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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섬유산업 거목, 이동찬 코오롱 회장의 ‘호연지기’ 49년

한국섬유산업 거목, 이동찬 코오롱 회장의 ‘호연지기’ 49년

등록 2014.11.09 13:26

김효선

  기자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공동체적 책임경영 강조

한국경제 발전을 이끈 1세대이자 섬유산업 거목인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마침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란 그의 자서전 제목에서 보여주듯 호연지기처럼 일하며 숱한 신화를 낳았던 이 명예회장은 이제 92세의 나이에 ‘이동찬’이라는 명패를 자신이 일군 ‘코오롱’에서 내려놓게 됐다.

경북 영일군에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이원만 창업주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15세에 부친의 경리를 맡은 뒤 한국 최대의 재별 총수로 올라서기까지 드라마틱한 일생을 살아왔다.

한국섬유산업의 개척자란 그의 별명이 말해주듯 이 명예회장은 늘 헤어나기 힘든 막다른 순간에서 항상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폴리에스터사 제조, 한국 나이론 사업다양화, 타이어코드 신제품 개발, 노사협력시대 마련 등 남들이 도저히 안 된다며 포기한 일을 그는 해냈다.

60년대 당시 국내 최초로 나일론사를 생산, 일산 2.5톤 규모의 나일론사 준공을 시작으로 10톤 공정으로 도약하며 한국섬유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섬유산업을 개척하며 중흥의 밑거름을 마련하는 등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업적을 쌓았다.

노사분규가 심했던 1993년 무렵 그는 기업을 이끄는 4가지 핵심요소로 자금, 근로자, 시설, 경영자를 꼽으며 이들 중 근로자가 기업의 기둥임을 강조했다. 노사가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며 한국 노사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호연지기’ 이동찬 명예회장의 슬리퍼는 1947년부터 신었으니 50년이 넘었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낡았지만 오랜 세월과 알뜰한 애정이 빚어낸 정겨운 멋이 있다. 10여 년 전에 비서실에서 그 슬리퍼를 버리고 새 것으로 바꿨다가 이 명예회장에게 멀쩡한 것을 왜 버리느냐고 된통 야단을 맞고 쓰레기통을 뒤져 간신히 찾아낸 일화도 있다. 이 명예회장의 점심메뉴는 주로 된장찌개, 칼국수 등이었다.

평소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쓴다는 이 명예회장은 은혜를 갚는 일이나 신의를 지키는 일엔 알뜰함이란 있을 수 없다. 이 명예회장의 장학사업, 마라톤 꿈나무 육성 등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선 기자 mhs@

뉴스웨이 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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