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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된 LH

뜨거운 감자된 LH

등록 2021.08.25 18:01

수정 2021.08.25 19:32

주현철

  기자

LH 수직분리 방안 제시...국토위 위원들 반대“정부 3가지안 모두 투기 억제 대책 아니다”"해체에 매몰, 날짜에 쫓겨 만들었나" 지적전문가도 부정적 의견..."장기 과제 검토해야"당장 자본금도 50조로 증원해야하는 상황부동산 LH의존 줄이고 정부 재정 늘려야 “이르면 다음주 당정”···차기 정부로 갈듯

LH본사 전경. 사진= 주현철LH본사 전경. 사진= 주현철

‘뜨거운 감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조직개편 방안이 최대 수년, 적어도 차기 정권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차례의 공청회에서 정부의 개편안이 사실상 거부당하면서다.

특히 섣부른 조직개편으로 LH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주거복지 정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편되는 LH의 모회사를 맡거나, 재정을 더 투입해야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정책을 LH에 의존하지 말고, 임대주택 등 공공성이 강한만큼 정부가 더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다보니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LH를 주거복지 기능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 분야를 자회사로 하는 모자 구조의 수직분리 개편 방안을 추진했으나 공청회 참가 전문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국토부가 제시한 조직 개편 방향은 크게 3가지다. 1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방안이다. 2안은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안이다. 3안은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하고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국토부는 이 중 3안을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생각하고 지지해왔다. 개편안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주거복지와 개발 부문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각 부문별 정부 통제를 받도록 하는 동시에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 부문을 통제하는 이중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개발 이익을 주거복지 부문에 배당하도록 규정해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안정적인 주거복지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모자 구조로 조직을 개편할 경우 국세나 지방세 등 특례 입법도 가능하고 법인세 연결 납세를 적용해 세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안 중에는 기능별 수평 분리 방안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개발 사업이 주거복지 사업의 재원을 충당하는 ‘교차 보전’을 유지하려면 수평 분리로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조직을 분리하려면 그나마 주거복지 조직이 개발 조직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직 분리 방안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물론 국회 국토위 의원들 대부분이 ‘수직 분리’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국민적 공분이 거셌던 당시에 나왔던 국무총리의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발언에 매몰돼 정부가 정확한 조직 분석 없이 LH 조직개편을 몰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LH 조직 개편을 수직구조로 하게 될 경우 오히려 주거복지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발 자회사가 경영 여건상의 이유 등을 들어 모회사인 주거복지부문에 올리는 자금을 줄이면 적자폭이 커져 주거복지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주거복지에 대한 국민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매년 LH의 주거복지 사업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고 LH는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3조원을 벌어 주거복지 부문의 적자를 메우고 나머지는 재투자하거나 정부배당 등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모자 구조 역시 모회사가 주거복지 사업을 하려면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받아와야 하는데, 덩치도 훨씬 작고 인사권도 행사할 수 없는 모회사가 자회사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가뜩이나 LH가 부쩍 늘어난 주거복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자본금을 40조원에서 증액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50조원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LH 조직 개편부터 걸려 있어 당장 급한 자본금 증액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LH 조직의 분야별 자산 파악 등 면밀한 분석부터 다시 벌여 중장기 방안으로 신중히 조직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LH 땅 투기 사건에 정치권이 너무 과잉반응해 LH에 대해 ‘해체’라는 말을 언급해서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됐다”며 “100억원짜리 회사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H개편안을 고민중인 여당측도 3~4년 중장기 구조조정 기간을 설정하고, 주택공급과 주거복지의 세부과제를 법안과 재정 문제까지 모두 차곡차곡 잡아간다는 계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을 집행할 기관도 LH인데 이번 정부에서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여당 관계자 한 관계자는 "LH 문제는 매듭을 지을 단계가 아니라 매듭을 풀어야할 단계"라며 "처음부터 '해체'수준의 LH 혁신을 거론하면서 '해체'에 얽메이게 됐다. 이 매듭을 풀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LH 조직개편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 사안이기에 국회가 정부 안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이상 8월 중 조직개편 방안 발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여당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토위 의원들이 국토부안에 대해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제에 주거복지 사업을 LH의 재원으로 하지 않고 정부 재정으로 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정책을 LH에 의존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나서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LH를 쪼개 모회사와 자회사로 나눈다고해도 모회사를 정부가 맡아 자회사(LH)가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임대사업에 쓰면 된다는 논리다. 다만 이를 위해선 상당한 정부의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환자가 병이 났는데 병과 관계없이 아무 데나 팔 자르고 다리 자르는 것은 돌팔이"라며 "또한 정부의 3가지 방안은 모두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대안이 아니며, 방향성을 상실한 조직개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주 쯤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어떻게든 LH 혁신안을 매듭 짓는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도 결론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이르면 다음주쯤 당정협의를 통해 LH 혁신 문제를 최대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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