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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 ‘택배기사 보호책’ 현실성 지적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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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회장, 잇딴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대국민 사과
근무시간 단축 위한 분류지원인력 총 4000명 채용
선제적인 산재 예방·작업강도 완화 방안 등도 내놔
곳곳 헛점···직고용 언급 피해, 산재보험 가입도 단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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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사과문 발표.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택배기사 직고용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고, 산재보험 100% 가입도 권고에 그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과와 대책 발표는 올해에만 과로 등으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6명으로 사망한데 따른 것이다. 전체 사망 노동자 13명 중 절반에 달하는 비중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작업시간 단축 ▲산업재해 예방 ▲작업강도 완화 크게 3가지의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우선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을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인력 규모는 현장에서 이미 근무 중인 1000여명을 포함해 총 4000명이다.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택배기사 수입과 직결되는 수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를 거쳐 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오전 7시부터 12시 사이에 업무개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또 전문기간에 의뢰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방지한다. 초과물량이 나올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개인에서 부담이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전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를 내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하기로 했다. 매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CJ대한통운이 전액 부담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한 체계적인 건강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건강검진시 이상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 3회 방문상담을 진행한다. 고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 배제 또는 물량축소 등을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작업강도 완화를 위해서는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를 추가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2017년 이전까지 택배 현장의 상품인수작업은 인력에 의존하는 수작업 방식이었다. 하차가 끝날 때까지 컨베이어 벨트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상자의 운송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주소로 구분해 골라내야 했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CJ대한통운은 업계 최초로 서브터미널에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를 전국 181곳에 구축했고, 현재 전체 물량의 95%를 자동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휠소터와 별도로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를 추가로 구축, 현재 35곳의 서브터미널에 설치를 마쳤고 오는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내놓은 대책에 허점이 존재하는 만큼,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문장은 개인사업자로 근무하는 택배기사를 직접고용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이전에는 회사가 택배기사들과 직접고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2011년 CJ그룹과 통합되면서 집배점 체계가 생겼고, 책임 회피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

산재보험 대책도 불완전하다. CJ대한통운은 신규 집배점은 계약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성’을 띄지 않아 실제로 높은 이행률을 달성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신규계약이나 재계약 시기가 남아있는 집배점은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에서 자유롭다.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려면 계약조항을 바꾸거나, 실질적인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존에 시행 중인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2019년 택배기사와 간선사, 도급사, 집배점과 회사 등 택배산업 5주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택배상생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택배상생위원회는 상생협력기금의 일부 재원을 활용해 택배종사자 소통, 자긍심 고취 및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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