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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케뱅·카뱅 시장에 각인시킨 다섯 장면

금융 은행 인터넷은행 5년 명암②

케뱅·카뱅 시장에 각인시킨 다섯 장면

등록 2022.04.27 06:01

수정 2022.05.26 09:32

차재서

  기자

'간편한 플랫폼' 앞세워 빠르게 시장 장악 비대면 대출 등 금융권 디지털 혁신 유도 '인터넷은행 특례법' 통과 후 성장 가속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디지털금융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모바일 앱을 설치해 실명확인을 거치면 은행을 찾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까지 받는 시대가 됐다. 저녁 늦은 시간뿐 아니라 주말에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흐름을 바꾼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5년 전 생소한 사업구조로 전통 금융사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간편한 플랫폼과 수수료 혜택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고, 정부·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명실상부 금융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24시간, 365일 어디서나"···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출범 = 인터넷은행과 디지털금융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3일 문을 열고 우리나라 첫 인터넷은행이자 7번째 시중은행으로서 '대(對)고객 서비스'에 돌입했다.

당시 이 은행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뱅크 에브리웨어'다. 금융에 대한 '상식'에 입각해 24시간, 365일 어느 곳에서나 소비자가 원하는 은행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포부였다.

곧 금융업의 중심축이 '금융사'에서 '소비자'로 이동할 것임을 암시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소비자는 '은행이 정한 룰'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가령 대출을 받으려 적어도 은행의 업무 시간 정도는 맞춰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케이뱅크 앱 출시와 함께 금융권 전반에서 혁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5년이 지난 지금 비대면 대출은 어느 은행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

이후 케이뱅크가 흑자를 내는 은행으로서 본궤도에 안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변화에 불을 댕겼다는 점에서 이들의 등장엔 큰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식 출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식 출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1개월 만에 300만 은행"···'진짜' 메기의 탄생 = 막 첫 발을 내디딘 인터넷은행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한 곳은 카카오뱅크였다.

국내 2호 인터넷은행으로서 2017년 7월27일 서비스를 오픈한 카카오뱅크는 후발 주자임에도 빠른 속도로 영업을 전개하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서비스 첫날 11시간 만에 15만5000명에게 계좌를 얼어준 데 이어, 불과 1개월 뒤엔 이용자 307만명을 확보하고 대출 규모를 1조4090억원까지 끌어올렸을 정도다.

카카오뱅크의 초반 흥행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대화창에 문자 메시지를 남기듯 돈을 주고받는 것처럼 곳곳에 스며든 카카오의 친숙한 이미지가 소비자를 끌어당겼다.

이뿐 만이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2주 만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자산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하고자 선제적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인데,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기 전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은 금융권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자극을 받은 주요 은행이 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도 신경을 쏟았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산업자본 지분 34%까지···자금 여건 '숨통' = 인터넷은행의 성장 이면엔 정책적 지원도 뒤따랐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자본 확충 고민을 덜어준 국회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처리가 대표적이다.

2018년 9월 국회 문턱을 넘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10%(의결권 4%)에서 34%까지 상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원칙적으로 배제되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자산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엔 예외적으로 34%의 지분 보유를 허용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법안은 궁극적으로 인터넷은행이 IT기업 중심의 지배구조 아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시하고,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도록 돕고자 마련됐다. 인터넷은행이 원만한 영업을 이어가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이 요구되는데,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은산분리 규정에 자본 확충이 어려웠던 탓이다.

법안이 처리되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의 계획대로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먼저 카카오뱅크의 경우 2대주주였던 카카오가 2019년 11월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주식 교환을 거쳐 최대주주에 올랐다. 특례법 시행 후 ICT기업이 은행 지분을 34%까지 늘린 첫 사례다.

케이뱅크는 모기업 KT로부터 은행 지분을 넘겨받은 BC카드 중심의 지배구조를 꾸렸다. 담합 혐의로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플랜B'를 가동한 결과였다.

사진=토스뱅크 제공사진=토스뱅크 제공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등장=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양자 구도로 굳어지는 듯 했던 인터넷은행 시장은 2019년 12월 새 국면을 맞았다. 재수 끝에 예비인가를 따낸 토스뱅크가 금융권에 새 바람을 예고하면서다.

토스뱅크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굵직한 금융·비금융 기업의 연합군이다. 같은 해 상반기 한 차례 예비인가를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신 토스는 5개월 뒤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 웰컴저축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재도전에 나섰고 사업권을 획득했다.

이는 토스 측이 '안정성'을 보완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당국은 첫 번째 심사에서 컨소시엄 주축인 토스의 자본금 대부분이 부채에 해당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라며 의구심을 표한 바 있다. 이에 토스는 대형 금융회사를 컨소시엄에 합류시킴으로써 출자 부담을 줄이고 자본금 조달 능력도 보완했다.

동시에 토스뱅크는 '포용과 혁신의 2세대 챌린저 뱅크'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내 모든 시중은행, 증권사, 40여개 금융기관과 협력해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토스의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 소외계층을 끌어안겠다는 복안이다.

작년 10월 자본금 2500억원, 직원 180여명 규모로 출발한 토스뱅크는 현재 '3호 인터넷은행'으로서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말 기준 이용자수는 253만명이며, 수신 잔액은 17조원, 여신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토스뱅크의 실적을 평가하긴 이르다. 사업 초기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카카오뱅크는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를 내기까진 1년반이 걸렸고, 케이뱅크 역시 작년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게다가 토스뱅크는 출범 열흘 만에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여파에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증시 입성한 카카오뱅크···한 때 '코스피 시총 8위' =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것도 기념비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은행이 서비스 론칭 후 약 4년 만에 일궈낸 성과일 뿐 아니라, 인터넷은행이 증시에 입성한 첫 사례여서다.

데뷔는 화려했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8월6일 코스피 입성 첫 날 시초가(5만3700원) 대비 29.98%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또 2주 뒤인 20일엔 시가총액을 43조8042억원으로 끌어올리며 현대차(우선주 제외)를 넘어 코스피 시총 8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초기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은 꾸준한 성장을 보여준 은행의 역량과 잠재력을 두루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확산과 맞물려 산업계 전반에서 비대면 플랫폼이 각광받은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진 않았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약 20조1670억원으로 작년 8월의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그 여파에 금융권 시총 순위에서도 KB금융(24조7400억원), 신한지주(21조7740억원)에 연이어 추월을 허용한 상태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소매금융 중심인 카카오뱅크의 사업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는 진단도, 타 금융그룹 대비 주주친화 정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지적 속에 다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카카오뱅크 스스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올 연말 상장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착수한 케이뱅크도 카카오뱅크처럼 흥행가도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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