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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마지막 희망?···동물(개·고양이) 구충제 ‘펜벤다졸’의 민낯

[NW리포트]말기암 환자 마지막 희망?···동물(개·고양이) 구충제 ‘펜벤다졸’의 민낯

등록 2019.11.01 17:02

수정 2019.11.01 17:38

이한울

  기자

최근 동물구충제 복용후 암 완치 영상으로 이슈국내 암환자들 잇달아 복용후기 올리면서 약국서 품절전문가들 “동물이 사용하는 약일 뿐···임상결과 없어 위험”암 환자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빠른 연구진행 필요”

말기암 환자 마지막 희망?···동물(개·고양이) 구충제 ‘펜벤다졸’의 민낯 기사의 사진

동물(개·고양이)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을 완치했다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이를 찾는 암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암 환자들이 직접 복용한 후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문 의사들은 검증이 안된 펜벤다졸을 복용하면 각종 부작용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펜벤다졸, 항암효과 유튜브 등 SNS 채널통해 급속 전파 = 펜벤다졸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풍문은 지난 9월 초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TV에서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이 수의 과학자의 추천으로 펜벤다졸 성분의 의약품을 복용한 후기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남성은 2016년 말기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암 환자는 수의사로부터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복용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조 티펜스는 펜벤다졸 복용 3개월 후 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내 암환자들도 유튜브나 포털사이트를 통해 펜벤다졸 복용 후 체중이 늘거나 통증이 줄었다는 후기를 공유하면서 동물 구충제를 구입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씨도 지난달 말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고 밝혔고 4주 복용 후 통증이 반으로 줄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펜벤다졸 어떻게 복용할까? =펜벤다졸은 개나 고양이 구충제로 사용하는 파나쿠어정의 주 성분이다. 1알에 250mg 용량의 펜벤다졸 성분이 함유돼 있다.

조 티펜스는 비타민E와 커큐민 성분과 같이 펜벤다졸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 중 3일은 펜벤다졸 222mg과 펜벤다졸의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E와 커큐민, 그리고 의료용 대마인 CBD오일을 복용했다. 4일은 펜벤다졸의 복용을 쉬고 나머지 비타민E와 커큐민 등을 복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3개월 동안 반복한 결과 전신 CT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조 티펜스의 주장이다.

국내 복용자들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CBD오일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해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기암 환자 마지막 희망?···동물(개·고양이) 구충제 ‘펜벤다졸’의 민낯 기사의 사진

◇부작용 있다? 없다? =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동물 구충제 열풍에 우려하고 있다. 펜벤다졸은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한 적이 없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약물상호작용은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 시 복용하는 약물 간에 서로 영향을 주어 체내에서 약물 농도를 높여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농도를 낮추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작용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한 약제이다. 체내 흡수율이 20%정도로 낮아서 안전하다’ 등의 주장을 펼치지만 사실이 아니다.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다.

또한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식약처, “복용하지 말라” 자제 권고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대한암학회와 함께 동물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복용을 자제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

또한 펜벤다졸은 암세포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는데 유사한 원리로 사람에게 항암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은 이미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빈크리스틴, 빈블라스틴, 비노렐빈 등 의약품 성분이 이런 원리로 항암 효과를 내며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등도 유사하게 작용한다.

특히 항암제는 개발 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펜벤다졸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투여했을 때 혈액이나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의사 등 전문가들 소견 = 대한약사회 역시 펜벤다졸의 항암활성에 대한 일부 연구 및 복용사례가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펜벤다졸을 암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항암활성의 대한 임상 대부분은 동물실험이며, 일부 말기암 환자 완치와 관련한 사례 역시 펜벤다졸만 복용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말기 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펜벤다졸을 찾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약물로 암 치료를 막기 위해 일부 보건의료집단과 제약사들이 펜벤다졸 연구 결과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tbs 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 쇼에 출연해 “실험실에서 펜벤다졸을 사용한 결과 암세포를 죽일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나 동물시험에서 암세포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아직 사람에겐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았고, 항암제로 꾸준히 지속해서 먹을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 역시 “암과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신 환자분들, 특히 말기암 환자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암을 치료할 목적으로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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