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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주거복지’ 得없고 失만 가득

[포커스]박근혜표 ‘주거복지’ 得없고 失만 가득

등록 2013.12.13 08:17

수정 2013.12.13 09:32

김지성

  기자

‘행복주택’ 반발 여전한데 밀어 붙이기 강행
대출 종용하는 정부···서민주거안정 어디로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는 핵심은 복지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전면에 내세웠던 이 개념은 박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주거복지에 있어서 만큼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퇴행했다. 주거부문 핵심 공약인 행복주택은 반 토막 났고 ‘목돈안드는전세’는 사실상 폐기됐다.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공분을 사고 있다.

행복주택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민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행복주택 목동 비대위 제공행복주택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민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행복주택 목동 비대위 제공


올해도 전세물건 급감과 월세 증가에 따른 전세난으로 서민 주거안정은 크게 위협받았다. 이를 잡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크고 작은 4차례 대책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꼴이 됐다. 특히 핵심 주거정책인 행복주택은 반으로 쪼그라들고 실효성이 불거진 ‘목돈안드는전세’는 시장의 외면과 함께 퇴출했다.

◇행복주택 첫 삽도 못 뜨고 ‘반 토막’ = 정부는 행복주택을 애초 2017년까지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에서 14만가구로 축소하고, 뉴타운 등으로 대상 용지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대통령 공약 이행에 바쁜 정부의 부실한 사전 검토와 주민 반발을 무시한 게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를 바로 잡겠다며 내놓은 대안은 애초 행복주택의 본질을 크게 퇴행시킨다는 지적이다. 공급가구 수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택지개발지구, 도시재생사업지구에도 행복주택이 들어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산단·공기업 보유 택지지구에 신혼부부·대학생 등으로만 80% 이상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과 또 그곳의 임대주택과 차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행복주택은 직주근접 도심지역에 건설해 높은 임대료로 고통받는 젊은 층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계획됐다”며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지어진다면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며 질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직주근접 개념 역세권 공공택지를 찾으려면 결국 보금자리주택지구 등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며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실패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행복주택을 또 그곳에 짓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행복주택 사업 규모가 크게 줄면서 야당이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을 요구해 사업은 더 후퇴할 전망이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에서는 예산을 정부안(9530억원)에서 5236억원 삭감한 데 이어 12일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더 깎자는 요구가 잇따랐다.

◇30% 비싸진 행복주택 임대료···국민임대와 무슨 차이? = 주변 시세의 30~40%에 공급하기로 한 행복주택의 임대료 정책도 논란거리다.

목동 유수지 전경. 사진=행복주택 목동 비대위 제공목동 유수지 전경. 사진=행복주택 목동 비대위 제공

철도용지 위에 짓는 행복주택은 시공이 까다롭고 인공데크도 설치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공사비가 일반 택지지구 공사비에다 땅값을 더한 금액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박수현 민주당 의원이 LH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철도용지인 오류·가좌지구의 행복주택 건설비가 3.3㎡당 17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게다가 오류지구 인공데크와 주민편의시설을 애초 주민 설명안보다 대폭 축소하기로 해 ‘주거복지 퇴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공사비 부담 등을 고려해 주변 시세의 60~80% 선에서 임대료를 책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국민임대주택 임대료 수준이어서 이것 또한 논란거리다.

유수지 역시 악취 제거·대지 보강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해 철도용지 못지않은 공사비가 투입될 전망이고, 주민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신정호 목동행복주택 건립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방재시설 확장과 홍수조절 기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목동유수지에 어떤 건물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실효 없는 목돈전세···깡통전세 ‘나 몰라라’ = 행복주택과 함께 박 대통령의 주거복지 핵심공약 ‘목돈안드는전세’는 시장의 외면 속에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15년 전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논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 상품은 고안 당시 모습 그대로 공급돼 용도 폐기를 자초했다.

전세 폭락기에 만들어진 목돈전세는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구조다. 즉, 세입자가 줄 서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근본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상품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제 6개 시중은행이 내놓은 ‘목돈전세Ⅰ’은 출시 이후 지원 실적이 단 2건(1400만원)에 그쳤고 ‘목돈전세 Ⅱ’ 실적도 최근까지 410건(256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에 ‘목돈전세Ⅰ’은 폐지하고 ‘목돈전세Ⅱ’를 전세금안심대출과 연계해 판매하겠다고 자구책을 내놨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대신 대한주택보증이 세입자 대출 원리금 상환과 집주인 보증금 반환을 각각 보증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출 대상 주택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걱정할 필요 없는 주택만 대상이 돼 굳이 수수료를 내면서 이 상품을 이용할 수요층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대출 대상은 주택 선순위 채권액(집값의 60% 이내)과 전셋값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90% 이하 여만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작 혜택이 돌아가야 할 ‘깡통주택’ 세입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라며 “임차인을 위한 게 아니라 은행과 대주보가 절대 손해 안 보게 한 실패한 관치 금융상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주거정책에 대한 기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기 침체와 대세 하락기인 상황에서도 ‘집값 떠받들기’용 부양책으로 일관한다는 것.

지난 8월만 보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면 매매시장 활성화와 함께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설 것”이라며 내놓은 무늬뿐인 전월세대책은 도리어 시장에 혼란만 안겼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숱한 대책 발표에도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집값은 하락하고 전셋값만 오르는 현상이 지속했다”며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게 하는 건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한다는 우려도 현실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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