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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특급열차' 탔던 소부장 기업, 주가는 특급 혜택 없었다

NW리포트

'상장 특급열차' 탔던 소부장 기업, 주가는 특급 혜택 없었다

등록 2022.07.11 08:17

수정 2022.07.11 15:18

박경보

,  

신호철

  기자

패스트트랙 탔던 소부장 상장사 51곳 중 25곳은 '공모가 하회'반도체 관련사, 주가 부진···로봇·이차전지 등은 고수익 행진소부장, 진입장벽 높지만 사업 경쟁력 갖추면 고속 성장 가능기술경쟁력 확보 이후엔 고성장···실적 중심 선별적 접근해야

'상장 특급열차' 탔던 소부장 기업, 주가는 특급 혜택 없었다 기사의 사진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상장한 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로봇‧이차전지‧원전 등 미래 유망업종과 정책 수혜주들은 시장의 기대감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 등 나머지 절반 가량의 종목들은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투자 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12월 24일 1호로 상장한 메탈라이프(현 RF머트리얼즈)부터 넥스트칩(7월 1일)까지 소부장 패스트트랙 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종목(스팩 상장 제외)은 총 51개다.

소부장 패스트트랙은 2019년 9월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소부장 지원 의지에 발맞춰 소재‧부품 전문 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낮춰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상장예비심사 기간이 기존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됐고, 전문 평가기관 1곳에서 'A' 등급 이상을 획득하면 된다. 반면 기존 기술특례 상장은 전문 평가기관 2곳에서 각각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지원 확대, 공모주 시장 열풍 등에 힘입어 소부장 기업들의 상장이 크게 늘었다. 패스트트랙으로 상장한 소부장 기업은 2019년 1곳, 2020년 16곳이었지만 지난해엔 무려 22곳이 증시에 데뷔했다. 약세장인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12곳이 상장하는 등 소부장 기업들의 증시 문턱이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통해 상장한 51개 종목 중 절반 가량인 27개 종목만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종목은 레인보우로보틱스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7일 2만4100원에 마감해 공모가 대비 141% 올랐다. 상장 당시 1201.26대 1에 달하는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종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3일 상장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지난 1분기 6억1956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로봇 분야를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발표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소부장 패스트트랙 수익률 상위권 종목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로봇 관련 종목인 유일로보틱스와 라온테크 등도 포함됐다. 이차전지 관련 종목인 원준도 공모가 대비 90.1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새 정부의 원전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지투파워는 공모가 대비 133.23%나 급등한 상태다.

반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수요 부진 우려에 시달려온 반도체 관련 종목들은 대체로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와이팜(-58.18%), 엘비루셈(-48.64%),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32.47%), 핌스(-30.00%), 오로스테크놀로지(-28.33%) 등은 공모가를 큰 폭으로 하회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중이다.

패스트트랙 상장 종목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비비씨다. 공모가 대비 65.64%나 하락한 비비씨는 덴탈‧뷰티케어 소재사업 등 주력사업의 성장세가 부진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71% 증가한 105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98.79% 감소한 2432만원에 그쳤다.

제조업 필수 중간재인 소부장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경쟁력을 갖추면 빠르게 성장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 영위 기업 중 대략 절반을 차지하는 소부장 산업의 육성은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요건으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소부장의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완성재 생산을 위한 필수 중간재인 소부장은 전방산업의 수요에 의해 시장규모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황전망이 어두운 반도체 소재‧장비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주가 부진에 허덕였던 이유다.

특히 소부장은 바이오산업과 마찬가지로 장기간의 기술 노하우 축적을 위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다. 패스트트랙 상장을 통해 빠르게 자금을 확보했더라도 기술력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면 외형 성장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다만 증권가는 부진했던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예상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장비주는 여전히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소재와 부품주는 원재료 값 상승에 따른 판가 인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소부장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보다는 호실적이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상승은 최근 반도체 소재업체들의 실적과 주가 소외의 주된 이유"라면서도 "다만 최근 1분기 영업이익률은 평년 수준으로 올라왔고, 기존 우려가 해소되며 실적이 개선되는 구간에서 소재업체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주도 향후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정부정책이 발표될 경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문재인 정부 때도 반도체 관련 정책 발표 이후 소부장 관련 중소형주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보다 상승 폭이 컸다.

상장 이후 주가가 치솟고 있는 로봇 관련 소부장 기업들도 향후 상승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로봇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분야다. 로봇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총결집돼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소부장 기업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협동로봇의 부품 내재화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낮은 원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매출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영업 레버리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로봇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5~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카메라‧모터‧배터리 등 로봇 핵심 부품에서 선두권 경쟁력 가지고 있고, 5G 통신망‧공장 자동화 등 인프라가 앞서 있다는 점에서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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