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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20-09-29 07:00

수정 :
2020-09-29 12:04

[롯데는 지금②]신동빈의 변심 갑작스런 2인자 교체

(故)이인원→황각규→이동우 롯데그룹 가신 변천사
황각규에 그룹 전반적인 실적 무너진 책임 물리고
‘신동빈의 남자’ 불리던 이동우 핵심 인사 끌어올려
끊임없이 위기의식 강조 냉정한 실적 위주 인사 펼쳐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정체,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이미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갈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그래픽=박혜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홀로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원톱’ 체제를 점차 공고히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인사를 통해 임원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한편 그룹 현안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데 이어 오너가의 재판이 끝나면서 신 회장이 경영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는데, 그룹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그룹 2인자 황각규 40년만에 ‘용퇴’ = 롯데그룹이 지난 8월 갑작스럽게 발표한 인사는 재계는 물론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신 회장을 오랜 시간 보필해온 황각규 전 부회장이 퇴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황 부회장은 1990년부터 신 회장의 오른팔로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에 올려놨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정기 인사철이 아닌 8월에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롯데그룹 내부와 외부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원톱’ 체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그 동안 황 전 부회장을 비롯한 여러 임원들을 주변에 두고 조언을 받아왔다. 2015년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당시에는 황 전 부회장과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현 교촌치킨 회장) 등 두 명의 2인자를 뒀다. 소 전 사장이 2018년 말 롯데에서 퇴임한 후 황 부회장 홀로 신 회장을 보필하다 지난해 말부터 송용덕 부회장이 함께 신 회장을 도왔다. 특히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돼 자리를 비우면서 2인자들의 조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최종 판결을 받은 이후부터 자신이 직접 그룹 사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이 여러 이슈로 흔들리고 있었던 만큼 신 회장 본인이 직접 나서 그룹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 회장이 올해 갑작스럽게 중도 인사를 낸 것은 그의 ‘쇄신’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 당시에도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며 ‘혁신’ 의지를 드러냈는데 올 여름 또 인사를 내며 젊은 임원들을 발탁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터지자 ‘변화’의 강도가 더 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인사로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 황 부회장의 후임인 이동우 사장 등 삼각체제로 변화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본격화 하는 한편 대표이사들과 각 실의 역할은 축소됐다. 신 회장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는 물론 계열사의 각 현장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주류’ 이동우 발탁…젊어진 롯데그룹 = 황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발탁됐다는 점 역시 신 회장의 쇄신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선 이 사장은 1960년생으로 신 회장과 황 전 부회장, 그리고 함께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송용덕 부회장보다 다섯 살 어리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부터 젊어진 것이다.

또 이 사장이 롯데그룹 내에서 ‘비주류’로 꼽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사장은 건국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서울대가 장악한 그룹 내에서 학연이 없다. 신 회장과 황 전 부회장, 소 전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인사들이 두루 거쳐간 롯데그룹 정책본부에도 몸 담은 적이 없다.

이 사장은 1987년 롯데백화점 인사부장으로 입사한 후 2012년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될 때까지 롯데백화점에서만 커리어를 쌓아왔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상품기획, 영업, 재무 등을 두루 거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다. 2014년까지 롯데월드 대표를 지낸 후 2015년부터 최근까지 롯데하이마트를 이끌었는데, 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 회장은 그룹 내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이 사장을 발탁함으로써 그룹 내 ‘라인’도 해체할 전망이다. 실제로 황 전 부회장 라인으로 분류됐던 임원들 대다수가 올 연말 정기 인사에서 퇴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사장이 황 전 부회장이 맡았던 모든 역할을 승계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도 신 회장의 원톱 체제 및 현장 경영 강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황 전 부회장은 지주 대표이사 외에도 계열사 경영에도 참여해왔으나 이 사장이 이 모든 역할을 물려받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기타비상무이사직은 강희태 유통BU장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기타비상무이사직은 서승욱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상무가 이어 받았다.

◇롯데지주 기능 축소…현장에 방점 = 이와 함께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역할, 특히 전략 기능을 계속 축소해나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인사 당시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명칭을 변경하고 역할을 축소하기로 했다. 신임 경영혁신실장에는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이사 전무가 내정됐다. 현 경영전략실장인 윤종민 사장의 직급을 고려할 때 실장 직급도 한 단계 내린 것이다.

현 경영전략실의 전신은 롯데그룹의 정책본부다. 정책본부는 굵직한 그룹 경영 현안을 모두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조직이다. 신 회장은 2016년 10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정책본부 해체를 선언했는데 이후에도 조직 이름만 바뀐 채 그룹 전략과 기획을 맡아왔다.

앞으로 경영혁신실은 ‘신사업 발굴’의 역할만 담당할 예정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혁신실뿐만 아니라 정책본부에서 갈라져 나간 다른 롯데지주의 조직들 역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대 변화에 따라 그룹 전략을 짜는 지주의 역할을 대폭 줄이고, 현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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