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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즈음에’ 을지로 하나銀 본점...역사적 뒤안길로

‘서른즈음에’ 을지로 하나銀 본점...역사적 뒤안길로

등록 2015.01.16 10:24

송정훈

  기자

20층 을지로 본점 17일 철거 ‘완료’
을지로서 ‘듣보신’ 단자회사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
2017년 6월, 26층 빌딩에 하나·외환 통합銀 ‘재입성’

풍수지리에서 물은 ‘돈’을 뜻한다. 생명의 젖줄이 물이듯 은행의 토대는 ‘쩐’(돈)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20층짜리 하나은행 본점 건물은 돈이 모이는 명당인 셈이다.

사채 등 사금융 양성화 차원에서 설립된 단자회사로 출발, 4대 금융지주 그룹으로 살아남은 하나은행의 성공 히스토리를 간직한 을지로 본점 건물. 듣보신(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종) ‘민간 순수 사채’라는 왕따에서 외국의 최대 거점을 확보한 외환은행까지 합병하는 최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일궈낸 곳이 바로 을지로 빌딩이란 소리다.

서울 중구 을지로 1가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건물 전경.서울 중구 을지로 1가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건물 전경.



◇‘아듀’ 32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그러나 이 빌딩은 30여년 만에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17일까지 이 본점 건물의 철거작업이 완료돼서다. 때문에 ‘하나맨’들 사이에선 이 빌딩의 역사를 추억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시작부터 이 건물이 함께 한 것은 아니다.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은 하나은행의 전신이다. 한국투자금융은 남대문로 3가에 위치한 옛 조흥은행 본점 꼭대기 층에 세들어 1971년 설립됐다. 당시 직원은 26명, 지점도 전국에 딸랑 2개 뿐이었다.

단자회사로 단기어음을 융통하다 보면 기업들과 친해지는 법. 한국투자금융은 두산그룹, 범양상선 등 친구(?)들과 함께 공동 출자를 해 마침내 ‘약속의 땅’ 을지로 빌딩에 입성한다. 설립 13년만인 1983년 일이다. 당시 이 빌딩은 21층 구조로 돼 있어 ‘큰형님’두산그룹이 골든 층이 포함된 11∼21층을 차지했고, 범양상선은 9∼10층에 있었다. 1∼8층은 하나은행의 몫이었다.

금융권의 한 원로는 “구 조홍은행 본점과 지금의 하나은행 을지로 빌딩은 가운데 도로 하나를 두고 인근에 있다”며 “조흥은행 본점도 동쪽으로 청계천이 흐르는 명당의 요건을 갖춰 하나은행이 비슷한 을지로 빌딩에 출자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HSBC’성공가도···을지로 빌딩 ‘내 품에’
하나은행은 을지로 입성과 함께 승승장구한다. 1991년 은행업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성공발판을 마련한다. 주요 시중은행 궤도 진입은 대외시련 속에서 이뤄졌다. 김영삼 정부 말 외환위기 이후 일명 ‘조상제한서’로 불리는 초강력 은행 카르텔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등 5대 은행이 몰락하면서다.

하나은행이 ‘골든 층’보유자인 두산그룹에게서 을지로 빌딩을 통째로 매입한 1998년 하나은행은 자신보다 덩치가 컸던 충청은행을 인수하며 몸집 물리기에 나섰다. 이듬해에는 보람은행을 2002년에는 서울은행을 합병했다.

‘음기가 강한’ 남대문로 2가까지 영역을 넓힌 하나은행은 ‘순수 민간 사채’라는 꼬리표를 떼버렸다. 하나은행(H)과 서울은행(S), 보람은행(B), 충청은행(C)의 앞글자를 따서 한국의 ‘HSBC’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하나은행의 성공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어떤 역습이 올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을지로 저주’가 하나은행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통합 하나·외환銀, 2년 뒤 을지로 ‘재입성’

하나은행은 지난 2005년 12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을지로에 있는 은행장의 자율권 보장을 한다는 이유로 여의도로 지주 본사를 옮겼다. 하나금융이 그해 5월 인수한 대한투자신탁증권(현 하나대투증권) 사옥으로 무혈 입성한 것이다.

그해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어진 ‘세기의 전쟁’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하나은행은 국민은행에서 막판에 역전패를 당했다. 그때부터 은행업으로 성공시켜준 터전 을지로 빌딩을 벗어나자 하늘의 노여움을 받은 것이란 ‘을지로 저주’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결국 하나금융은 2008년 다시 을지로로 복귀했고 마침내 2012년 2월 외환은행을 품에 안았다.

하나은행의 성공역사가 아로새겨졌던 20층 을지로 빌딩은 곧 철거된다. 그러나 터전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 지하 6층, 지상 26층, 연면적 5만4038㎡ 규모의 대형 첨단 업무시설이 오는 2017년 6월 세워진다. 이 빌딩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본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30여년간 20층 건물에서 하나은행의 역사가 쓰여졌다면 다음 30여년은 26층 건물에서 통합 하나은행의 역사가 또 쓰여질 것”이라며 “징크스가 있으니 하나금융은 지속적으로 을지로 빌딩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

뉴스웨이 송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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