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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무비게이션]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등록 2015.08.20 15:29

김재범

  기자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기사의 사진

절대 악이 있다. 법도 그 무엇도 무시하는 악이다. 공권력이 있다. 사실 정상적인 공권력이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경찰이다. 꼭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등장한다. 그 두 명 모두 공권력이 인정하지 않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을 단죄한다. 한 사람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다. “나쁜 놈은 잡아도 자꾸만 나와, 그래서 난 패고 보는 거야”라고 자신의 폭력적 성향의 이유를 부여한다. 다른 한 사람은 좀 독특하다. 성충동조절장애다. 유능한 엘리트 출신 경찰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머리와 발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수사를 한다. 침대에서 수사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두 사람을 가리켜 경찰 내부에선 ‘또라이’라고 부른다.

자, 이 또라이들이 만났다. ‘또라이’들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나쁜 놈을 잡아와야 한다. 정말 나쁜 놈이 있다. 진짜 나쁜 놈이다. 제대로 나쁜 놈이다. 이 나쁜 놈, 종교집단의 교주다. 종교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마음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 종교의 교주는 좀 달랐다. 나쁜 놈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재주는 전혀 없다. 그러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는 특별하고 비범한 재주가 있다. 사람들을 불행에 빠트리고 아귀처럼 긁어모은 돈으로 그는 이 나라의 권력과 손을 잡았다. 법도 소용없다. 권력도 소용없다. 이 나쁜 놈은 ‘법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난 진짜 또라이다.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기사의 사진

법을 지키는 ‘또라이’와 법을 우습게 아는 ‘나쁜 또라이’의 대결이다. 누가 이길까. 영화 ‘치외법권’이다.

영화는 형사물의 순탄한 공식과 버디 장르로서의 몰입도 강한 케미스트리, 여기에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물의 역할 분담, 그리고 적당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알맞은 유머가 강점이다.

‘형사물’의 우선 요소는 남-남 콤비의 조화다. 지방 농고 출신으로 미국 FBI에서 장학생으로 프로파일러 교육을 받은 이정진(임창정)은 폭력조절장애자다. 영화 시작과 함께 유명 프로야구팀 점퍼와 야구배트를 휘두르며 조직 폭력배의 본거지로 혈연단신 진입한다. 결과는 일망타진이다. 반면 엘리트 경찰 출신이지만 여자만 보면 참지 못하는 성충동조절장애 조유민(최다니엘)은 한 범인을 잡기 위해 그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낸다. 조유민의 입장에선 ‘꿩도 먹고 알도 먹는’ 1석 2조다.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기사의 사진

두 사람 앞에 수사팀 왕팀장(이경영)은 특명을 전한다. 극락교란 종교의 교주 강성기(장광)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아오라는 것. 영화 제목 그대로 ‘치외법권’에 속하는 인물을 잡기 위해선 법의 테두리가 구속할 수 없는 ‘또라이’ 콤비를 내세우는 게 정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익숙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캐릭터 설정은 절반의 성공이다. 지금까지의 형사 버디물을 보면 이번 치외법권의 두 인물과 비슷한 흐름과 콘셉트를 지닌다. 머리가 앞서는 인물 그리고 머리 보단 주먹이 먼저인 인물. 결국 이정진과 조유민은 둘 도 없는 찰떡궁합의 막강콤비가 되는 셈이다. 뭔가 어설프고 ‘형사 같지 않은 무대포’가 문제지만 투박스럽고 정감이 넘친다. 뭐 이런 형사들 한 두 명은 있어도 대한민국 치안에 구멍이 뚫릴 정도의 위기감은 들지 않을 듯 하다.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기사의 사진

둘째는 형사 버디물의 필연적인 요소로 악당의 등급이다. 형사는 잡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럼 잡혀야하는 나쁜 놈도 필요하다. ‘치외법권’에선 독특할 수도, 아니면 익숙할 수도, 그것도 아니면 뻔할 수도 있는 악당이 등장한다. 사이비종교의 교주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불과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실제 한 사건이 연상된다. 하지만 종교란 개념자체가 포괄적인 면에선 일반 관객들의 공감대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낼지가 의문형으로 남는 설정이다. 이 점은 독특함이나 익숙함보단 예측 가능한 어떤 지점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모양새가 된다.

나쁘지만 착한 ‘놈’, 그리고 어디를 봐도 나쁜 놈의 대결이다. 이들을 규정하는 것은 법이다.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는 사람과 지켜야하는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어떤 포인트에서 진지함도 필요하다. 이 진지함을 극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이느냐, 아니면 극 자체를 진지한 코드로 끌고 가느냐에 선택이다. 이 점에서 ‘치외법권’은 너무도 예측 가능한 실수를 범한다. 딱 들어가야 할 부분에서 ‘치외법권’은 그 진지함을 선택하고 관객들에게 강요한다.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기사의 사진

전체적으로 ‘치외법권’은 과거 ‘투캅스’ 시리즈와 최근 흥행작 ‘베테랑’ 그리고 형사물의 히트 브랜드 ‘공공의 적’을 적당히 혼합해 믹스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감독은 대놓고 B급 정서의 기반을 ‘치외법권’에 끌어 들였다고 인정한다. 익숙한 코드를 뒤섞어 새로운 맛을 내면 성공이다. 하지만 ‘치외법권’의 맛은 부족하다고 하기엔 그 맛의 차이가 너무 크다.

사실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라도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이정진이 왜 프로파일러인지,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조유민이 어떻게 경찰대학교 수석 졸업생이란 건지는 설득도 납득도 안된다. 최소한 프로파일러라면 강성기 수사에 단 한 번이라도 논리적인 사고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대학교에선 여자 꼬시는 것만 가르쳤단 말인가.

 ‘치외법권’, 재미와 의미 ‘OK’ 하지만 B급이 이건 아니지 기사의 사진

재미와 의미는 분명하고 충분히 알 것 같다. 하지만 장르의 공식 강박에 빠지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특히 B급을 오해하면 절대 안 된다. 오는 27일 개봉.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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