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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된 윤석금 회장의 꿈···웅진에 무슨일이?

[뉴스분석]물거품 된 윤석금 회장의 꿈···웅진에 무슨일이?

등록 2019.06.27 15:16

수정 2019.07.01 19:48

이지영

  기자

웅진그룹, 웅진코웨이 인수 3개월만에 재매각 결정무리한 코웨이 인수로 법정관리 휘청이는 계열사 계열사 여파 그룹에 신용등급 하락 자금융통 길 막혀“같은 실수 두 번 반복 못해” 재무 리스크 선제대응 차원

물거품 된 윤석금 회장의 꿈···웅진에 무슨일이? 기사의 사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되찾은 웅진코웨이를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 눈물을 머금고 매각한 웅진코웨이를 6년 만에 가까스로 찾아왔지만, 이번엔 무리하게 인수 자금을 조달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웅진그룹은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됐다.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지주사 신용등급도 크게 떨어졌고, 채권시장에서 자금 융통도 어려워 졌다. 앞으로 자금사정이 더욱 심각해질 게 불 보듯 뻔했다.

웅진코웨이를 끌어안고 가느냐, 포기하느냐 선택해야 했다. 윤 회장의 선택은 ‘재매각’이었다. 지난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식 같은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고 ‘렌탈왕국’을 만들겠다던 그의 꿈은 단 3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웅진그룹은 27일 “재무 리스크의 선제대응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웅진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웅진코웨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윤석금 회장, ‘웅진코웨이’ 매물로 내놓은 이유 = 지난 3월 윤 회장은 코웨이를 매각한 지 6년 만에 되사들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윤 회장은 항상 ‘코웨이는 자식같은 회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의 머릿속에는 “코웨이를 어떻게하면 다시 되칮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코웨이를 되찾고 싶어도 6년새 폭풍 성장해 인수할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코웨이를 포기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빚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며 겨우 코웨이를 다시 품었다.

코웨이 인수자금 2조원 가운데 웅진그룹의 자체 자금은 4000억원이었다. 나머지 1조6000억원이 모두 빚이었다.

빚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지난 올 3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결 ‘거절’을 받았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웅진에너지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여파로 그룹 지주회사인 (주)웅진의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에 경색 조짐이 나타났다.

시간을 끌다가 자금줄이 막혀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특히 6년 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뼈아픈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윤 회장은 누구보다 앞날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제 아무리 자식같은 코웨이지만 또 한번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웅진그룹 측은 “웅진코웨이 인수 직후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지주사인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락하며 자금조달이 비용이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재무 리스크로 그룹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부채를 정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웅진, 코웨이 재매각까지 어떤 과정 거치나 = 웅진코웨이는 ‘방판업계 신화’로 윤 회장이 직접 일군 회사로 지금의 웅진그룹 기초를 닦은 곳이기도 하다. 1989년 설립한 생활가전기업으로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고가의 정수기를 구입하지 않으려고 하자, 윤 회장은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내고 ‘빌려 쓰는’ 정수기를 1999년 선보이면서 국내 최초의 렌탈사업을 시작했다. 웅진코웨이가 크게 성공하면서 웅진은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 2000년대에는 30대 그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웅진그룹은 2000년대 들어 웅진코웨이와 웅진씽크빅 등 양대 계열사 성장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6년부터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을 잇달아 설립한 후 태양광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태양광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이에 따라 관련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웅진그룹은 웅진식품과 웅진폴리실리콘 등에 이어 ‘국내 렌털사업 원조’인 웅진코웨이마저 매각해야만 했다.

웅진그룹은 2014년 회생절차를 종결한 후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했다. 올해 3월에는 웅진코웨이 인수까지 마무리하면서 그룹이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 웅진에너지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이에 따른 ㈜웅진 회사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또 다시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했다. 결국 태양광사업이 웅진그룹 발목을 두 번이나 잡은 셈이다.

◇코웨이 매각하면 자금 사정 나아질까? = 금융툽자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재매각 하면 웅진그룹이 부채를 갚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웅진코웨이를 팔아 1조6000억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 웅진그룹의 자금 유동성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다만 서둘러 웅진코웨이를 매각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가격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웅진그룹 측 관계자는 “최근 웅진렌탈을 팔아 500억원을 마련한 데다 가격이 1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웅진북센도 매각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를 갚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후 웅진씽크빅 등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변제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지주사 및 웅진씽크빅에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모든 부채를 정리하고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해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 인수전, 누가 뛰어들까? =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1년 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자문사로는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이번 인수전은 우선 매수권을 보유한 웅진으로 인해 인수의지를 피력하지 못했던 기업들과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CJ와 GS그룹 정도가 물망에 오른다. 과거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SK그룹은 이후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하며 렌털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웅진코웨이가 렌탈사업 1위의 알짜 매물이긴 하지만, 시가총액 6조원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국내기업이 선뜻 나설지도 지켜볼 일이다. 또 다시 사모펀드 품에 안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어렵게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각하게 돼 송구하다”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웅진그룹과 웅진코웨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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