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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똑똑해지다, 바보상자의 진화

TV 똑똑해지다, 바보상자의 진화

등록 2015.07.07 06:00

이이슬

  기자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는 말은 옛말이다.

한 번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텔레비전을 보면 바보가 된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을 터. 화려한 그림이 펼쳐지는 텔레비전 앞에 있노라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음이 터진다. 그렇게 시간은 잘도 간다.

하지만 2015년, 아무 생각 없이 웃기위해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기도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리모컨을 쥐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함께 웃고 울며 공감을 주는 예능프로그램에 열광한다.

예능프로그램은 킬링타임(Killing Time)용 이라지만 단순히 시간과 웃음을 소비하기 위해 예능을 접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요즘 시청자들의 니즈(Needs)는 확실하다. 재미, 추리, 여행 등 콘텐츠가 확실해야 사랑받는다. 단순히 웃음을 주면 됐지 라는 안일한 기획의 예능은 시청자들의 철저한 외면과 직면하게 된다.

미드(미국드라마)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멜로가 즐비한 천편일률적 장르에 염증을 느끼고 다양한 장르의 미드에 눈을 돌렸다고 분석할 수 있다.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웃기자 식의 예능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은 새로운 시도를 담은 예능에 관심을 보였다.

TV 똑똑해지다, 바보상자의 진화 기사의 사진


초반 무리한 설정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구조로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퀴즈-추리 예능이 장르로 자리잡으며 사랑받고 있다. 처음 퀴즈-추리 예능이 전파를 탔을 때에는 마니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장르로 자리잡으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자 유명 스타들이 출연을 자처할 만큼 대중화됐다. 안방 예능은 달라졌다.

◆ ‘더지니어스’ 추리 안에 고개드는 인간 본성

‘더 지니어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경쟁을 통해 지니어스를 가린다. 상금을 놓고 서바이벌 형식으로 대결을 펼쳐 상금을 차지하는 최후의 1인이 지니어스로 탄생한다. 점잖고 매너 있게 대결을 펼치는 출연자는 가장 먼저 낙오된다. 내가 살고자 하면 옆에 있는 이를 밟아야 한다.

인기에 힘입어 4번 째 시즌을 맞이한 ‘더 지니어스’는 시즌1부터 시즌3까지 홍진호, 이상민, 장동민을 비롯한 우승자들과 실력자들을 모아놓은 왕중왕전 tvN ‘더 지니어스 : 그랜드 파이널’을 방송 중이다.

웃음은 없다. 눈치 싸움이 8할, 배신이 없으면 섭섭하다. 논란 역시 자연스레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변호사, 정치인, 프로게이머, 방송인, 아이돌가수, 개그맨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모인 출연자들은 방송 초반 서로의 체면을 차리기 바쁘다.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가면을 쓴다.

TV 똑똑해지다, 바보상자의 진화 기사의 사진


하지만 가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상금에 대한 욕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출연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재미는 여기서 시작된다.

방송인과 비방송인 연맹으로 나누며 편먹기에 나서는 모습, 다수가 담합해 강한 한 사람을 탈락으로 몰아넣는 모습, 연맹을 맺고 손을 잡고 우승의 문턱에서 상대의 뒷통수를 치고 본인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모습 등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모습은 재미있다. 출연자들은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의 본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 모습은 불편함을 안긴다. 하지만 이내 시청자는 빠져든다.

함께 퀴즈를 풀어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출연자와 함께 퀴즈를 풀며 정답을 맞힐 때의 쾌감, 맞히지 못했을 때의 탄식을 반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 ‘크라임씬’ 범인 대 용의자가 벌이는 추리게임

실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해 롤플레잉(상황극) 형식으로 풀어가는 예능이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크라임씬’ 이야기다.

본격 추리 예능을 전면에 내세운 ‘크라임씬’은 출연자들이 용의자 또는 탐정으로 참여해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예능이다. 롤플레잉 추리게임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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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첫 전파를 탄 ‘크라임씬’은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방영, 지난 6월 종영했다. 시즌2에서는 시즌1의 단점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시작 단계부터 각자 맡은 역할에 맞춰 설정사항을 숙지하게 되었다. 출연자들은 업그레이드 된 연기력을 뽐냈고, 연출 역시 업그레이드 됐다. 한층 치밀해진 스토리와 신선한 게스트의 섭외, 활약이 흥행을 견인했다.

인기그룹 엑소(EXO) 시우민, 이엑스아이디(EXID) 하니, 가수 보아 등이 출연해 예능적인 측면을 끌어올렸고, 장진 감독, 표창원 프로파일러의 섭외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라 회자된다. 장진은 삼각형 추리, 인문학적 추리를 말하며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했고, 소름 돋는 결말을 만들어내며 흥행 1등 공신으로 등극했다.

표창원은 실제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용의자를 추리하기 시작해 긴장감을 더했다. 말그대로 아마추어의 게임에 프로가 등장한 것은 새로운 시도이자 신선한 재미를 불어넣었다.

연장 없이 당초 기획한 12회로 막을 내린 ‘크라임씬2’는 시청자들의 연장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분량만큼만 방송했다.

롤플레잉 형식을 차용한 예능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추리라는 형식을 색다른 포맷을 통해 풀어낸 ‘크라임씬’은 호평 속에 막을 내렸고, 시즌2 만에 버리기 아까운 포맷임은 분명해 보인다.

TV 똑똑해지다, 바보상자의 진화 기사의 사진


◆ ‘비정상회담’ 정상인듯 정상아닌 정상 같은 너

‘비정상회담’은 말 그대로 토크쇼다. 그런데 흔한 토크쇼가 아니다. 그게 인기를 얻는 이유다.

정상회담이라는 묵직하지만 독특한 포맷을 차용한 ‘비정상회담’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청년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토론을 벌인다. 토론은 무거울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신기하게도 토론 속에 웃음이 꽃핀다.

세계 각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비정상회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바라보는 솔직한 시각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재미요소다. 서투른 발음으로 ‘한국 사랑해요’를 외치는 불편한 외국인은 없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설전 역시 흥미롭다. 각 나라의 문화에 기반한 주장이 상충될 때 우리는 어느 한쪽의 편에 서는 게 아니라 양측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는 진한 뒷맛을 남기며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기도.

이들의 다리 역할은 MC 전현무, 성시경, 유세윤이 한다. 재미와 중재를 적절히 오가며 세 MC는 ‘비정상회담’을 이끌어가고 있다.

◆ 상반기 최대 화두 ‘뇌섹남’, 예능으로 탄생

뇌섹남, 이는 상반기 신조어 중 하나로 뇌가 섹시한 남성 즉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성을 나타내난 말이다. 이는 지난 3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신어에 이름을 올렸다.

신조어로 만들어질 만큼 뇌섹남은 상반기 뜨거운 화두였다. 이를 프로그램 제목에 차용한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이하 뇌섹남)는 고스펙 뇌섹남들이 고난도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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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고시 3관왕 전현무, 영국 명문고를 다닌 김지석, 한양대 공대 출신 하석진, 카이스트 출신 가수 이장원, 서울대 대학원생 타일러, 아이큐 148의 랩몬스터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

‘뇌섹남’은 퀴즈프로그램이다. 고스펙 출연자들이 퀴즈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언뜻 보면 교양프로그램 같지만 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특히 시청자들이 문제 풀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면서 지적 흥미를 자극해 인기를 얻고 있다.

◆ 달라진 안방 예능, 변화가 반가운 이유

머리 쓰는 예능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방식이 신선하다는 점이 주요하다.

기존예능에 등장하는 출연자의 모습과 새로운 포맷 안에서 등장하는 스타의 다양한 모습 역시 흥미롭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제공하는 것, 함께 퀴즈를 풀거나, 상황 안에서 몰입하는 인간 군상의 표본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도 머리 쓰는 예능이 인기를 얻는 이유라 볼 수 있다.

기존 예능프로그램은 웃음을 주입하는 일방형 예능이 즐비했다. 하지만 퀴즈, 추리형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쌍방형 예능이라 볼 수 있다. 퀴즈나 상황 안에 시청자들도 제 3의 출연자가 되어 같이 풀어가는 것.

여기에 예능의 바이블인 웃음에도 충실했다는 점이 흥행에 주요했다. 공감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추리형 예능은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능시장의 발전과 확장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시청자는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니다.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확장을 통해 다양한 재미를 접하며 눈은 높아졌다.

JTBC 송한섭 CP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현직 PD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달라진 시청자들의 변화에 발맞춰가지 않으면 퇴보한다. 이를 잘 알기에 방송제작자로서 콘텐츠 수급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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