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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사실 ‘공범’은 결말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다”

[인터뷰] 김갑수 “사실 ‘공범’은 결말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다”

등록 2013.11.11 09:19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솔직히 고민이 됐다. 영화 ‘공범’을 이끄는 투톱 가운데 한 축인 중견배우 김갑수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말이다. ‘감성 스릴러’, 즉 ‘스릴러’란 장르 안에서 숨쉬는 ‘공범’은 충격적 반전을 통해 관객들의 예상을 전복시키는 힘을 가진 영화다. 결국 극 전체의 흐름을 이끄는 두 사람과의 대화는 자칫 영화 자체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란 가정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결국 최선이 최악으로 변질돼 가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인간성이 변화되는지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고도의 심리 묘사가 필요한 캐릭터들이기에 ‘공범’은 캐스팅 단계부터 여느 배우들은 선을 그어버리고 출발했다. 그렇게 선택을 하고 또 선택되어진 배우 중 한 명이 김갑수다. 연기력의 다른 말이 김갑수 아닌가.

인터뷰 전 그의 개인 SNS를 검색해 봤다. 잠시 후 있을 인터뷰를 올려놨다. “인터뷰를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광화문 근처 카페로 이동 중이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냉수 한 잔을 앞에 두고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다.

김갑수는 “요샌 너무 금연 구역이 많다. 우리처럼 흡연자들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도 주위의 여성 스태프들에게 혹시나 담배연기가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가며 피웠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첫 질문은 김갑수가 먼저 했다. ‘영화 어떠냐’는 질문이다. ‘재미있느냐’ 정도 일 것이다. ‘공범’이 스릴러이지만 그 장르만의 쾌감이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면서 “스릴러지만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 말은 ‘공범’의 출연 이유와도 같았다.

마지막 반전이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이기에 그 반전을 위해 스토리를 끌고 가는 김갑수와 손예진의 힘은 상당하다. 결국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가 스릴러라는 장르와는 좀처럼 어울리지를 않는 단점도 있다. 이 점에 대해 김갑수도 공감을 하며 “지금에서야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영화의 결말을 공개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가 자신의 영화 스포일러를 공개하자고 발언을 했다. 꽤 흥미로운 얘기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수긍이 됐다.

김갑수는 “사실 ‘공범’은 결말에 대한 반전이 핵심은 아니다”면서 “나와 손예진이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그 과정 속에 담긴 연기적 스킬을 느끼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결말을 먼저 알고 나와 손예진의 수 싸움을 눈여겨 본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 부분에서 딸은 아빠한테 이렇게 하네’ ‘그러니깐 아빠가 딸의 말에 이런식으로 받아 치잖아’ 이런 묘미를 살리는 것도 혹시 좋은 방법은 아닐까”라며 되물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는 ‘공범’으로 데뷔한 국동석 감독과 촬영 전 많은 대화를 하며 조율을 했단다. 그 조율의 결과가 지금의 ‘공범’이다. 김갑수는 “사실 촬영하면서 감정을 강하게도 찍어봤고, 약하게도 찍어봤다”면서 “결과적으로 지금의 포인트를 찾아냈다. 그 점에선 국 감독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공을 돌렸다. 나아가 그는 ‘공범’의 최대 공로자로 후배 손예진을 꼽았다. 극중 자신의 딸로 나왔다.

김갑수는 “‘공범’의 진짜 재미는 손예진의 연기, 그의 감정을 따라가며 느끼는 것이다”면서 “‘다은’ 캐릭터가 결코 쉽지 않은 역인데 많은 변화를 주며 소화해 냈다. 손예진과는 7년 전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도 부녀사이로 나온 적이 있다. 내가 어떻게 던질지를 알고 나 또한 예진이가 어떻게 받을지를 알고 있다. 그게 호흡이다. 그 점에선 손예진은 최고다”고 후배의 연기에 최고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만에 영화로 또 주연으로 등장한 김갑수이지만 드라마에선 한때 ‘빨리 죽기 전문’으로 결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 질문에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드라마 캐스팅이 들어오면 ‘나 언제 죽는데’부터 지금도 물어본다”면서 “왜 이렇게 날 못 죽여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파안대소를 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김갑수는 ‘공범’의 ‘순만’역이 너무 좋단다. 보통 자신의 나이 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돼 있다며 “폭력조직 보스, 기업 회장님, 아니면 어떤 검은 손 등이 내 나이 대 중년들이 할 수 있는 배역의 전부다”면서 “앞으로 내 나이 대에서 할 수 있는 중년의 사랑 얘기 진짜 해보고 싶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얼마나 좋냐. 왜 우리는 이런게 안되나”라며 아쉬워 했다.

인터뷰 말미 쯤 자신의 SNS를 답문을 위해 핸드폰을 잠시 보는 김갑수. 알고 보니 팔로워만 26만 명에 달하는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안’이었다. 한때 정치적 사회적 발언이 온라인을 잠식해 SNS를 ‘은퇴했었다’는 그는 ‘공범’ 때문에 다시 복귀했다. 팔로워들이 올리는 글은 다들 영화에 대한 칭찬이었다. 거친 수염 탓에 피곤해 보이던 얼굴이 금방 환해졌다. “나한테 이게 보약인가 보다”며 싱글벙글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인터뷰를 끝나고 문득 생각이 나서 스마트폰으로 김갑수의 나이를 검색해 봤다. 올해 57세 란다. 설마. 2층 난간에 걸터앉아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에서 활기가 넘쳐 흘렀다. 영화와 연기가 그의 나이를 꺼꾸로 흐르게 하는 명약인가 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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