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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3위 기업 일군 조정호·김용범···키워드는 '인재'와 '성과'

금융 보험 메리츠화재 100주년

3위 기업 일군 조정호·김용범···키워드는 '인재'와 '성과'

등록 2022.09.29 06:01

수정 2022.09.29 10:04

차재서

  기자

계열 분리 20년 만에 자산 30배 늘린 메리츠금융'만년 5위' 메리츠화재도 순이익 3위 손보사 도약CEO 특유의 능력·성과주의 경영철학이 성장 견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메리츠화재가 '100년 기업' 반열에 오르기까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 중 두 사람만을 꼽으라면 단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아닐까 싶다. 능력·성과주의에 기초한 이들의 경영철학이 자율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려 오늘날의 기업을 만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진가(家) 4남 조정호 회장이 아버지 고(故) 조중훈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았을 당시만 해도 메리츠금융은 그룹 계열사 중에선 눈에 띄지 않는 회사였다. '한진'을 아는 대부분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 다른 두 형제에게 넘어간 해운업 1위 한진해운과 글로벌 10대 조선소 한진중공업의 그늘도 컸던 탓이다.

하지만 조정호 회장은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을 기반으로 묵묵히 홀로서기에 나섰으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실제 메리츠금융은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땐(2005년) 3조3000억원에 불과하던 자산을 약 90조원(6월 기준)으로 30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주요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계열사의 위상도 높아졌다. '만년 5위' 메리츠화재는 해마다 실적 기록을 써나가며 2019년부터 순이익 기준 3위 손해보험사로 탈바꿈했다. 10여 년 전엔 10위권 밖에 머물던 메리츠증권 역시 매년 사상최대 실적을 거둬들였고 2021년 업계 6위(순이익 7829억원)로 올라섰다.

메리츠금융의 이 같은 행보는 해운시장 침체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진해운, 부실을 털어내지 못해 뿔뿔이 흩어진 한진중공업과 대조적이라 할 만하다.

여기엔 조 회장 특유의 '인재경영'과 '성과주의'가 영향을 미쳤다고 외부에선 평가한다. 평소 조 회장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면 출신을 가리지 않고 영입해 사업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들이 자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도록 지원한다. 긴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 수천억원대 투자도 사후 보고한다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라고 강조한다"며 "직원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모든 계열사가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췄고, 학력이나 직급이 아니라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만 보고 충분히 보상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조 회장의 철학에 발맞춰 메리츠화재의 성장 기반을 다진 인물이 바로 '보험업계 장수 CEO' 김용범 부회장이다. 메리츠증권을 거쳐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끈 김 부회장은 여러 금융사를 오가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이른바 '아메바경영'을 도입해 회사를 성과형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는 큰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각 직원이 자신의 성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보상을 차별화한다.

또 김 부회장은 영업 효율화에도 신경을 쏟았다. 관리조직을 축소하고 초대형 점포 중심의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사업가형 점포장 제도 도입과 법인보험대리점(GA) 제휴에도 만전을 기했다. 그 대신 절감한 영업관리 비용은 보험료 인하와 설계사 지원 강화 등 목적으로 활용했다.

설계사 출신 본부장 승격제도로 직업적 커리어의 한계도 없앴다. 영업설계사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성별·나이·학력 등 차별 없이 영업관리자인 본부장으로 승격시켜 성과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상을 지급한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는 매년 실적 행진을 이어왔다. 김 부회장 취임 직후인 2015년말 1700억원이던 순이익이 작년엔 6600억원으로 4배 성장했고, 올 상반기에도 4640억원을 남기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도 같은 기간 11.9%에서 24.7%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직원들도 회사에 만족하는 눈치다. 평균 근속연수가 2015년도 8년 11개월에서 2021년말 11년 6개월로 늘어났으며, 직원 평균 급여도 약 6900만원에서 약 1억200만원으로 2배 가량 뛰었다.

김 부회장은 2025년엔 장기인보험 매출과 순이익, 시가총액 등 지표에서 모두 1위 손보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메리츠화재가 CEO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순항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직원과 공유한 메시지에서 "임직원이 행복해야만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결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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