는 없어요. 영화를 보는 것은 참 좋아요. 깜깜한 장소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숨죽이는 거잖아요. 기분 좋은 일이죠.”

◆ 안재홍의 시계는 이제부터

안재홍의 연기를 잘 살펴보면 그가 노력파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느끼는대로 본능과 감정에 흐름을 맡기기보다 지문과 대사를 몇 번이고 들여다 본 흔적이 연기에 묻어난다. 이는 신중한 그의 성격과도 닮았다.

“지문은 절대 허투루 쓰여진 것이 아니죠. 시나리오에 충실하는 편입니다. 배우는 지도를 잘 따라야하지요. 영화를 보며 마음이 동하는 것은 아주 작은 포인트에요. 무심한 눈빛일 수도 있고, 슬쩍 지나가는 어떤 것에도 관객들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설정해서 연기한다기보다 배역이 어떤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주를 무리하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할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편이지요.”

‘족구왕’ 홍만섭을 지나 ‘응답하라1988’ 정봉이, ‘위대한 소원’ 갑덕이까지 안재홍은 참 열심히 달려왔다. 또 ‘도리화가’와 ‘널 기다리며’를 통해서도 얼굴을 비췄다. 연이어 선보인 배역의 공통 분모는 분명히 존재한다. 배우로서 욕심이 밀려올 시기인 것도 분명해 보였다.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 바람이죠. 다양한 영화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라서 아주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정봉이로 알아봐주시고 반가워해주시는데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조급하기 보다 잘 걸어가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지요. 다른걸 보여줘야 하는데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나 부담감보다. 제 스스로 바라보는 저는 어립니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제부터 아주 건강하게 잘 걸어가면 될 것 같아요.”

안재홍은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한 음절씩 내뱉으며 예쁘게 말했다. 말을 매듭지은 그는 “조리있게 말하고 싶었어요. 인터뷰니까요”라고 말하며 땀을 닦았다. 신중하고 진중한 청년 안재홍이었다. 이는 배우 안재홍의 큰 매력이기도 하다. 진지한 태도로 진심을 더듬더듬 꺼내는 모습이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의 연기와도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재홍의 연기 시계는 이제부터 간다 기사의 사진



안재홍은 오는 5월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촬영에 들어간다. 4월 28일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일정을 마무리 한 후 안재홍은 영화 촬영에 들어가 또 다른 배역의 옷을 입는다. 봉블리, 갑덕이로 이어진 그의 필모그라피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그 어떤 배우보다 기대된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촬영을 위해 요즘 서예를 배우고 있어요. 사관 역할이라서 장원급제한 설정이지요. 똑똑한 역할이에요. 비범한 모습이 보여질 것 같아요. 잘 준비해서 촬영할 생각입니다. 그 전에 20일 개봉한 ‘위대한 소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즐겁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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