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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후계자’ 김동관 사장의 경영승계 방정식

한화그룹 ‘후계자’ 김동관 사장의 경영승계 방정식

등록 2020.11.04 08:54

이세정

  기자

김 사장 능력 펼칠 ‘전략지’ 한화솔루션 출범㈜한화, 글로벌 진출 악영향 분산탄 사업 정리대표 오르며 영향력 강화···주주친화책 승계 대비순조로운 자금 마련···RSU제도 자연스런 지분 확보김승연 회장 건재, 경영권 이양 완료까지 수년 걸릴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화그룹이 유난히 분주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계열사별 사업재편에는 속도가 붙었고,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사장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주주친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은 ‘3세경영’으로 귀결된다. 승계 기반을 단단히 닦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관 능력 펼칠 한화솔루션···분산탄 버린 ㈜한화=올해 1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김동관 사장의 경영능력을 한층 부각시킬 전략적 계열사다. 석유화학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태양광과 첨단소재로까지 고루 분배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김 사장이 이끄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신사업인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또 단순히 셀·모듈을 판매하는 태양광 사업 영역을 패키지와 발전소, 에너지 리테일 등으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그로윙에너지랩스(젤리) 지분을 100% 인수한 것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은 회사는 실질 지주사인 ㈜한화다. 사업부문을 재정비한 ㈜한화는 비인도적 무기로 지탄받는 분산탄(확산탄) 사업을 완전히 지웠다. 분산탄 사업만 떼내 신설한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를 직원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디펜스케이로 매각했다.

분산탄 사업 정리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김 사장의 경영관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재생 에너지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유럽에서 투자 유치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의미가 크다.

◇초고속 승진으로 ‘김동관 체제’ 구축=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김 사장의 등판을 촉진시키는 매개체가 됐다.

그룹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9월 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김 사장은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3월 한화솔루션 등기임원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은데 이어 실질적인 최고경영자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로 취임하며 ‘김동관 체제’를 구축했다. 핵심 계열사들은 태양광 초기 사업을 이끈 인물을 수장으로 맞이했는데, 김 사장이 이끌어갈 그룹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전략부문은 중장기적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 비전을 수립한다. 김 사장은 과거 성과 부진으로 태양광 사업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뚝심있게 밀어붙였고, 현재 성장 산업에 대한 결단과 안목을 갖췄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전문성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춘 김 사장을 향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뿐 아니라 ㈜한화에서도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한화에 합류한 것을 두고 경영 승계 포석으로 해석한다.

◇경영 투명성 강화 배경엔···‘승계 잡음 차단’=그룹의 활발한 주주친화 정책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주요 계열사들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경영실적 발표에 오디오 웹캐스팅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 누구나 홈페이지로 실적 발표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이 제도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제한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 컨퍼런스콜과 대비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과감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한화솔루션은 상반기 동안 약 29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완료했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비상장사(금융사 제외)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그룹 출신을 배제하고 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거수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모두 경영 승계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계열사다. 한화에너지는 김 사장 등 한화가 삼형제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자회사다.

이들 회사의 주주가치 강화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 눈높이에 맞는 주주친화책을 펼수록,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나 반발이 새어나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치솔루션 실탄쌓기···RSU 제도는 지분율 확대로=한화가 삼형제의 ‘승계 자금 창구’로 꼽히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옛 한화S&C)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8월 법원 판결에 해당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무혐의 결론을 받았다. 사익편취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주가 상승을 방해하는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솔루션 자회사이면서 에이치솔루션 손자회사다.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친 한화종합화학의 몸값은 4조~5조원대로 추정된다. 한화종합화학 상장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에이치솔루션의 주머니를 채우게 된다.

그룹이 임원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한 것도 김 사장 승계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이 제도는 회사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면 현금 대신 회사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주식 지급 시기는 7~10년 뒤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말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김 사장의 자연스러운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사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 임원으로 근무하는 계열사에서 성과급 대신 주식을 받게 되고,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김승연 시대, 지분정리까지 수년 걸릴 듯=그룹은 젊은 조직으로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김 회장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최상위 지배회사 ㈜한화의 지원부문은 그룹 대표 기능을 수행하며 살림 전반을 챙긴다. 김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금춘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끌고 있고, 계열사 CEO 출신 등 고위 임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 회장은 내년 2월부터 경영복귀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노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김 회장이 그룹 살림을 챙길수 있을지 여부에 의구심을 품는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지 않았고, 급격한 세대교체는 부작용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김 회장 복귀는 필수불가결하게 여겨진다.

그룹은 ㈜한화와 에이치솔루션 2개사가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완전한 지배구조를 그리기 위해서는 한 곳이 사라져야 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한화과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이다. 양사간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에이치솔루션은 막대한 자금 없이도 ㈜한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는게 핵심이다. 에이치솔루션이 자산규모나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끌어올릴수록, 교환할 수 있는 ㈜한화 주식도 늘어난다.

하지만 한화시스템 주가는 저평가돼 있고, 한화종합화학 상장 완료 이후 주가 안정화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불완전한 지주사 체제가 상당 기간 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계열사별 지분 정리도 시급하다. 중복 사업부문은 합치고, 성장성이 없는 사업은 처분해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는게 핵심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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