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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산업부-환경부 불편한 ‘기싸움’

오피니언 기자수첩

[주혜린의 응답하라 세종]산업부-환경부 불편한 ‘기싸움’

등록 2021.04.14 13:20

수정 2021.04.15 08:24

주혜린

  기자

산업부 ‘하이브리드 육성’ vs 환경부 “저공해차서 제외”수수충전소도 환경부 담당···전력 정책도 환경부 거쳐업계, 규제 많아져 불만...혜택 줄어들어 소비자도 황당산업부 에너지차관 조직개편 시 부처 권한 재정립해야

reporter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두 부처간 미묘한 신경전이 유난히 잦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놓고 두 부처가 다른 시각차를 보이며 삐걱대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카(HEV)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 중인 반면 산업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020~2024년)’에서 하이브리드를 2023년부터 저공해자동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현재 1~3종으로 나눠 액화석유가스(LPG)차 등까지 포함하고 있는 저공해차 범위를 대폭 축소해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만 남기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2023년부터 HEV가 친환경차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하자, 산업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의한 저공해차의 범위에서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더라도 산업부 소관인 친환경차의 범위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친환경자동차의 범위에서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는 것도 논의한바 없으며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기준변경도 정부내에서 확정된바 없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환경부는 HEV를 ‘친환경차’가 아닌 ‘저공해차’에서 제외시키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공해차는 환경부 소관 법인 대기환경보전법상 차량을 구분하는 용어이고, 친환경차는 산업부 소관법인 환경친화적 자동차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즉, HEV에 그간 주어지던 ‘친환경차’로서의 혜택, 즉 개소세, 취득세, 도시철도채권 등 세제혜택은 기존대로 연장되지만 ‘2종 저공해차’로서 누려왔던 공영주차장 할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양 부처는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성을 판가름할 전주기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연구용역도 각각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엇박자’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환경부는 2022년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이 끝나는 만큼 소비자와 충전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인기간을 연장하거나, 요금체계를 개편해 할인효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이미 할인기간을 연장한 만큼 재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을 두고도 양 부처는 온도차를 보였다. 환경부는 자동차 업체에 일정 비율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업부는 전가차 등이 잘 팔리는 상황에서 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 부처가 부딪히는 일은 과거에도 비일비재했지만, 최근 들어 환경부가 산업부의 고유 영역이었던 전력수급기본계획 설정 과정에 개입하면서 두 부처 간 긴장감은 더 고조된 상태다.

산업부는 지난해 환경부의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추가 검토안 공개에 대해 적잖이 당황했다. 환경부가 발전 등 산업정책 주관 부처로 주요 산업정책을 수립 중인 산업부와 충분한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2050년 LEDS’ 추가 검토안을 전날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4월 전기본 초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에 형식으로 의뢰한 것에 대한 환경부의 보복이란 관측이 많았다.

각종 전력 정책까지 환경부가 그립을 강하게 쥐면서 산업부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가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보급 사업까지 공식화했다. 태양광은 산업부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와 함께 보급을 주도했다.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이 주요 국정과제로 부상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의 입김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친성장보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국정 기조로 산업부가 손해를 보는 감도 없지 않다. 산업부에선 “다음 장관은 힘 있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출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러 나온다.

업계도 불만이 많다. 환경부의 ‘선규제’ 마인드가 각종 인프라 구축 속도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만 봐도 그렇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차가 운행하는 국가지만 수소충전소는 아직 심히 부족하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환경부가 충전소 보급의 주 업무를 맡다보니 인프라 사업에 자꾸 제동이 걸린다는 불만이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도 산업부 장관의 변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산업부는 각종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와 함께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 부처 간 견제도 필요하지만 부처 간 균형도 중요하다. 한쪽의 입김이 너무 세지면 정책의 균형도 무너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업부에 곧 에너지분야를 전담할 2차관 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대대적인 조직 확대, 개편도 병행되면서 정부 내 정책기능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부처내 역할조정은 물론, 환경부나 국토부 등에 흩어져 있는 친환경차 보급과 관련 인프라 구축 정책기능까지 산업부로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애초에 결이 다르다. 산업부는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흥한다면 환경부는 규제를 통해 산업이 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과 산업의 생리는 산업부가 가장 잘 안다. 각자 잘 하는 것을 하면 된다.

두 부처 간 샅바싸움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하이브리드카 소비자들은 당황스럽다. 휘발유 차보다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샀는데 공영주차장 할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 혜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친환경차라고 해서 믿고 구매했는데 갑자기 정책을 바꾸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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