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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등록 :
2020-09-15 15:42

수정 :
2020-09-16 06:51

아시아나 재실사 고집한 정몽규…부실-리베이트 의심

11일 딜무산 선언때까지도 재실사 포기안해
인수가격 깎기보다 내부부실 확인이 최우선
2500억 계약금 돌려받기 위한 소송명분카드
항공기엔진 등 내부리베이트 의혹제기 용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의 거래종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부적정과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의구심은 당연히 해소되어야 할 계약의 선행조건입니다. 더욱이 인수과정 중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의 행위가 계약상 필수요건인 인수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재실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15일 금호아시아나 계약해지 HDC현대산업개발 입장문)

“HDC현대산업개발이 돈(2조5000억원)이 없어서 아시아나항공 딜을 포기한 게 아니다. 노후한 항공기를 비롯해 고비용 리스 계약, 기내식 문제 등 향후 내부 부실이 어느정도일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을 걱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몽규 HDC회장이 협상 막판까지 재실사를 요구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로 봐야할 것이다.”(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매계약 해제 통보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몽규 회장이 노딜 선언까지 재실사를 고집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딜 최종무산 발표까지 추가적인 자금지원 요구나 인수 가격을 깎는 등 인수 조건 변경에는 사실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오로지 아시아나항공 재실사에 매달리는 자세를 취했다.

HDC현대산업개발측은 1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재실사 이후에는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및 채권단과 함께 향후 몇년간의 사업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라며 재실사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정몽규 회장이 단순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을 깎기 위해 재실사에 매달렸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재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 회장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가격을 떨어뜨리려 했었을 것이라는 뜻.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나 관가에선 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내부부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재실사 카드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 대표적이다.

실제 코로나19사태에 따른 항공업 불확실성을 차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내부엔 오너의 무리한 투자에 따른 자본고갈을 겪으면서 고질적인 암덩어리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노후 항공기 교체와 항공기 정비 부품 부족을 비롯해 고비용 리스계약 문제, 기내식 사태 등 향후 정 회장이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었던 것.

지난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10대 가운데 2대가 노후화됐다고 전해진다. 신규 자금 투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대부분이 리스 형태인데, 지난해부터 새로운 회계 기준이 적용돼 항공기 리스비용이 부채로 잡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6297.8%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가 최악인 상황이다.

총 2500억원에 이르는 이행 보증금(계약금) 반환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많다.

HDC현대산업개발측은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계약금을 돌려받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계약 무산의 귀책사유가 HDC측이 아닌 재실사를 거부한 채권단이나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에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특히 2008년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며 내걸었던 3000억원대의 이행보증금 중 1260억여원을 돌려받은 사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을 파기한 이후 계약금반환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는 성과를 얻었다. 9년에 걸친 소송 결과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에 계약금 3150억 원 중 1260억원과 지연이자를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조선업황이 악화하면서 수주계약 중도해지가 발생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갑작스러운 자산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노조반대로 확인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덧붙였다.

리베이트 의혹 등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HDC측이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엔진 등 주요 부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계약상 문제가 없는지 뒷조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이 그해 예비 엔진을 대거 도입한 것과 관련해 리스 계약 내용 등을 다각도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HDC가 아시아나항공이 엔진 도입을 위해 리베이트 등을 놓고 이면계약이 있었는지 확인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리베이트 등 이면계약이 있었을 경우 HDC는 향후 산업은행이나 경우에 따라 박삼구 금호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정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계약금으로 금호산업에 건넨 250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정 회장이 직접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둘러 포기선언을 했었다면 좋았겠지만, 계약금을 모두 포기해야한다는 점에서 실행하지 어려웠을 것이다. 그간 정 회장의 행보로 봐선 사후 소송에 대비한 행보를 거듭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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