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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 서민 애환 달래주는 소주값으로 ‘꼼수’

롯데주류, 서민 애환 달래주는 소주값으로 ‘꼼수’

등록 2015.12.30 14:49

수정 2015.12.30 15:02

황재용

  기자

내년 1월 4일부터 소주 제품군 가격 인상 결정참이슬 인상에 따른 연말 반사이익 끝난 후 가격 인상주력 제품 인상률 밝히지 않는 등 꼼수 지적 이어져

롯데주류, 서민 애환 달래주는 소주값으로 ‘꼼수’ 기사의 사진

롯데주류가 결국 ‘처음처럼’의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처음처럼 가격 인상을 둘러싼 롯데주류의 ‘꼼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롯데주류(대표 이재혁)는 내년 1월 4일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2013년 이후 3년 만의 인상으로 대상 제품군은 처음처럼 병과 페트, 담금 소주 등이다.

이들의 가격은 평균 5.54% 가량 인상되며 회사 주력 제품인 부드러운 처음처럼(17.5도)의 360㎖ 병 제품 출고가는 946원에서 1006.5원으로 변경된다. 다만 순하리 처음처럼은 출고가 변동 없이 현재 가격으로 유지된다.

이번 롯데주류의 소주값 인상은 예정된 일이었다. 11월 30일 하이트진로(참이슬)가 소주 가격을 올리면서 ▲맥키스컴퍼니(O2린) ▲한라산소주(한라산) ▲대선주조(시원) ▲무학(좋은데이) ▲금복주(금복주) 등 소주업체들이 5∼6% 가량 출고가를 잇따라 올렸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주류도 소주값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상승 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롯데주류가 인상에 동의하면서도 인상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처음처럼 가격 인상에는 롯데주류의 꼼수가 숨어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그동안 롯데주류는 인상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다 갑작스러운 인상 발표를 했다. 즉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뭇매를 맞자 눈치작전을 펼치다 해를 넘겨 가격을 올린 것.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가격 인상으로 서민 경제를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즉 업계 2위 롯데주류가 연이어 소주 가격을 올리면 하이트진로에 성난 여론이 롯데주류로 향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올해 ‘패륜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롯데그룹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이라 서민 물가와 직결되는 소주값 인상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또 롯데월드타워 상량식, 임원인사 등 그룹 내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잡음을 내지 않으려고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롯데주류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점을 활용해 불황마케팅을 펼쳤다는 의견도 있다.

출고가를 인상하면 세금을 제외한 인상분만큼의 현실적인 이득을 챙길 수 있겠지만 동일 가격을 유지하면 하이트진로와 벌어진 격차를 줄이면서 참이슬 인상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참이슬 인상 시기가 술 판매량이 늘어나는 연말이라는 점도 빠질 수 없다.

실제로 가정용 소주가 주로 팔리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참이슬 매출이 줄고 처음처럼의 매출이 늘었다. 참이슬의 가격이 높게는 400원까지 오르면서 참이슬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출은 10% 이상 감소했고 이 만큼 처음처럼의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참이슬은 가격을 올린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매출이 전주(11월 23∼29일)보다 14.5% 감소했다. 이 기간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13.4%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참이슬 제품 매출은 11.4% 줄어든 반면 처음처럼 매출은 12.8% 늘었다.

게다가 소주 가격 출고가를 평균 5.54% 인상한다는 내용 자체가 꼼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경우는 실제 6.4%(60.5원) 인상됐기 때문이다. 이는 소주업계 최고 수준으로 롯데주류는 이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고 평균치만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는 보통 제품별로 인상되는 가격과 인상률을 발표한다. 롯데주류가 뒤늦은 인상과 국민 정서를 의식해 일부로 인상률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고려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가 내년부터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후 롯데주류가 인상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최근 빈병보증금 인상 시행시기가 1년 늦춰지고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이를 틈타 롯데주류가 소주값 인상을 발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소주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주류는 그동안 반사이익을 누렸고 빈병보증금 등 업계와 관련된 현안들이 모두 해결된 후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주값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고 롯데그룹의 굵직굵직한 일들도 모두 마무리됐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롯데주류가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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