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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추는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號 미래는

[포커스]자취 감추는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號 미래는

등록 2013.07.15 06:00

수정 2013.07.15 08:21

정백현

  기자

(부제)
삼성·현대차 등 국내·해외생산 비중 오래 전 역전
규제·인건비·노조리스크 ‘족쇄’ 피해 보따리 행렬
인기영합 정치논리에 휘둘려 산업·고용기반 흔들

사진 + 표
*주요기업 해외 생산 시설 현황 표 첨부 예정
*사진설명 :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는 동안 국내 사업장 설비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제조업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공장 내 의장라인의 작업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는 동안 국내 사업장 설비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제조업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공장 내 의장라인의 작업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국내 주요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는 동안 국내 사업장 설비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제조업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공장 내 의장라인의 작업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10여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제조업 회사의 제품 겉면에서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한국 생산품)’라는 표기는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표기를 보기란 쉽지 않다. 인건비 부담과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 해외 생산 비중 이미 역전 = 국내 산업의 투톱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이미 국내 생산 비중을 뛰어 넘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지난해 기준으로 91%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다. 국내(구미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량은 9%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3억9600만대의 삼성 휴대전화 중 구미에서 생산된 물량은 고작 3800만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년부터 베트남 타이응웬성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국내 생산 비중은 6%로 떨어진다. 반대로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휴대전화의 숫자는 2억4000만대로 늘어나 베트남의 삼성 휴대전화 생산량은 글로벌 총량의 60%를 차지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개의 해외 생산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생산 시설이 늘어나는 동안 국내 생산 시설의 증설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역시 해외 생산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인도, 러시아, 터키, 브라질 등 8개 국가에 1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의 수는 약 370만대다. 특히 기아차 중국 3공장이 완공되는 2014년에는 해외 생산량이 약 400만대에 이르게 된다. 이는 국내 7개 지역 17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 능력 35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재·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창사 45년 만인 지난해부터 역전됐다. 2007년 188만대에 불과하던 해외 생산량이 7년 만에 2.1배(112%) 늘어나는 동안 국내 생산량은 350만대 이상을 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과 브라질 등지에서 공장을 늘리는 동안 국내 공장 증설 작업은 기아차 광주 2공장의 증설만이 유일했다.

자취 감추는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號 미래는 기사의 사진

◇잇단 해외 증설, 고용기반 사라진다 = 주요 기업이 제조업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하고 물류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 등 노조의 힘이 강한 일부 업종의 경우 잦은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아 ‘노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로 공장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생산 원가와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현지 생산량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국내공장 노조의 특근 거부 당시 “국내 생산량 손실의 대안을 해외에서 찾아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렇듯 주요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탓에 국내 인재의 고용 기반이 축소되고 기업의 국내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많이 뽑으려면 국내에 새 공장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 상 대규모 공장의 신축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물류와 영업에 대한 부담이 적은 수도권의 대기업 제조업 공장 설립과 확대는 여전히 막혀 있다.

또한 기업의 경영에 사실상 족쇄를 채우는 여러 규제도 대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설비 투자를 늘리면 종업원이 늘게 되고 그 종업원은 내수 시장에서 소비 활동을 벌여 시장 성장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이같은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힘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호환 아주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업 정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상당히 비우호적”이라며 “베트남 등 신흥 국가에서도 해외 이전 기업의 복귀 유도 정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논리에 휘말려 이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투자를 늘려야 장기적인 성장의 기반이 마련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직접 나서서 고용 환경 개선과 규제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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