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7일 금요일

  • 서울 21℃

  • 인천 18℃

  • 백령 14℃

  • 춘천 23℃

  • 강릉 22℃

  • 청주 23℃

  • 수원 20℃

  • 안동 23℃

  • 울릉도 15℃

  • 독도 15℃

  • 대전 22℃

  • 전주 23℃

  • 광주 21℃

  • 목포 19℃

  • 여수 20℃

  • 대구 23℃

  • 울산 21℃

  • 창원 21℃

  • 부산 19℃

  • 제주 19℃

남상미 “‘슬로우 비디오’ 힐링의 순간, 눈물날 정도로 행복했다”

[인터뷰] 남상미 “‘슬로우 비디오’ 힐링의 순간, 눈물날 정도로 행복했다”

등록 2014.09.29 08:42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배우 남상미는 디지털 세대의 완벽한 결정체다. 12년 전 그는 SNS를 통해 퍼진 ‘얼짱’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연예계 데뷔는 꿈도 꾸지 않던 이 소녀는 이제 대한민국 ‘얼짱’의 대명사가 됐고,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팔방미인으로 거듭났다. 그는 완벽한 디지털 스타의 표본이다. 하지만 정작 남상미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촌년’이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단아한 외모만큼 바라보는 지향점은 완벽하게도 아날로그에 맞닿았다. 그가 출연해온 작품들만 봐도 남상미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남상미가 연기하면 아무리 못된 인물도 착하게만 보인다. 그런 남상미가 ‘힐링’을 위해 선택한 영화 ‘슬로우 비디오’, 왠지 따뜻할 것 같다. 왠지 포근할 것 같다. 잘 어울리는 한 쌍, 남상미와 ‘슬로우 비디오’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남상미와 마주했다. 최근 드라마 ‘조선총잡이’를 끝내고 영화 ‘슬로우 비디오’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올해 말까지는 좀 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단다. 아니 사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 자체가 그에게는 쉼표였다고. 드라마로 촬영으로 온 몸의 기를 전부 뽑아낸 상태에서 참 즐겁고 행복한 작품을 만났다고 즐거워했다. 정말 즐거워보였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지난 해 10월 쯤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 막바지 촬영 때 였어요. 그 드라마 속 제가 좀 힘든 역이라 실제로도 심신이 많이 지쳐 있었어요. 드라마 끝나고 친구랑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었죠. 힐링 타임을 위해(웃음), 그런데 그때 ‘슬로우 비디오’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내가 필요했던 힐링이 그 작품안에 있는 거에요. 거기에다가 배우분들도 차태현 고창석 오달수 등등 엄청난 선배님들이고, 안할 이유도 없었고, 저를 위해서라도 했어야 했죠.”

사실 좀 이상한 표현이다. 배우들은 작품을 끝낼 때마다 여행이나 다른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재충전을 한다. 하지만 남상미는 자신의 재충전을 위해 새로운 작품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 바닥 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배우의 생명인 표현력을 ‘슬로우 비디오’로 채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궁금했다.

“글쎄요 (웃음). 첫 느낌은 그냥 예전의 밝은 남상미를 찾고 싶었어요. 물론 그 영화 속 봉수미와 남상미는 전혀 다른 인물이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의 내 바닥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는 남상미가 보였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니, 내가 60대의 할머니가 됐을 때 지금의 한 창 예쁜 모습을 한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 사진을 보면서 빙그레 웃는 내 모습이 떠올랐죠. 읽고 난 느낌만으로도 내가 행복해졌거든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남상미를 사로잡은 ‘슬로우 비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감성적인 정취였단다. 그는 디지털 세대의 특혜를 가장 많이 받은 스타 중 한 명이다. SNS를 통해 퍼진 그의 사진 한 장은 평범한 알바생 남상미를 지금의 스타 남상미로 만들어 놨다. 하지만 실제 남상미는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조금은 ‘구식’이 그립단다.

“아날로그적인 따뜻함이 너무 많이 묻어 있더라구요. 단어 자체도 그래요. 디지털이란 말은 좀 딱딱하고 감정도 메말라 보이는 데 아날로그는 그렇지 않게 다가와요. 요즘 세상을 보면 너무 빠르잖아요. 빠르다 못해 이젠 인간관계마저도 스마트폰을 통해 얘기를 주고 받고. 너무 각박하고 삭막해요. 그런데 ‘슬로우 비디오’는 정 반대였어요. 향취가 있다고 할까(웃음).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림들이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요즘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 많이 있잖아요. 저도 찍으면서 힐링이 됐는데, 관객분들도 제가 느낀 그 감정을 꼭 느껴보셨으면 해요.”

남상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슬로우 비디오’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그의 영화 속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여배우가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맨 얼굴로 등장한다. 머리도 사실 언제 감았는지 모를 정도로 부스스하다. 캐릭터적인 면이 강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얼짱 출신의 얼굴 예쁜 여배우가 아닌가. 남상미가 크게 웃는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전 그래서 더 좋았는데요. 하하하. 정말 이 영화 찍으면서 이렇게 막하고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냥 맨땅에 헤딩한 격으로 꾸밈을 최소화했어요. 사실 그게 다 김영탁 감독님이 원하신 부분이기도 해요. 봉수미의 그 사자머리 파마도 감독님이 보내주신 시안에 있었죠. 옷이요? 그 머리에는 그런 옷 밖에 안어울려요(웃음). 너무 편해서 저 이 영화 홍보가 다 끝나면 다시 할까 생각중이에요. 진짜 편했어요. 그냥 질끈 묶기만 하면 되니깐. 하하하.”

외모가 편해지니 마음도 편해졌다고. 가끔은 연출을 맡은 김영탁 감독고 걱정을 할 정도였단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촬영을 기다리다 길거리에서 쭈그려 앉아 졸기도 했다고. 오죽했으면 그 모습을 본 김 감독이 스태프들에게 ‘여배우가 원래 현장에서 저렇게 하냐’라고 물었다는 뒷얘기를 전해 듣고는 박장대소를 했단다.

“우선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수미란 인물에만 매달리니 정말 나 자신이 편해졌어요. 그냥 문자 그대로 다 내려놨었죠. 이게 되게 신기했어요. ‘조선총잡이’나 ‘결혼의 여신’ ‘인생은 아름다워’ ‘빛과 그림자’ 등을 할 때는 사실 그렇게 하라고 해도 잘 안됐을 거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본능적으로 그런 편안함이 나왔어요. 현장이 너무 즐거웠어요. 지금 생각해도 즐겁네. 하하하.”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코미디 본능적 화신으로 통하는 차태현과의 호흡이 궁금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두 사람은 그렇게 잘 맞는 궁합은 아니다. 예능적인 감각마저도 탁월한 차태현의 순발력과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 그리고 안정된 톤이 장점인 남상미는 어울릴 듯하면서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하지만 결과는 최상의 조합이란 극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정말 의외였어요. 차태현 선배님은 그냥 마냥 개구쟁이로만 느껴졌는데 막상 경험한 선배님은 의외로 카리스마가 넘치세요. 진짜 최고는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을 한 순간에 집중시키는 힘이 있으세요. 순간적인 집중력도 대단하세요. 흡사 현장에 흐르는 공기마저 계산하고 동선을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다시 보게 됐어요. 이래서 차태현 차태현 하는지 알겠더라니깐요.”

당분간 휴식으로 재충전을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는 남상미는 꼭 해보고 싶은 역할로 모태 악역을 꼽았다. ‘모태 솔로’도 아니고 ‘모태 악역’이란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남상미가 샐쭉 얼굴을 찡그리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언급된 ‘착한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뭘해도 착해 보인다는 이미지가 배우를 직업으로 갖는 남상미에겐 고민을 넘어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 이해가 될만 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솔직히 진짜 자신은 있어요. 정말 나쁜 사람을 해보고 싶은데. 근데 절 그런 역에 맡겨 줄 제작자분이나 감독님이 계실지는 의문이에요(웃음). 저 스스로 남상미에게 착한 것만 있지 않다는 걸 기대하게 만들 수 있는데, 절 제외한 분들은 아직도 의문형으로만 남아 계신 것 같아요. 그 의문형을 저 스스로 느낌표로 바꿔봐야죠. 뭐 저한테 남겨진 숙제죠. 언젠가는 제 바람이 이뤄지지 않겠어요. 이뤄지겠죠.”

P.S 인터뷰, 남상미에게 ‘슬로우’를 물었다. 조카들과의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갔으면 좋겠단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예쁜 조카들은 아직까지 남상미에게 보물 1호나 다름없다고. 조카들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근심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단다. 그럼 제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시간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위해 들리는 샵에서의 시간이란다. “지루해 미칠 지경이에요. 하하하.”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