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지우, 사랑스러운 여배우의 민낯을 마주하다

배우 최지우는 새침할 것 같았다. 도도하고 까칠하고 깍쟁이 이미지가 강했다. 아마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보여진 이미지 탓 일수도 있겠다.

이는 대중의 편견에 불과했고,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갔다. 최근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에서 보여준 최지우의 이미지가 그랬다. 밝았고, 긍정적인 모습에 웃음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언니, 동생, 누나 같았다. 그렇게 최지우는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최지우는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이러한 모습을 쉬이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꽃청춘’ 출연 이후 대중은 이제 예능 속 이미지를 더욱 가깝게 기억한다.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현진)에서 최지우는 도도하고 까칠하지만 허당기 가득한 승무원 함주란(최지우 분) 역으로 분했다. 영화는 대책 없이 ‘좋아요’를 누르다가 진짜 좋아져 버린 내 생애 가장 설레는 로맨스다. 최지우는 김주혁과 알콩달콩 연애를 그린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최지우는 세상 근심 걱정없이 맑고 밝은 얼굴로 하하 웃으며 기자를 반겼다. 소탈한 그의 모습이 더욱 반가웠다. 그 모습은 영화 속 함주란 그 자체였다. 그에게 밝은 모습이 어쩐지 친근하다고 말을 건네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친근하게 여겨주시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의 출연 영향이에요. 밝고 허당기 넘치는 캐릭터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드라마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아름다운 날들’ 등을 통해서 보여드린 캐릭터는 밝음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묵직한 배역들이었어요. 이후 ‘스타의 연인’, ‘유혹’까지 나름대로 변화를 주고 싶었죠. ‘두 번째 스무살’에서는 밝고 천진한 하노라가 비슷했죠. 그 사이에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속 모습이 발랄했기에 친근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최지우는 정말 많은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에서 활발하게 얼굴을 비췄다. 스크린을 통해 최지우를 만나기를 바라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지우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좋아해줘‘는 최지우가 2009년 개봉한 ’여배우들‘(감독 이재용) 이후 7년 만에 출연한 영화로도 관심을 끌었다.

“7년이 걸렸네요. 이렇게 오래된 지 몰랐어요. ‘여배우들’ 하기 전까지 공백기가 길었죠. 그 때는 영화가 불편했어요. 드라마에 익숙했기에 감정을 위해 끊어서 가는 것들이 어색했죠. 감정 연기가 어렵다는 것도 다시 느꼈어요. 요즘은 달라졌더라고요. 촬영 방식이 빨라졌어요. 하루에 12시간 정도 할애해 촬영하는 것도 좋았어요. ‘좋아해줘’를 촬영한 후 ‘앞으로 영화 해야겠다’라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영화에서 최지우는 배우 김주혁과 알콩달콩 사랑을 빚는다. 이들은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익숙하고 친근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주혁은 영화 ‘홍반장’을 연상시키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에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최지우는 도도하고 허당스러운 모습을 통해 세 명의 여배우 중에서 가장 진한 매력을 어필한다. 두 사람의 호흡은 가히 최고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저도 김주혁 씨도 연기생활을 오래했는데 단 한 번도, 사적으로도 마주친 적이 없어요. 영화 작업을 하며 실물을 처음봤어요. 대본을 읽고 함께 밥을 먹으러 갔는데 편하더라고요. 작품 이야기를 나누는데 믿음이 갔어요. 또 김주혁이 워낙 여배우들을 잘 배려해주기로 소문이 나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저를 잘 이끌어줄 것 같았죠. 파트너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잖아요. 그런 믿음이 첫 만남에 생긴거죠.”

극 중 함주란은 결코 쉽지 않은 인물이다. 깐깐하지만 허당기있는 인물이 어느 순간 정성찬(김주혁 분)을 만나 변해간다. 밸런스 조절이 관건이었다. 파트너와의 연기호흡이 그 어떤 배역보다 중요했다. 최지우와 김주혁은 대화를 통해 밸런스와 감정을 조절해갔다. 그들의 노력은 스크린을 통해 빛을 발했다.

“감독님이 함주란의 첫 인상이 깐깐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허당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거죠. 그렇기에 깐깐한 모습을 확실히 표현해달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에 깐깐한 주란의 모습에 집중하다가 김주혁과 밸런스를 잡아갔어요. 다양한 버전을 만들었죠. 화를 좀 덜 내볼까,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서로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찍었죠. 다양한 버전 중에 감독님께서 어울리는 것을 영화에 편집하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지우는 김주혁과의 연기작업에 대해 말하자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좋은 결과물 만큼 연기 호흡을 맞추는 과정 역시 좋았던 터. 주란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주혁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여느 로맨스물이 그러하겠지만, 최지우에게 ‘좋아해줘’는 좋은 파트너와 호흡했기에 더욱 특별했다.

“김주혁 씨의 장점은 칭찬을 잘해준다는 점이에요. 승무원 역할로 등장하기에 타이트한 제복을 소화해야 했죠. 의상을 입고 촬영장에 나오면 ‘어떻게 이렇게 제복이 잘 어울리냐’, ‘남자들의 로망이 제복이다’라며 칭찬을 해줬어요.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아니하겠어요. 그러면서 ‘제복을 집에 가져가라’고 농담도 하더라고요. 그게 김주혁의 장점인 것 같아요. 상대 배우를 기분좋게 해주는 배려심이 있죠. 촬영장에서 피곤할 때가 많은데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힘이 되었고, 고마웠어요. 스케줄도 많이 맞춰줘서 고마웠어요.”

이처럼 좋은 배우와의 작업은 힘이 된다. 최지우는 7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을 앞두고 좋은 다수의 동료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설렜다고 했다. 오랜만에 출연하는 영화이니 만큼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럼에도 최지우는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선택했다. 세 커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 스토리로. 주연 타이틀이 욕심나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이러한 구성이 좋았어요. 커플 이야기가 각각 다르게 전개되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며 정말 재밌었죠. 오랜만에 하는 영화이기에 든든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좋은 배우들이 많이 호흡을 맞췄어요. 이런 작업이 흔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대세 유아인 씨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든든하기도 했고요.(웃음) 무엇보다 주란이라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 캐릭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죠.”

최지우는 이제 달라진 자신의 입지에 대해 실감하는 듯했다. ‘겨울연가’로 한류 1세대인 최지우는 ‘지우히메’로 인기를 얻은 원조 한류스타다. 이제 그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후배도 제법 생겨났다. 이에 대해 물으니 최지우는 ‘정말이냐, 본 적이 별로 없다’라고 재차 물으면서도 달라진 현장 속 마음가짐에 대해 꺼냈다.

“어깨가 무거워요. 어렸을 때는 감독님이 어른이었고, 모든 스태프들이 어른이었는데 이제 현장에 가면 웬만한 스태프들은 저보다 어려요. 감독님도 어릴 때가 있죠. 제가 어른으로 설배로 촬영장에서 어깨가 무겁죠. 여배우는 촬영장의 꽃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면 그 현장을 밝게 이끌어가야 할 부분이 있지요. 그런 부분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게 되요. ‘겨울연가’로 인기를 얻었는데 그것 역시 부담되지만 뿌듯하죠. 배우한테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에요. 그 무게를 아는 것 같아요. 좋아요.”


최지우는 해맑고 긍정적이었다. 오래 배우생활을 했고 원조 한류여신 수식어에 비춰볼 때 목이 빳빳하고 질문에 가시 돋친 답변을 내놓는 여배우일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껏 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겸손이 읽혔다. 뜻밖이었다. 최지우는 오랜 연기생활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지키려는 듯 보였다. 이런 모습을 후배들이 닮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배로서 연기자로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스타로서는 아니에요.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말하는 거에요. 사람들한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요. 사실 저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텔레비전 속 제 이미지를 보시고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죠. 까탈스럽고 새침할 거 같다는 편견이요. 저는 오히려 의아했어요. 아, 내 이미지가 이랬구나 하고 놀랐죠. 저는 예전에도,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지난해 ‘꽃보다 청춘’에 이어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 영화 ‘좋아해줘’ 촬영까지 최지우는 바쁜 한해를 보냈다. 예능과 드라마, 영화 촬영까지 병행하며 그야말로 열심히 일한 최지우였다. 그는 2016년에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2015년 쉬지 않고 일을 했더라고요. 영화와 드라마 작업을 동시에 한 적은 처음이었죠. 그렇지만 놓치지 싫어서 욕심을 냈어요.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또 다른 멜로요. 또 해보지 않은 장르도 많아요. 사극을 한 번도 안해봤어요. 시대극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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