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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경제에디터
등록 :
2020-11-13 11:24

수정 :
2020-11-13 11:25

[에디터의 눈]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지지한다

대한항공(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은행도 이를 ‘여러 옵션 중 하나’라며 적극적인 부인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검토단계를 넘어선 것같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금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내의 경영권 분쟁 이슈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한항공이 아니면 파산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HDC가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수과정서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급증, HDC의 자금확보 난관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거래가 성사단계에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인수후보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물론 HDC가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아시아나가 살아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부실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그룹 전체를 합쳐도 규모가 큰 아시아나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몇 배는 복잡한 항공산업의 특성에 맞는 구조조정을 해 낼 수 있는가. 결국 수많은 재벌들이 그랬던 것처럼 ‘독이 든 성배’가 되지는 않겠는가.

HDC와의 거래가 무산된 이후 수많은 아시아나 회생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언제나 ‘결국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만큼 항공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긴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실무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지만 모두 알 듯이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더욱이 업황이라도 나빠진다면?

정부나 채권단 입장에서 항상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고, 경쟁관계를 공생관계로 바꿀 수 있는, 효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줄 수 있는 곳은 국내에 대한항공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 윈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태생부터 정치적이었고, 성장과정에서도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다. 해외여행 자유화에 대비해 대한항공과 경쟁할 수 있는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이 탄생했지만 사실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호남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단거리 중심 항공사였던 아시아나가 갑자기 장거리 국제선 운영을 시작한 것도 호남정권이 들어선 이후이다. 단거리 노선 운영만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할 수 없다는 나름 타당성 있는 이유가 있었지만 장거리 노선을 늘려서 경영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장거리 국제선의 경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매일운항 체제가 가능해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수익성을 서로 갉아 먹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선 항공노선은 국가와 국가간 항공회담을 통해서 확보된다. 이렇게 확보한 운수권을 자국 항공사들에 배분하고, 배분된 노선에는 반드시 비행기를 띄워야 한다.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항공기를 들여와야 한다. 여기에 드는 초기비용과 운영비용을 합산하면 대충 1년에 수백억원의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단순히 말하면 그렇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이 문제에서 보다 유연할 수 있다. 노선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가장 많이 나오는 ‘대한항공=장거리, 아시아나=단거리’ 일수도 있고, ‘장거리 노선의 효율적 재분배’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의 차별화’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는 데 가장 좋은 점은 ‘항공기단의 효율화’다. 아시아나항공의 최근 부채비율 급증은 실적 악화와 더불어 운용리스(리스사로부터 항공기를 대여하는 비용)가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들에 비해 리스 항공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업계에 따르면 1년에 리스사에 지급하는 비용만 2조원대 중반 정도다. 아시아나의 올 2분기 부채가 12조8000억원(반기보고서 연결기준)되는 걸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향후 아시아나의 실적 회복, 부채로 인식되는 채권단 지원금 출자전환, 기단효율화를 통한 운용리스 감소 등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한진그룹이 혹시 아시아나에 투입해야 할 수 있는 금액도 HDC가 인수했을 때보다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 ‘한진해운’…만회할 절호의 기회

2017년 초 기자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진해운의 파산이다.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법원의 파산 결정까지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해운산업은 장기불황을 겪고 있었고, 국적선사 양대 축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역시 경영악화가 거듭됐지만 한진해운의 파산 과정은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해운산업의 구조개편 이슈는 타당성이 있었다. 2016년 한참 구조개편이 진행될 때 사실 파산 가능성이 있었던 쪽은 현대상선이었다. 오히려 초기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했다. 지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시나리오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더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채권단은 더 이상 한진해운이 버틸 수 없다고 지원을 거부하고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파산까지 불과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조차 올해 국정감사에서 “그 당시 파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은행의 근시안적 결정 때문이라기보다 정부의 결정이 그렇게 내려진 게 아닌가 생각하고 아쉽게 본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이후의 상황은 모두 알 듯 국내 해운 생태계의 붕괴다.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원양 노선 74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해운선사가 1개의 원양노선을 구축하는데 적게는 1조원, 많게는 2조원의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니 최소 74조원의 가치가 사라진 셈이다.
이후 이번 정부 들어 해운산업 복원에 수십조원을 쏟아 붓고 있는 걸 감안하면 그 때의 선택이 어떤 불러온 나비효과는 상상초월이다.

정부나 산업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는 건 해운산업에서 반면교사 삼은 것일 수 있다.

동종 업계 간 M&A는 자칫 상상을 초월한 구조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한 시나리오이기도 하지만 산업생태계 보호의 측면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더욱이 항공업처럼 복잡하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공고한 경우엔 더 그렇다. 이동걸 회장이 말한 것처럼 “네트워크 산업은 무너지면 어려워”진다.

독과점 문제는 쉽다…문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경우 어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인수 과정에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얼라이언스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반도체나 조선산업처럼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물론 훨씬 귀찮기는 하다. 취항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운수권이라는 게 국가간 항공회담을 통해 확보한 운수권을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량에서 변화가 없다. 독과점이 아니라 권리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차이가 발생할 뿐이라는 점이다.

얼라이언스 문제도 마찬가지다. 얼라이언스라는 게 오직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다. 좌석을 공유(코드셰어)하거나 마일리지를 공유하는 정도다. 같은 얼라이언스가 아니더라도 코드셰어 등을 통해 협력하는 경우도 많고 최근에는 얼라이언스 무용론도 나오는 실정이다.

진짜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직원 간의 화학적 융합이다. 두 회사는 설립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서로 적개심을 버린 적이 없다.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나름대로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기회를 빼앗겼다고 여기고,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나름대로 대한항공이 1위 항공사로서 자신들을 핍박한다고 여긴다.

이 생각보다 훨씬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인수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노선 합리화 과정 중에서 지속적인 갈등이 표출될 게 뻔하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두 항공사의 몫으로만 남겨져 있는 건 아니다. 정부와 채권단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황의신 경제에디터 p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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