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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0-10-17 07:01

비대면 시대의 증거…상가 1층서 은행이 사라졌다

‘명동 상징’ 우리은행 영업점 3·4층에 터 잡아
신규 출점·리모델링 영업점 대부분 2층 입주
내방객 급감·비싼 임대료 탓에 1층 운영 기피
은행권 “시대 변화 순응…접근성 대안 찾겠다”

서울 명동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전경. 리모델링 이전(왼쪽)에는 1층에 은행이 있었지만 리모델링 이후(오른쪽)에는 은행 자리에 편집숍이 들어섰다. 사진=다음 로드뷰·Lu42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입지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1층에 입점했던 것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됐다. 새롭게 단장하는 은행 점포 중에 다수는 1층이 아닌 2층 이상 높은 층으로 올라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출점하는 은행 영업점이나 건물 구조 변경(리모델링)을 거친 은행 영업점의 대부분은 각 상가의 1층 대신 2층이나 3층, 흔치 않게는 4층 이상 고층에 입주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최근 건물 개축 공사가 끝난 서울 명동성당 인근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건물 1층과 2층에는 더 이상 은행이 없다. 은행이 있던 공간에는 지난 9월부터 화장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대형 편집숍이 영업 중이다.

1962년 옛 상업은행 명동지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15년간 ‘대한민국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곳’이자 국내 은행권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명성을 떨쳤다. 지난 47년간 건물 1층은 상업은행, 한빛은행, 우리은행의 차지였다.

그러나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는 건물 공사에 들어간 올해 초부터 3층과 4층으로 이전했고 건물 한가운데에 있던 우리은행 간판도 한쪽으로 밀려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쉽지만 ‘내 손 안의 은행’ 시대가 불러온 모습이기에 이해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서울 명동 우리은행 외에도 상가의 1층을 비우고 2층 이상 자리로 옮긴 은행 영업점은 상당히 많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새로 출점하거나 리모델링을 거친 은행 영업점 대부분은 상가 2층에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물 1층 외부에 간판을 걸어둔 은행이라고 해도 1층에는 은행 자동입출금기(ATM)만 있을 뿐 창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각 은행들이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1층을 마다하고 2층으로 점포를 옮기는 것은 왜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시대 변화에 따른 은행 영업점 내방객 감소와 비용 절감이다.

과거에는 무조건 은행을 상가 1층에 두는 문화가 뚜렷했다. 대부분의 은행 거래는 대면 형태로 이어졌고 ‘1층 은행이 잘 돼야 건물 전체에 돈이 들어온다’는 건물주들의 미신 섞인 믿음도 ‘상가 1층=은행 영업점’의 공식을 고착화시켰다.

그러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이 대중화되면서 은행 영업점 내방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거래 기피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전체 은행 거래 형태 중 대면 거래 비중은 7% 수준으로 급감했다.

은행권 상황이 이렇게 달라지다 보니 은행들은 굳이 1층에 영업점을 둘 이유가 없어졌다. 더구나 빌딩 1층에 은행이 임대 형식으로 입점한 영업점은 임대료와 운영비가 막대하게 들어간다. 반대로 2층으로 올라가면 임대료가 줄어들어 은행 입장에서는 이득이 된다.

건물주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은행에 더 이상 들어오는 고객의 숫자도 줄어들었고 더구나 오후 4시가 되면 은행이 셔터 문을 닫기 때문에 자칫 상가 건물이 닫혔다는 오해도 살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늦게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유명 카페 등에 임대를 주는 경우가 많다.

건물로 돈을 버는 은행도 늘고 있다. 은행 점포를 2층으로 옮기고 1층에 카페, 제과점, 화장품 판매점 등을 입점시킨 후 받는 임대수익이 꽤 짭짤하다. 특히 2016년부터 은행의 부동산 임대가 가능해진 은행법 개정 이후 이런 형태로 수익을 올린 은행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2층 이상 높은 층의 은행 점포로 가려면 대부분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다보니 여전히 은행 영업점을 주로 찾아 대면 거래를 하는 노년층 고객들과 계단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 고객들의 은행 접근성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은행들의 점포 이전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숙고한 뒤 점포 이전에 나서도록 당부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건물 임대료를 정부가 내주는 것도 아닌데 규제가 너무 많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은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오프라인 상에서 사라지는 날도 올 것”이라며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대안을 충분히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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