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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법권’ 임은경, 10년 공백이 가져온 그녀의 변화

[인터뷰] ‘치외법권’ 임은경, 10년 공백이 가져온 그녀의 변화

등록 2015.09.08 00:00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신비주의’ 콘셉트란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유행을 했다. 대중들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다. 대중들은 열광을 한다.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온라인에는 질문이 폭주한다. 하지만 ‘신비주의’다. 아무것도 알려지는 것은 없다. 결국 갖가지 루머가 쌓이고 쌓인다. 허무맹랑한 루머는 당사자를 피곤하게 만들게 지치게 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던 주인공은 어느 날 등장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연기처럼 사라진 그는 그렇게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한 때 전설이란 단어가 딱 어울렸다. 별의 별 루머가 그를 따라다녔다. 한국 사람이 아니란 얘기도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이란 소문도 돌았다. 한 이동통신 광고에 등장했단. ‘TTL 소녀’ 임은경에 대한 얘기다. 2005년 드라마 ‘레인보우 로망스’를 끝으로 대중들의 시선에서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10년 뒤 올해 영화 ‘치외법권’으로 돌아왔다. 10년 동안의 시간, 임은경에겐 어떤 시간이었을까.

2002년 장선우 감독의 SF대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주인공이 임은경이다. 13년 전 이 영화의 제작비가 110억에 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아쉽게도 기록적인 참패가 따랐다. 임은경에 대한 평가가 시작됐다. 이후 ‘인형사’ ‘품행제로’ ‘시실리2km’ 등으로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그렇게 그는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짐을 택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라졌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잘 살았어요(웃음) 좀 쉬고 싶었어요.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그저 좀 실망한 부분도 있었고, 뭐 그때나 지금의 속내를 전부 얘기하기에는 좀 복잡한 부분이 당연히 많죠. 그저 즐겁게 살고 싶었어요. 저 쉬는 동안에도 오디션도 봤어요. 물론 떨어졌지만 하하하. 혼자 전철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서점에서 책도 읽고. 정말 재미있게 잘 보냈어요. 길에 돌아다녀도 이젠 알아보시는 분도 없어요(웃음)”

‘TTL 소녀’로 데뷔할 때도 그랬다. 활동을 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활동을 중단한 최근까지는 더욱 그랬다. ‘은둔의 연예인’이란 호칭이 그에게는 달렸다. 너무도 대중들의 주목을 한 번에 받은 까닭에 여러 가지가 공개되고 불편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숨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임은경이 10년 만에 다시 세상과의 소통을 택한 것도 이슈가 될 법하다. 그 유명했던 ‘TTL 소녀’가 아닌 그저 배우 임은경으로서 말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시실리2km’에서 함께 한 임창정 오빠와 참 친하게 지냈어요. 이번 영화에도 감독님에게 창정 오빠가 정말 얘기를 잘 해주셨나 봐요. 쉬는 동안에도 연기를 하고 싶단 생각은 정말 많이 했죠. 잘 안 풀려서 문제였지(웃음). 정말 운도 좋았고, 감독님도 잘 봐주셔서 영광스럽게도 작품에 합류하게 됐죠. 첫 장면인 길거리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장면 찍을 때 정말로 아무도 못 알아 보시더라구요. 하하하.”

10년 만의 컴백작이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못 알아보는 ‘왕년의 스타’다. 하지만 한 때는 대한민국을 들썩인 임은경이다. 영화 속 비중이 의외로 작았다. 아니 너무 작았다. 처음부터 이런 작은 배역은 아니었단 얘기를 들었다. 임은경도 처음과는 좀 달라진 비중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는 비중의 크고 작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따질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오랜만에 배우로 인사드렸다는 점에서 저에겐 너무도 소중한 작품이에요.저도 그렇지만 어떤 배우라도 비중을 보고 택하지는 않으실 거에요. 원래 극중에서도 두 명의 주인공(임창정-최다니엘)과 함께 강성기(장광)을 잡으러 가는 역할이었는데,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의 버전으로 바뀌었죠. 동생에 대한 절실함을 담은 언니로만 나와도 될 것이고, 나머지는 두 분(임창정-최다니엘)이 담당해 주시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임은경은 웃지못할 상황도 겪었다. 영화 개봉 전 ‘절친’ 임창정과의 열애설이었다. ‘열애설’ 질문에 임은경은 대범하게 웃으며 박장대소를 했다. 임창정은 몇 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놓고 들이대 봤다’ ‘영화 흥행하면 진짜 만나봐야 겠다’며 그 다운 농담조로 받아넘겼다. 임은경도 그저 웃으며 해프닝으로만 여겼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친해요. 정말 오빠랑은 친해요. 사실 그 기사도 주변에서 말을 해줘서 알게 됐어요. 집에서 좀 놀라시기는 했죠. 친척 분들도 다 봤고요. 한 친척 분은 저한테 ‘은경아 아니지?’라면서 물어보시는 데 정말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하하하. 오빠랑은 그럴 사이도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어요. 저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고 오빠도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데(웃음)”

‘좋은 사람’을 말하는 것 보니 임은경도 연애를 할 시기는 온 것 같았다. 벌써 31세다. 워낙 ‘소녀’란 콘셉트가 유명했고,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외모가 그를 더욱 신비한 여인으로 만들었나 보다. 그는 ‘신비’란 단어에 자꾸만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이젠 좀 그 단어를 벗어야 할 때도 됐다고 말이다. 물론 연애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그리고 예전 기사를 통해 알려진 모태 솔로에 대한 얘기도 전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연예계 데뷔 후 단 한 번도 대시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어휴. 하하하. 제가 좀 얘기를 해보면 여성스런 이미지가 아니라 털털한 성격이고. 또 남자들과는 말도 잘 안하니깐 차갑다고 느끼시나 봐요. 그래서인지 저 실제로 모태 솔로에요(웃음). 사실 좋아했던 분은 있었어요. 그리고 고백도 해봤는데. 제가 차였죠. 연예인이란 직업이 부담스러우셨나 봐요.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오겠죠. 뭐. 하하하.”

임은경은 과거 벼락스타로 떠오른 당시와 활동을 중단하고 겪은 마음 고생, 그리고 현재에 와서 느끼는 일의 중요성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이기에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힘들었고 지쳤던 시간이었지만 분명 지금의 자신에게 약이 됐던 시간이라고.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처음에는 신비주의 콘셉트로 활동하면서 학교 생활도 즐겁게 했어요. 그런데 그 무게를 서서히 느끼게 된 거죠. 공백 기간 동안 사실 3~4년은 조울증 환자나 다름없었어요. 주위 분들에게 짜증만 내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요.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뒤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 역량 부족이었죠. 예전에는 뭐든지 나한테 먼저 와야 하는 걸로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먼저 다가가죠. 인생 공부 제대로 한 거죠. 쉬는 동안(웃음)”

너무 오랬동안 쉬었다. 임은경은 이제 힘이 넘치고 있었다. 무엇이든 주어지는 역할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생각이란다. 곧이어 웹드라마 ‘유명산 진달래’가 대중들에게 선을 보인다. 뮤지컬 배우 김다현과 함께 러브라인을 그린다. 김다현이 ‘유명산’, 임은경이 ‘진달래’다. 기대감이 크단다. 흥행이나 시청률 고공행진? 그런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쉬었던 만큼 자신의 속에 담긴 여러 가지 모습의 임은경을 보여줄 설레임이 그를 기대케 하고 있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신비소녀? TTL? 이젠 그렇게 불리는 것보단 배우 임은경으로만 불리고 싶어요. 배우로서만 더 잘해야 겠단 생각만 있어요. 아주 평범한 역할도 꼭 해보고 싶구요. 누구와 연애하는 대학생? 회사원? 둘째 딸? 뭐 이런 평범한 얘기 속 인물이요. 조만간 연극 무대에도 서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이제 전 ‘신비소녀’가 아니라 배우 임은경입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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