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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부진···한은 통화정책 ‘진퇴양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부진···한은 통화정책 ‘진퇴양난’

등록 2021.03.07 10:50

수정 2021.03.07 12:23

김성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회의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회의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완화적 통화정책 속에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과 경기 회복 기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물가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가와 농축산식품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지표 물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살림살이에 큰 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를 비롯한 전체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으로서는 섣불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버리고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한은과 정부가 내놓은 거의 모든 물가 지표들은 일제히 최근 수 년 내 가장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우선 지난달 25일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3%로 0.3%포인트나 올려잡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 점진적 경기개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전망치(1.0%)를 상회하는 1%대 초중반,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 내외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2015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 높아졌다. 지난해 2월(1.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작황 부진 등으로 농축수산물 상승률이 2011년 2월(17.1%) 이후 가장 높은 16.2%에 이르렀고, 이 중 축산물 물가 상승 폭(14.4%)은 2011년 6월(16.1%) 이래 가장 컸다. 달걀(41.7%), 돼지고기(18.0%), 국산쇠고기(11.2%) 가격이 치솟았다.

한은이 집계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작년 12월(103.90)보다 0.9% 높은 104.88(2015년 수준 100)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상승 원인과 마찬가지로 한파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국제유가 상승 등이 겹친 결과다.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 상승률(7.9%)은 2018년 8월(8.0%)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고였다. 세부 품목 가운데 파(53%)·호박(63.7%)·닭고기(42.8%)·달걀(34%)·양파(29.5%)·조기(33.6%)·우럭(47.8%)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전월 대비 3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로도 2개월 연속 올랐고 유가, 농식품, 원자재 등의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자 물가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며 "2월에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한은의 1월 수입금액지수(123.50)는 1년 전보다 4.3% 올랐는데, 이 상승률은 201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 수입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4일(현지 시각) 2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2%(2.55달러) 치솟은 63.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인플레이션 압력은 곧바로 미국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 국채 금리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030%)는 작년 4월 28일(1.03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10년물 금리(연 1.972%)도 2019년 3월 20일(1.981%)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단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 급격한 인플레이션 충격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때론 마이너스에 이를 정도로 저물가 기조가 지속됐는데, 최근 들어 올해 1%대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가 2% 수준인 만큼,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고, 그 부분이 국제유가 등에 반영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제품이나 서비스도 많다"고 분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경기가 충분히 좋아지고 물건 수요가 늘어서 물건·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농산물 가격, 원자재 등 국제 에너지 가격, 공공요금 등 비용 측면의 요인들로 물가 상승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당분간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지표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서민들의 체감 물가 충격을 우려했다.

조 위원은 "석유나 먹거리 등의 경우, 가격이 올랐다고 안 쓸 수 없는 것들인 만큼 서민들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지표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교수도 "실제 물가와 체감 물가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국민 소득이 줄어든 상태라 물가로부터 느끼는 생활고는 상당히 클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경기 회복 속도와 물가 상승 속도가 더 크게 어긋날 가능성이다.

경기 개선과 함께 소비가 살아나면서 점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착한 인플레이션'이라면 한은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금씩 긴축적으로 운영하며 시중 유동성 흡수를 통해 물가 관리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은 더딘데 물가만 크게 오를 경우, 한은이 물가를 잡을 수도, 경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소영 교수는 "지금까지 유동성이 많이 공급됐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3% 정도로 예상되지만, 소비 등 안 좋은 부문은 여전히 많이 어렵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아직 올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뒤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그 전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빨리 커져 버리면 (한은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성태윤 교수도 "경기가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금리를 올리면 되는데, 지금처럼 경기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더 경기가 나빠지니까 금리를 쉽게 못 올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물가로부터 느끼는 고통은 사실 상당히 심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관련 정책에 상당히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영무 연구위원 역시 "(한은이) 통화정책을 바꾸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경기 회복에 충분한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 정부는 가계와 서민의 체감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먹거리와 관련해 유통 마진 상승 요인 등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경기 회복 기대와 공급 애로, 완화적 통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당연히 공급자 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지속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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