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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순혈타파 인사 했다는데..성공할까

롯데 신동빈 순혈타파 인사 했다는데..성공할까

등록 2021.11.26 17:18

수정 2021.11.27 09:27

김민지

  기자

홈플러스 출신 김상현 유통 총괄···온·오프라인 융합 과제전통 호텔리어 대신 ‘컨설턴트’ 출신 안세진 호텔 총괄 앉혀백화점 대표엔 신세계맨 정준호···럭셔리 전략 적임자 판단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완전히 주저앉은 롯데 유통 부문에 ‘순혈주의 타파’ 인사로 칼을 뺐다. 업계는 새로운 인물들이 롯데 유통 사업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냐는 데 의문을 제기하며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5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 회장은 변화와 쇄신을 위한 특단책으로 롯데그룹 요직에 외부 인재를 속속 앉히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집중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유통 부문과 호텔 부문은 수장이 교체됐다. 기존 유통·식품·화학·호텔 BU(Business Unit)장 중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경질됐다.

새 HQ 체제에서는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됐다. 기존 백화점 사업부 대표인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도 경질됐고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새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해 외부 출신으로 롯데마트 대표 자리에 오른 강성현 대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초 롯데그룹은 인사가 보수적이고 변화의 흐름에 늦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대부분이 공채 출신으로 채워질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했다. 하지만 유통 총괄과 호텔 총괄, 백화점 대표까지 외부 인사로 채운 것은 기존 ‘롯데맨’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업계는 신 회장이 롯데의 순혈주의를 타파한 쇄신 인사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새로운 인물들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유통 총괄을 맡은 김상현 부회장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에서의 경력이 주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가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이커머스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고 오프라인과의 융합이 주된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최근 트렌드에 맞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유통 총괄을 맡게 된 김상현 부회장은 오프라인 유통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P&G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이후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홈플러스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홈플러스를 이끌었는데, 이 기간에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홈플러스는 인수 이후 첫해 대규모 위로금과 업황 악화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1490억원)를 내는데 이른다.

김 부회장은 2016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을 3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흑자 전환 이듬해 홈플러스의 영업익은 25.1% 뚝 떨어졌고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에 있던 마지막 해도 매출액과 영업익이 모두 떨어졌다.

지난 2014년부터 ‘옴니채널’ 전략을 강조해왔다. 신 회장이 수년 전 이미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 청사진이 완성되면 국내 온·오프라인에서 독보적인 1등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이 유통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존 오프라인 점포가 타격을 입은 데다 롯데온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김 부회장이 롯데의 디지털 전환에 확실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호텔 사업 총괄로 선임된 것 또한 업계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안 총괄대표는 2018년부터 롯데그룹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놀부 대주주인 모건스탠리PE의 오퍼레이션 조직을 총괄하며 놀부 경영을 맡은 ‘경영 컨설턴트’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전통 호텔리어 출신이 아닌 대표가 부임한 것을 두고 그만큼 신 회장의 강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롯데호텔은 중국 등의 해외 고객에 의존하며 안주하는 측면이 강했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각성 차원에서 컨설턴트 출신 대표를 데려온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호텔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신 회장의 숙원인 기업공개(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안 대표가 몸담았던 놀부에서 조직 효율화 등 전략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놀부 매출액은 2018년 967억원에서 지난해 531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영업손실은 2018년 14억원에서 2019년 1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로는 20년간 신세계 계열사에 몸담았던 정준호 롯데GFR 대표이사 부사장을 내정했다. 정 부사장은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널 해외패션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담당, 신세계 이마트 부츠(Boots) 사업을 담당했다. 이후 2019년 롯데쇼핑 패셜 계열사인 롯데GFR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국민백화점’ 타이틀을 떼고 명품 강화를 선언한 만큼 신 회장은 정 대표가 이를 구현하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총괄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이 온라인 융합 설계, 청사진을 세워 단기간에 체질 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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