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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vs HDC현산, 아시아나 계약금 두뇌싸움 쟁점은?

작년 12월 기지급 2500억 소송전 불가피
당사자 협상·금융위 조정 등 가능성 희박
채권단 몰취 주장…HDC현산 일찍이 반환 준비
핵심쟁점은 책임소재, 어느 쪽 귀책인지 밝혀야
선결조건 이행 여부·코로나19 사태도 격론 대상

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던 금호산업과 KDB산업은행이 곧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움에 계약 파기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계약금 2500억원이 걸린 두뇌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르면 이날 중, 늦어도 이번주 중으로 약 10개월간 늘어진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렬을 공식 발표한다.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산 컨소가 최종적으로 ‘12주 재실사’ 입장을 거듭하면서, 매각 주체와 채권단은 인수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음 수순은 계약금 행방을 둔 양측간 공방전일 것으로 관측된다. HDC현산 컨소는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에스크로(조건부 인출가능) 계좌에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

보증금은 당초 HDC현산이 인수대금으로 써낸 2조5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인 2500억원이다. HDC현산과 미래에셋은 각각 2010억원, 490억원을 부담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HDC현산이 금호산업 측과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당사자간 협상이나 금융위원회 조정신청으로는 이행보증금 일부도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3일 “계약 무산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산에 있는 만큼, 계약금 반환 소송은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계약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으니, 소송 제기를 하지 말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 역시 “계약금 반환 소송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소송을 다투지 않는 것이 아시아나항공 미래에 도움이 된다”며 우회적으로 HDC현산을 압박했다.

반면 HDC현산은 일찌감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4월 예정된 주식취득을 무기한 연기하면서부터다.

협상은 약 5개월 가까이 지연됐고, HDC현산은 모든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떠넘겨 왔다. 하지만 계약 무산을 먼저 입에 담지 않았다.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유리한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측이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되도록 많은 현금을 쥐기 위한 수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쟁점은 매각 무산의 ‘책임소재’다. 어느 쪽이 파투를 놓았는지가 핵심이란 얘기다.

HDC현산은 재실사 요구가 변함 없는 인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점검하자는 제안도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의 동반부실을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이 같은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일방통행식 거래종결만 반복적으로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재실사 거부 역시 채권단 측이 계약해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의심했다. HDC현산은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자신들의 인수 의지를 꺾었고, 이들 때문에 딜이 무산됐다고 주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이 딜 지연을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반론할 수 있다. 성실하게 아시아나항공 관련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받지 못했다는 거짓 주장이나, 회계재무상 이유 없는 꼬투리 잡기 등이 뒷받침 근거로 유력하다.

이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인수가격을 최대 1조원 가량 할인해 준다고 제안한 것 역시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위해 노력한 증거로 유리하게 활용 가능하다.

선결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진술·보장이 진실해야 하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는 SPA 조항을 상기시켰다. 재무구조 악화나 동의없는 계열사 자금 지원과 부담 전가, 라임자산운용 투자 논란 등을 거론한 점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금호산업 측은 이미 사전협의가 완료된 사안들이기 때문에 이 조항들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중요 선결조건이던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된 7월2일부로 모든 이행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코로나19 리스크와 딜 무산의 연관성을 인정할지도 관건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점으로 미뤄볼 때,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타당하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노딜 과정에서 악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HDC현산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한화그룹은 2008년 산은을 상대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행보조금 반환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약 10년간 이어진 공방 끝에 한화그룹은 계약금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되찾았다.

당시 산은은 SPA를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부 세력(노조)의 방해로 제대로 실사를 하지 못했다는 한화 측 주장이 관철되면서 계약금 일부만 지키는데 그쳤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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