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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9-22 17:05

수정 :
2020-09-22 17:45

대한항공, 송현동 땅 ‘연내 매각’ 약속 지킬까

권익위 조정에 서울시와 큰 틀 합의
지난 2월 송현동 부지 매각 계획 발표
갑작스런 공원화 강행에 양측 치열한 신경전
다른 인수자 찾기 힘들어…경영권 공격 빌미도
막판 협상서 결렬될 가능성...원점으로 돌아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 송현동 부지.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종로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한항공은 올 초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 매각을 약속했다. 지난 2008년 매입한 송현동 땅은 약 12년만에 새 주인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대한항공과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조정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출석회의와 실무자 회의로 당사자간 입장을 확인하고 협의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며 이견을 상당부분 좁혔다”면서 “조만간 상호 긴밀한 협의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익위 발표를 종합하면 최종 결론은 아직이지만, 대한항공이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를 팔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측이 전향적인 성과를 도출한 것은 지난 3월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지 6개월 만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2월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등 비수익 유휴자산을 처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연내 매각을 강조하며 진성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대한항공 측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매각주간사도 선정하지 않았고, 서울시로부터 매입 의사만 전달 받았을 뿐이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후 서울시의 압박은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예비입찰도 진행하지 않은 송현동 부지를 대상으로 문화공원 조성 계획 발표를 강행한 것. 이 때문에 6월 진행한 예비입찰에는 단 한 곳의 인수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예비입찰이 실패한 직후 권익위에 서울시의 일방적 지구단위계획변경안 강행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8월에는 필수 자구안인 송현동 부지에 대한 매각을 방해하는 서울시의 행위 일체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권익위는 두 차례의 조사회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서울시 매각으로 마음을 돌린 이유는 권익위의 중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는 만큼, 대한항공의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풀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매각 금액과 납부 방법 등을 결론지어야 한다. 대한항공은 5000억~6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시세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보상비 4670억여원을 할부 방식으로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송현동 부지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7성급 한옥 호텔을 건설하기 위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방치돼 왔다. 단순 계산으로 4670억원에 팔더라도 1700억원 가량 차익을 남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금융비용과 세금 등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더욱이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급하지 않다. 대한항공은 올해 말까지 1조5000억원,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완료해야 한다. 채권단이 4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맺은 특별약정에 따른 것이다. 이미 기내식 사업부 매각(9906억원)과 유상증자(1조1269억원)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가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매입자를 찾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연내 매각 계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외부 세력에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가진다.

시장에서는 다른 매입자가 나타나더라도 인허가 개발권을 따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공공연하게 인허가 개발권을 주지 않겠다고 압박해 왔다.

또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주주연합이 매각 실패를 앞세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현 경영진의 활동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은 서울시로의 매각이 기정사실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권익위가 내놓는 조정안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만약 막판 협상이 결렬된다면, 송현동 부지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는 인근에 청와대와 경복궁 등이 있어 고층빌딩 건설은 불가능하고, 근처 학교들 때문에 상업시설도 힘들다”며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서울시에 매각하자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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