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 회장 27주기 기일···삼성家, 올해도 따로 추모

오는 19일은 삼성그룹과 방계 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한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27번째 기일이다.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 등 범삼성가(家) 기업 오너들과 관계자들은 27주기 기일을 맞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과 서울 필동 CJ인재원 등지에서 호암을 기리는 행사를 잇달아 치른다.

지난 1910년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난 호암은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세워 오늘의 삼성과 방계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지병인 폐암과 암에서 기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1987년 11월 19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현 승지원)에서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8월 말 삼성가 식구들이 실형 선고 후 병원 치료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계기로 올해 추모행사가 공동으로 개최될 가능성을 추측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 삼성가 식구들은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냈고 이후 삼성가 내의 화해무드가 감지됐다.

그러나 삼성과 방계 기업 간의 감정이 아직 완전히 해빙되지 않았고 해당 기업 간의 관계 등을 감안해 올해도 추모행사를 따로 치른다.

호암 추모행사는 삼성 측이 가장 먼저 연다. 삼성그룹 산하 호암재단은 19일 오전 용인 선영에서 삼성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홍라희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부부 등 호암의 후손이 참여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후손 대표로 추모행사를 주관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급성 심근경색 입원 치료 중인 관계로 이날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호암의 기일에도 미국 체류 관계로 선영 참배를 하지 못했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겸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50여명도 이날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뒤 선영을 참배할 예정이다.

삼성이 다녀간 뒤 용인 선영에는 CJ그룹 임원들이 방문할 예정이다. CJ그룹은 19일 오후 2시 손경식 회장을 비롯한 부사장급 이상 그룹 주요 임원 50여명이 용인 선영을 방문해 참배할 예정이다.

CJ그룹 오너 일가는 이날 추모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탈세와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서울대병원에서 신부전증 등 지병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미경 부회장은 사업 점검 차 미국에 체류 중이다.

이어 신세계그룹 주요 경영진이 용인 선영을 찾는다. 정용진 부회장은 해외 출장 관계로 참석하지 못하며 김해성 신세계그룹 전략실장 겸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선영을 참배할 예정이다.

한솔그룹은 호암의 외손자인 조동길 회장의 주도로 용인 선영에서 별도의 추모행사를 치를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기업별 추모행사와 별도로 열리는 가족 기제사는 장자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CJ그룹에서 주관한다.

이날 저녁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리는 제사에는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모자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모녀 등 호암의 후손들이 참석한다. 삼성 측에서는 홍라희 관장이 가족을 대표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이주현 기자 jhjh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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