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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비 기자
등록 :
2020-09-22 08:58

리포트 1개 신풍제약, 30배 급등에 증권가도 ‘어리둥절’

코로나19 치료제 임상하며 주가 2895% 상승
7월부터 외국인 대량매수, 지분율 9.5% 늘려
증권가,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주가 급등 우려
2154억원 블록딜 예정 공시 후 시간외 하한가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서 리서치센터 보고서가 없는 게 아닐까요, 이 회사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 코멘트를 할 수 있는 애널이 증권가엔 없을 걸요.” -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A

“코스피 시총 100위 기업 대부분을 저희 회사가 커버하는데 이 회사 보고서는 없습니다. 다른 글로벌 증권사 자료도 접한 적 없습니다. 시총 30위라고요…? 이해가 안 갑니다.” - 외국계 증권사 기업담당 임원 B


낯선 한국 중견기업인데 유독 외국인이 사랑한다는 ‘이 회사’는 어딜까? 바로 올해 저점인 3월 19일 기점으로 최고 2895.46%의 상승률을 보이며 한국 전체 2300여 상장사를 통틀어 압도적인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인 신풍제약이다. 상승률 2위 역시 신풍제약 우선주이며, 3위 삼성중공업과의 격차는 1653%에 달한다.

◆주가 상승 일등공신, 외국인 매수와 英·美 지수 편입=지난 3월 19일 6610원이었던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 9월 18일 불과 6달 만에 19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일 거래대금은 1조원대 LG화학을 제치고 2조537억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시가총액은 아모레퍼시픽, 삼성화재 등 대기업을 넘어서며 10조4910억원에 달했다.

1962년 설립돼 소염진통제 등 복제약을 판매하던 신풍제약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부상하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

신풍제약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은 특이하게도 외국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외국인은 신풍제약 주식 약 5895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5554억원, 기관은 238억원을 순매도했다.

글로벌 지수 편입 호재도 있었다. 신풍제약은 지난 8월과 9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글로벌 올 캡 지수에 잇따라 편입되며 펀드 추종 자금이 모여들었다.

이 시기 신풍제약은 거래대금과 시가총액 모두 크게 불어났다. 올해 1월 2일 일 거래대금 47억원에서 시작해 9월 18일 일 거래대금 2조537억원을 기록했다. 시총 역시 1월 2일 3879억원에 불과했는데 9월 18일 10조4910억원까지 팽창했다.

다른 지수 및 기업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신풍제약이 연저점 이후 3000퍼센트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3월 19일~9월 18일) 코스피 지수는 부침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65.50% 회복했다. 신풍제약이 속한 의약품업종 전체 지수는 123.39% 상승했다.

같은 제약바이오 대표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저점 이후 최고 상승률이 130%(8월 12일)이었고, 셀트리온은 135%(7월 13일)이었다. 이 시기 신풍제약은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등을 제치고 삼바(36.31%), 셀트리온(28.08%)과 함께 업종 점유율 7.62%로 의약품 시총 3위에 안착했다.

◆증권가,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주가 급등 우려=현재까지 나온 신풍제약 보고서는 21일 KB증권이 배포한 약식 보고서 단 1개로 파악되고 있다. 이마저도 1쪽 분량의 요약 보고서에 그치며 투자의견은 NR로 제시됐다.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대부분이 선뜻 작성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신풍제약을 바라보는 증권가 시선은 따뜻하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풍은 단지 주가가 올라서 핫한 건데, 주가 상승 재료는 임상 2상을 비롯해 코로나19 신약 밖에 없다”며 “이 회사가 어떤 이유로 이렇게 오르는지 증권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사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 때문에 시총 30위까지 올랐는데, 피라맥스와 관련해서 현재까지 동물실험 외에는 보여준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 치료제 외에 의약품 사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만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도 아니다, 만약 주가가 오를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모든 애널리스트가 이 회사를 주목하라는 보고서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신풍제약은 폭발적인 주가 상승과 정반대로 곤두박질치는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2017년 9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8년 69억원, 2019년 20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꾸준히 18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2분기까지도 영업이익이 좋아지거나 한 부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신풍제약이 상한가를 찍으면서 10조짜리 대마(大馬)가 된 것은 ‘기계’의 한계를 보여준다”면서 “코스피나 FTSE 등 지수를 따르는 펀드들은 무조건 그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주가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해 동물실험 데이터만 얘기 됐었고, 이후 임상하겠다고 승인은 받았는데 실제 임상 진행 현황이 시장에 공유되거나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보도자료화 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으로는) 피라맥스가 코로나19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응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시총은 30위까지 올랐을지 몰라도 기대감처럼 뭔가를 보여주는 상황이 아니라서 애널리스트들도 그만한 가치를 찾지 못해 보고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풍제약 피라맥스 전용공장. 사진=신풍제약 제공

◆22일 2154억원 블록딜 예정 공시 이후 시간외 하한가=신풍제약은 지난 18일 공개적으로 화제가 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21일 장 중 한때 21만400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장 마감은 전 거래일보다 2.27%(4500원) 하락한 19만3500원으로 마쳤다.

이날 신풍제약은 총 2154억원 규모 자사주 128만9550주를 22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밝혔다. 전체 발행주식의 2.43%에 해당하는 보통주식을 21일 종가에서 13.7% 할인한 16만7000원에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신풍제약 측은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과제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처분 주식 가운데 58만주를 Segantii capital investment가 매수하며, 그 외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1% 미만으로 분산 매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은 18일 1879억원 순매수에 이어 21일도 신풍제약을 22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18일 70억원, 21일 7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8일 1781억원 순매도, 21일 60억원 순매수했다. 21일 신풍제약 주가는 시간외 하한가인 17만45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증권가는 가장 ‘핫’한 기업이자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신풍제약을 ‘미스터리’한 기업으로 평가한다. 연저점 기준 현재까지 주가수익비율(PER)이 5657배에 달하는 기업임에도 좋은 의미로 신비롭다기보다는 ‘뭔가 애매하다’는 뉘앙스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비롯해 외국 법인 등은 영국과 미국 두 거대 글로벌 시장 지수 편입 호재에 힘입어 주도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지난 2016년 FTSE 지수 편입 호재 이후 급등했다가 편출된 후 폭락한 코데즈컴바인과 신풍제약을 견주며 아직까지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신풍제약 관련 뉴스를 보고 뒤늦게, 섣불리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경고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지주사 격인 송암사 등을 통해 신풍제약 지분을 30% 가까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주식 매매 움직임 역시 주가에 영향을 끼칠 만한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홍가혜 KB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내년 초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임상 2상 결과 도출을 앞둔 상황이지만,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 글로벌 540여 곳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임상 2상부터 최종 시판 성공 확률은 27.5%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은비 기자 goodrain@
조은비 기자 goo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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