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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3번의 독대···무슨 일 있었나?

[이재용 재판, 120일의 기록①]박근혜 전 대통령과 3번의 독대···무슨 일 있었나?

등록 2017.08.08 18:02

수정 2017.08.08 18:04

강길홍

  기자

2014년 9월, 대구 창조센터서 5분간 짧은 만남“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서 선수들 지원해 달라”2015년 7월 만남서 “한화보다 못하다” 질책 들어2016년 2월 마지막 만남선 JTBC에 불만 토로이재용 “3번의 만남 동안 현안 얘기 한 적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와 관련한 1심 공판이 120여일만에 마무리됐다. 선고는 오는 25일 이뤄진다. 매주 3~4차례 진행된 공판에 나왔던 60여명 증인의 증언을 비롯해 특검과 변호인의 공방,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3번의 독대를 가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경영승계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청탁하고 대가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어떠한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만남은 2014년 9월15일에 이뤄졌다. 그날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이 열린 날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축사를 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의 후원으로 설립됐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몇 달 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대통령과 단둘이 만남을 갖게 될지는 생각도 못했다. 행사가 끝나고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따로 불러 박 전 대통령에게 안내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묻고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달라’며 ‘올림픽을 대비해 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그날의 만남은 5분 정도로 짧았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승마지원 얘기를 들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직접 만난 것이 처음이고 정부의 요청이 어떤 루트로 오느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이 부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삼성은 한화로부터 승마협회 회장사 자리를 넘겨받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2015년 7월25일에 다시 이뤄진다. 청와대는 2015년 7월24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 오찬’에서 있을 발표 내용 준비로 바쁜 7월20일쯤 청와대로부터 오찬 다음날(25일) 대통령과 별도 오찬이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찬에 이은 연속적인 행사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독대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책을 받는다.

30여분간 진행된 이날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15분가량을 승마얘기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승마지원이 소홀하다.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라고 질책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며 “여자분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은 이후 승마 지원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았고 어쩔 수 없이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독대는 2016년 2월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도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혼쭐이 나야했다.

이 부회장은 “처음에 삼성의 신사업 얘기를 하고 난 이후에 대통령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이지 않냐’면서 얘기를 꺼냈다”면서 “대통령이 ‘JTBC 뉴스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나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라고 얘기하면서 ‘이적단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중앙일보가 삼성 계열사였는데 얘기를 해보라’라면서 굉장히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두 정치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홍 회장이 정치 야망이 있는거 같은데 삼성이 줄을 대는거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대화 내용을 얘기했더니 일단 홍 회장에게 얘기를 전해주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그날 오후 바로 홍 회장을 찾아가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세번의 만남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와 같은 현안이 아닌 승마지원, JTBC 등 주로 박 대통령의 요청이나 질책이 오갔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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