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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안화’ 출격 대기···전세계 新화폐 전쟁 스타트

[디지털 화폐 전쟁①]‘디지털 위안화’ 출격 대기···전세계 新화폐 전쟁 스타트

등록 2021.08.09 07:01

차재서

  기자

중국, 내년 ‘디지털 위안화’ 순차 출시 미국도 EU도 ‘CBDC 개발’ 검토 착수재정 정책, 결제 시스템 효율 높이고‘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 가능성 대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 100년간 글로벌 경제 질서의 중심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미국 달러화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으로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CBDC)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다.

CBDC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뜻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이나 효용 측면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디지털 화폐는 비트코인의 급부상과 스마트기기의 발전, 일상의 비대면화를 계기로 차츰 존재의 이유를 키워나가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이 디지털 화폐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통 구조를 만들고 나아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른바 ‘디지털 화폐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디지털 위안화’ 출시 카운트다운=가상의 산물로 여겨지던 디지털 화폐를 현실 세계로 끌어당긴 것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다.

2014년 개발에 착수한 중국 정부는 수년의 연구 끝에 스마트기기에 보관하고 오프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의 틀을 잡았으며 지금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오는 2022년 2월 열리는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이 화폐를 대외에 알리고 순차적으로 공식 통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디지털 위안화의 기능은 공공요금 지불과 지정된 상점에서의 구매, 정부 서비스 이용, 현금자동인출기(ATM) 입출금 등이다. 베이징에선 이달부터 디지털 위안화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 방식도 복잡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간편결제 서비스처럼 포스기에 QR코드를 스캔하면 지불이 이뤄진다.

중국 정부는 추후 디지털 위안화에 역외결제 기능을 추가해 국제 무역결제나 해외 송금 등 사용 시나리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미 중국은 주요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한 현장 테스트로 디지털 위안화의 안정성과 가용성을 검증했다. 작년 12월엔 쑤저우 시민 10만명에게 무작위로 200위안(3만5000원)씩 총 2000만위안(약 35억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매장 등에서 사용하도록 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도시마다 디지털 위안화를 써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여러 환경에서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새 화폐에 대한 톡톡한 홍보 효과도 누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누적거래액은 345억 위안(6조1000억원)이며, 누적 거래 횟수는 7075만건, 테스트 참여자는 1000만명에 이른다.

◇‘디지털 유로’ 예고한 EU···미국도 저울질=중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다른 나라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뒤늦게 연구에 돌입하며 디지털 화폐 발행 여부를 둘러싼 효과 분석에 나섰다. 사실상 CBDC 개발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빠르게 따라붙은 쪽은 EU(유럽연합)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유로화를 디지털 화폐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약 2년의 검토 과정에서 디지털 화폐가 종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지 등을 분석한 뒤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이후 3년에 걸쳐 디지털 유로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외부에선 이변이 없는 한 EU가 ‘디지털 유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질적인 의사 결정만 이뤄지지 않았을 뿐, EU가 줄곧 디지털 화폐의 순기능을 집중 조명한 바 있어서다. 게다가 EU기본법에선 ECB가 법정통화로서 디지털 유로화를 발행하는 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장벽도 없다.

ECB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디지털 결제 서비스 확대로 금융기관과 인프라가 사이버 공격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리스크에 직면했다”면서 “디지털 유로가 비상 시의 전자결제 메커니즘을 제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디지털 유로 발행이 유럽 경제의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유로화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디지털 화폐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공동으로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오는 9월 CBDC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지배적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은 그간 디지털 화폐 발행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입장을 선회했다. 금융포용성 확대와 국경간 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밖에 독자 개발 없이 기존에 유통 중인 가상자산과 손을 잡은 나라도 있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기로 한 엘살바도르, 스텔라루멘과 공동으로 CBDC를 개발하는 우크라이나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0년 조사에서 전세계 중앙은행의 86%가 디지털 화폐 가능성을 점검 중이며, 60%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도 ‘그라운드X’ 컨소시엄과 내년까지 모의실험을 이어간다.

◇결제 시스템 개선하고 국가간 경쟁에 대응=이처럼 각 나라가 디지털 화폐 개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비대면 트렌드에 현금 사용이 줄면서 결제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은 5명 중 1명(2018년 기준 19.8%)에 불과하다. 그만큼 화폐에 대한 관념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정부로서는 시장 통제를 강화하고 재정 정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미리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앞으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추후 국가간 거래 기능이 보편화되면 간편한 결제 구조의 화폐를 보유한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모든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화폐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이는 중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을 늘림으로써 달러화의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오는 2029년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로 전세계 소비 결제의 15%(현재 2% 수준)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5월 보고서를 통해 “국경간 거래에서 발휘되는 편의·효율성으로 인해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이 확대되면 미 달러화가 누리는 국제결제통화나 준비자산통화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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