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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판 흔드는데···이재용 없는 삼성 ‘속앓이’

재계 총수들 판 흔드는데···이재용 없는 삼성 ‘속앓이’

등록 2021.03.08 12:52

임정혁

  기자

李 구속 수감 상태에서 별건 재판 이번 주 재개타 그룹은 총수 행보 눈길···삼성은 존재감 사라져“최소 4년 이상 사법리스크 추가돼···M&A 어쩌나”

재계 총수들 판 흔드는데···이재용 없는 삼성 ‘속앓이’ 기사의 사진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그룹 총수의 발빠른 행보가 주목받지만 총수 공백 사태를 겪는 삼성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각 그룹이 총수의 현장 경영으로 미래 먹거리 체질 개선에 뚜렷한 가운데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은 이렇다 할 행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대한상의 회장), 구광모 LG 회장 모두 최근 대외 활동이 부쩍 늘어 재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구속 상태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장 오는 11일 또 다른 재판의 공판준비기일 재개를 맡는다.

이 재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합병 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다. 아시 삼성물산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이 부회장 등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쟁점이다.

앞서 2년가량 수사를 받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해 심의 결과 ‘10대 3’이라는 과반이 훌쩍 넘는 표차로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스스로 마련한 독립적 감시 기구의 판단도 무시한 채 기소를 강행했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이번에 열릴 재판은 사전 준비 절차에 해당하는 공판준비기일이므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 부회장도 모습을 드러내진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 부회장의 나이(만 53세)가 환갑이 넘을 때까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라는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향후 재판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일정조차 가늠할 수 없어 어림짐작으로 잡아도 최소한 4년 이상의 또 다른 사법리스크가 시작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정농단 재판 관련해서도 2016년 11월 검찰의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이후 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최종 판결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재판의 기간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재판 또한 지난해 10월 22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을 띠었지만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추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그사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실형을 받아 구속됐고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는 현재 복역 중인 이 부회장이 내년 7월에 형을 마치고 나온다고 해도 또다시 별건의 이번 재판으로 여러 차례 법원을 오가면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총수가 구속된 상황에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이것이 해결될 것이란 계산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 삼성의 ‘속앓이’가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삼성은 현재 대만의 TSMC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선 대대적인 인수합병(M&A)이나 과감한 투자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반적으로는 메모리 시장 호황이 다가오고 있어 물량 대응을 위한 미국이나 평택 공장 증설을 비롯한 추가 투자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도 하다.

삼성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기조는 미래 사업으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확대 방침과 더불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대대적으로 관련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도 세밀한 소재·부품에서부터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까지 세세히 지원 사격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과 함께 국내 배터리 ‘삼총사’로 불리는 삼성SDI의 다소 보수적인 투자가 이 부회장의 부재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일 현대차, 삼성전자, DB하이텍 등과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열고 분위기를 띄우며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총수 부재에 빠진 삼성이 큰 차원의 결단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냉소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여기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미 2019년부터 삼성이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설이 파다했지만 지금은 이 부회장 구속과 계속될 사법리스크에 따른 ‘총수 부재’가 복병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선 이미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M&A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이어진지 오래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최윤호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최고재무책임자·사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의미 있는 M&A를 향후 3년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최 실장의 말속에 담긴 ‘3년 안’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사실상 3년 이라는 기한은 수감 기간을 고려해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7년에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사실상 다른 기업들은 ARM, AMD,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등 유망 기업을 싹쓸이하다시피 인수했다”며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1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총수 부재 상황에서 손쉽게 통 큰 투자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를 위한 의사결정이 원활할지도 회의적”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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